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 얀 마텔

Life of Pi (2012)

by 인문학애호가

“Life of Pi (파이 이야기)”는 캐나다 출신 작가 Yann Matel (얀 마텔)의 2002년도 맨부커 수상작이자 이안 감독이 영화로 옮겨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세계적으로 무려 1200만권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셀러 입니다. 제가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알고 있던 사실은 태평양의 망망대해 위에 호랑이 한 마리가 인도 소년과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 소설은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토론토와 폰티체리”, “태평양”, “멕시코 토마틀란의 베니토 후아레스 병원”입니다. “토론토와 폰티체리”는 소설의 1/3 정도이고, “태평양”이 거의 2/3 이며, 마지막 “멕시코 토마틀란”은 몇 페이지 안됩니다.


인도의 폰티체리라는 곳에서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가족이 어느날 모든 것을 접고 캐나다의 토론토로 이민을 가려고 일본 배를 빌려 출항을 합니다. 그런데 배에 문제가 생겨 침몰하고, 둘째 아들 “파이 파텔”과 호랑이가 태평양에서 무려 227일간 표류하다가 멕시코에서 구조되는 이야기 입니다. 누가봐도 모험 소설입니다. 실제로 책의 2/3 가 태평양위의 내용이니 모험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몇 페이지 안되는 마지막부분 “멕시코 토마틀란”이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립니다. “멕시코 토마틀란”부분에서 배가 왜 가라앉았는지 조사하기 위하여 일본에서 조사원이 파견됩니다. 그리고 파이의 얘기를 듣는데 도저히 믿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파이는 구명보트위에 있었던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호랑이를 모두 배안에 있던 사람으로 대체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유혈이 낭자한 연쇄 살인 사건에 인육의 섭취까지, 잔인무도하지만 호랑이와 200일이 넘게 공생했던 것보다는 훨씬 현실적입니다. 이제 일본 조사원은 어느 경험담을 택하여 상부에 보고하게 될까요.


최초 “폰티체리”에서 파이는 동물원 주인의 아들이었고, 동물원의 우리 밖에서 동물과 접하게 됩니다. 우리 밖이지만 동물에 대한 그의 이해는 참으로 깊습니다. 이제 태평양 위입니다. 동물과 주인공을 갈라놓았던 우리가 사라졌습니다. 호랑이와 주인공은 우리가 없는 상태로 상대방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이해를 해야 합니다. 호랑이는 같이 있었던 모든 동물을 죽이고 사체를 먹습니다만, 주인공은 건들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망망대해 위에서 물고기를 잡아 자신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 주인공과 호랑이 모두에게 한계가 오고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죽음만을 기다려도 호랑이는 절대로 주인공을 해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국 산채로 구조됩니다. 이 이야기는, 일본 조사원이 믿지 못하자 주인공이 들려주는 이야기, 즉 태평양 위의 구명보트에 있던 주인공을 포함한 4명의 인간이 살기위해서 서로를 죽이고 인육을 섭취하는 이야기와 완전히 배치됩니다. 호랑이는 주인공을 죽이지 않았고, 인간만 있었던 구명보트위의 최후의 생존자는 살인마를 죽이고 혼자 남은 주인공 입니다.


이 구조 때문에 저는 이 소설이 모험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에 대한 풍자소설입니다. 호랑이의 이름은 “리처드 파커” 입니다. 행정원의 실수로 붙여진 이름입니다만, 왜 작가는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요. 작가는 호랑이를 호랑이로 보기 보다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서로 끝까지 신뢰하여 살아남는 인간이기를 원했기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이 소설은 태평양에서 목숨을 건 모험을 통하여 깨닫는 인간성 회복에 대한 얘기 입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이 신뢰를 회복하여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 입니다. 이렇게 생각이 되자 이 작품에 왜 맨부커상이 수여되었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인 조사원들은 두 이야기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선택할까요? 그들이 제출한 보고서의 마지막 문장이자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파텔만큼 오래 생존한 조난자는 없었다. 더구나 뱅골 호랑이와 함께 생존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로 끝납니다.

- 파텔 :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 그래요? 그리고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붙이지요.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게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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