리스본행 야간열차 - 파스칼 메르시어

Night train to Lisbon (2004)

by 인문학애호가

제레미 아이언스 주연, 빌 어거스트 감독의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원작소설은 작년에 79세의 일기로 세상을 뜬 스위스 출신의 철학자겸 소설가인 파스칼 메르시어(본명 페터 비에리)의 대표작 입니다.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라는 스위스 베른의 장년의 라틴어 교사가, 어느날 다리위에서 자살하려는 포르투갈 출신의 여자를 구해주고, 그날 오후 느닷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근처 중고서점에서 포르투갈 출신의 “아마데우 이냐시오 드 알메이다 프라두”라는 의사 겸 작가의 책을 입수한 후, 아무 준비없이 그날 밤기차로 포르투갈의 리스본으로 떠나, 책을 저술한 “아마데우”의 인생 역정 및 그와 연관된 인물들을 모두 추적하고 다시 베른으로 돌아오는 내용입니다.


영화에서는 그에게 안경을 맞춰준 여의사가 기차역 플랫폼에서 리스본에 남으면 어떠나고 물어보면서 끝나지만, 책에서는 병치료를 위해 베른으로 돌아옵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습니다만, 이 소설은 근본적으로 영화로 옮기기 너무 어려운 작품입니다. 번역판 기준으로 570페이지나 되는 장편을 2시간짜리 영화로 옮기려면 많은 것을 들어내야 하는데, 이 영화는 소설의 핵심을 모두 들어내고 기본 줄거리와 주요 사건만을 스크린에 옮겼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럴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갑자기 하던 모든 일을 중단하고 새로운 경험을 위하여 떠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여행을 통하여 자기 자신과 인생을 찾아가는 회고록 같은 작품 입니다.


우리는 장거리 여행을 통하여 우리와 연관된 흔적이 없는 낮선곳으로 갈 때 잠시 현재를 내려놓고 과거를 되돌아보는 경험을 합니다. 소설의 주인공도 격정으로 얼룩진 인생을 일찍 마감한 “아마데우”라는 의사의 인생을 추적하면서 자신의 인생 겸험과 끊임없이 병치시키며 회상하고 비교합니다. 이 작품은 내부에 “아마데우”가 저술한 책과 글의 거의 전부가 여기저기 나뉘어 있는 형식이고, 이 저술의 내용은 매우 철학적이어서 깊이있는 성찰과 사유로 가득합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설 읽듯이 편안하게 읽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읽으면서 독자의 인생도 같이 회고해 보도록 하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 우리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건가.

-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 사람들은 침묵을 견디지 못한다. 스스로를 견뎌야 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될 테니까.

- 우린 대화할 대상을 갖기 위해 영혼을 만들어낸거야.

- 우리 인생은 바람이 만들었다가 다음 바람이 쓸어갈 덧없는 모래알, 완전히 만들어지기도 전에 사라지는 헛된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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