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이 작품은 F. 스캇 피츠제럴드의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이 원작입니다만, 사실 노인으로 태어나서 유아로 죽는다는 컨셉과 주인공의 이름이 벤저민 버튼이라는 사실만 빼고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 입니다. 여주인공이라 할 만한 인물도 원작에는 없습니다. 영화에서는 케이츠 블란쳇이 연기하는 "데이지" 입니다. 데이지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여주인공 이름입니다. 각본가의 피츠제럴드에 대한 감각이 엿보입니다. 실제로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와 비슷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영화의 원제는 원작의 원제와 동일 합니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이걸 우리나라에서는 시간이 거꾸로 간다고 번역을 했습니다. 원제보다 더 설득력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지만, 원작보다 훨씬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줄거리입니다. 특히 할아버지로 태어난다는 것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가장 궁금한 내용인데 아주 훌륭하게 처리했습니다. (아카데미 분장상 자격이 축분합니다.) 특히 기차역의 거꾸로 가는 시계와의 연관성이 인상 깊었습니다. 원작은 번역판 기준 겨우 38 페이지의 매우 짧은 단편이고 이야기가 매우 축약되어 있어 영화화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제목만 가져온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이 영화는 "헤어짐"에 대한 영화입니다. 시간이 정상인의 시간과 반대로 흘러가면서 정상인이 미래로 향하는 인생이라면, 벤저민 버튼은 과거로 향하는 인생입니다. 그 와중에 만나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이 미래로 나아가면서 세상을 뜨는데 주인공은 이런 지속적인 헤어짐을 젊어지면서 계속 마주하게 됩니다. 이 설정이 매우 아이러니 합니다. 노인의 얼굴로 처음 만났던 꼬마 소녀 "데이지"와 평생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결국 노인이 된 데이지의 품안에서 유아의 상태로 세상을 뜨는 벤저민. 세상 경험을 노인의 상태에서 체득하지만 몸은 오히려 젊어지고 있고, 그런 경험이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태. 경험이란 결국 미래로 나아갈 때 도움이 되는 것이지 과거로 회귀할 때는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몸이 계속 어려지므로 자식의 부모역할을 할 수 없다는 사실로 고민하면서 아이 둘을 키울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 원작에서는 버튼 집안이 철물공장을 운영합니다만, 작가의 위트인지는 모르겠으나 영화에서는 단추(버튼)공장을 운영합니다. 이렇듯 영화를 보면서 감상자에게 끊임없는 고민과 숙고의 시간을 제공하는 깊이있고도 한편으로는 매우 철학적이면서, 동시에 아주 흥미진진한 훌륭한 영화 입니다.
현실이 싫으면 미친개처럼 날뛰거나, 욕하고 신을 저주해도 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