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조커 : 폴리 아 되 - 토드 필립스

Joker : Folie a Deux (2024)

by 인문학애호가

극장에 걸리자마자 극단적으로 평이 갈리더니 급기야는 폭망해버린 "조커 2 - 폴리 아 되". 관객은 실망을 금치못했고, 각종 지표에서 최악의 평점이 주어졌으며, 그럼에도 "이동진" 평론가는 극찬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영화입니다. 이제 저도 그 뭇매를 맞아볼까 합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금년에 상영된 그 어떤 영화보다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걸작"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우와"하고 감탄을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특히 두 주인공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이렇게 멋진 장면을 만든다고?" 하면서 몇 번이나 돌려봤습니다. 정말 최고 였습니다.


영화는 노래가 하도 많이 나와서 "뮤지컬"처럼 보입니다만, 뮤지컬 영화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노래를 "조커"와 "리 퀸젤 (레이디 가가)" 둘이서만 부르기 때문입니다. 죄수들이 같이 부르는 노래는 "루이 암스트롱"의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한 곡 뿐입니다. 두 주인공이 정말 주옥같은 노래만 쉬지않고 부릅니다. 게다가 대충 부르는 것도 아니고 너무나 감동적으로 부릅니다. 일단 시작하자마자 "조커"가 "스티비 원더"의 "For once in my life"를 기막히게 부릅니다. 감동의 시작입니다. 그러더니 언론인과 인터뷰 하면서 "로라 피지"의 "Bewitched"가 흘러나옵니다. 이 멋진 곡을 정말 뼈 속까지 시려울 정도로 고독을 가득 담아 부릅니다. 그 감동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입니다. 이제 이 영화가 "조커"라는 사실 조차 잊어버리고 노래에 빠져들어갑니다. 그리고 "프랭크 시내트라"의 "When you're smiling"를 정말 느리고 진지하게 부릅니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명곡들이 영화속에 즐비합니다.


이렇게 보면 정말 이 영화는 "뮤지컬" 같습니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 보면 엄청나게 많은 뮤지선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런 노래들은 하나의 장치 입니다. 1편에서 6명을 살해하고 감옥에 갖힌 조커는 평범한 얼굴의 "아서 플렉"과 광기에 사로잡힌 "조커"의 얼굴을 특별한 광대 분장없는 "아서 플렉"의 얼굴 하나로 표현해야 합니다. "조커"가 아무 이유없이 갑자기 웃는 그 모습만으로 두 캐릭터를 계속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즉, 노래를 부른다는 행위는 "아서 플렉"의 정신에 "조커"가 상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정신 상태는 역시 노래를 부르는 "리 퀸젤"에게도 드러납니다. 결국 같이 노래를 부릅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노래가 두 캐릭터의 정신상태를 반영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사실 이렇게 두 캐릭터의 정신상태의 공유(바로 "폴리 아 되")가 이 영화의 전부 입니다. 즉, 제목 그대로 영화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나중에 조커의 재판 법정이 폭파되고 다수의 사상자가 생긴 후에 조커가 각성하여 "아서 플렉"으로 남게 되면서 그는 더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이것은 "리 퀸젤"과의 계단위의 대사에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리 퀸젤"이 "당신이 보여준 진정한 쇼" 하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이 때 조커는 "노래 부르지 말고 말을 하라"고 합니다. 이 시점에서 조커는 사망선고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조커"는 대화를 원하고, "리 퀸젤"은 노래를 원합니다. 이제 두 주인공의 "폴리 아 되"가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조커는 결국 교도소에서 여전히 "폴리 아 되"의 상태로 남아있는 동료 죄수의 흉기에 찔려 사망합니다. 영화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제가 금년에 본 영화중 단연코 최고의 작품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파이 이야기 - 얀 마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