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 사라 베이크웰

At the existentialist cafe (2016)

by 인문학애호가

영국 출신의 철학자 사라 베이크웰 (Sarah Bakewell)의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At The Existentialist Cafe)"을 읽었습니다.총 647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철학책" 입니다. 그렇지만 일반 철학책과는 달리 20세기 초반의 유럽의 실존주의와 현상학을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이 시기를 살았던 인물들 간의 관계 및 각종 사건을 담아 풀어내고 있습니다. 마치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와 유사한 구성의 책 입니다. 따라서 의외로 술술 잘 읽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우 재미있습니다. 특히 79명이나 되는 등장인물의 얽힘과 반목등을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어 지적 포만감도 상당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프랑스의 20세기 최고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 와 그의 평생의 연인인 "시몬 드 보부아르" 입니다. 이 두 명이 뼈대가 되고, 거기에 독일의 "마르틴 하이데거"와 그의 스승인 "에드문트 후설", 그의 친구인 "칼 야스퍼스", 그리고 소설가 "알베르 카뮈"와의 복잡 다단한 이야기가 올려집니다. 물론 철학책이라 철학자들의 사상을 해설하는 부분은 난이도가 좀 있습니다. 특히 하이데거의 실존주의 해설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난관은 또 금방 지나가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어느날 파리의 어느 카페에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살구 칵테일을 홀짝거리며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들의 평생의 경쟁자인 메를로퐁티와 알베르 카뮈가 등장하면서 20세기 프랑스 철학이 꽃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르트르가 2차대전이 심화되기 전에 독일로 가서 실존주의를 익혀 프랑스에 자기 스타일로 이식합니다. 이 과정에서 고집불통의 하이데거의 확고한 철학사상과 안타까운 일생이 언급됩니다. 그는 결국 나치가 되어 스승인 후설도 배반합니다. 이후 무대는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서 철학과 정치가 뒤얽혀 사르트르를 포함한 당시의 유명 지식인이 모두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웁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이 되면서 하나 둘 씩 세상을 떠나면서 책도 마무리 됩니다.

실로 방대한 저자의 지식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로 풍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정말 잘 쓴 책입니다. 사라 베이크웰의 다른 책도 번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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