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영화리뷰
히치콕의 영화중에서 감독의 연출 능력이 가장 경탄스러운 영화가 이창 (Rear Window) 입니다. 장소는 내부에 4각형의 정원을 두고 주위에 배치된 아파트이고(물론 세트입니다), 한 쪽 아파트에 다리를 다쳐 석고로 고정시킨 주인공 제임스 스튜어트가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그의 손에는 쌍안경이 하나 들려있고,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서 움직이지 못하는 무료함을 건너편 아파트를 바라보면서 견뎌내고 있습니다. 가끔 그의 애인인 그레이스 켈리가 방문해서 같이 놀아줍니다. 이게 설정의 전부 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1시간 50분 입니다. 주인공이 움직이지를 못합니다. 오직 남의집 엿보기, 일종의 핍쇼(Peep Show)로 긴 러닝타임을 모두 채워야 합니다. 제가 감독의 연출 능력이 경탄스럽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오직 엿보기 만으로 러닝타임을 모두 채우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엿보기이기 때문이지요. 관객은 제임스 스튜어트를 바라보는게 아니라, 그가 들고 있는 쌍안경을 통하여 주인공과 같은 마음으로 앞 집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너편 집에서 살인사건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관객의 호기심이 극대화 됩니다. 그 호기심을 옆에서 백치미를 자랑하는 그레이스 켈리가 부채질 합니다. 기막힌 구성입니다. 이런 연출과 연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대단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