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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 - 찰리 채플린

Limelight (1952)

by 인문학애호가

"모던타임스"를 끝으로 "찰리 채플린"의 전성기였던 무성영화 시절이 끝나고 유성영화가 도입되면서 "채플린"도 다수의 유성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위대한 독재자, 살인광시대(무슈 베르두), 라임라이트, 뉴욕의 왕" 입니다. 역시 주연, 각본, 연출, 음악 모두 담당한 원맨쇼 입니다. 이 중 "라임라이트"는 자신의 시대가 끝난걸 체감한, 황혼기에 접어든 63세의 채플린 자신의 이야기 입니다. "라임라이트"는 무대위에서 공연자에게 비추는 조명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의 "무성영화"가 너무나 코믹하고 풍자적이었던데 비해 이 영화는 더이상 웃기지 않습니다.


이미 시대는 더이상 무성영화가 제작되지 않고 "슬랩스틱"코미디도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시대입니다. "칼베로"라는 늙은 코미디언이 정말로 근근히 먹고 살고는 있으나, 사실상 출연제의 자체가 없어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데, 같은 건물 1층에 세들어 사는 발레리나가 자살을 시도하였고, 칼베로가 구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테리"라는 이름의 이 발레리나는 무대 공포증과 자신감의 상실로 정신적으로 매우 나약한 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하였던 것이고, 그녀를 채플린이 구하여 같은 집에 기거하게 되면서 노년에 접어든 칼베로에게서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받게 되어 결국 병도 치료하고 자신감도 얻게되어 발레리나로 크게 성공하게 됩니다. 그녀는 발레리나로 성공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칼베로는 더이상 일자리가 없어 결국 거리의 악사로 전락해 버립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그녀에게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하여 집을 나가버립니다. 그러나 이렇게 칼베로와 같은 왕년의 스타들을 모아 마지막 대규모 공연이 친구 기획자와 테리에 의하여 기획되고, 칼베로는 그의 동료였던 "버스터 키튼"과 마지막 공연을 하게 됩니다. 이 공연에서 관객은 잠시나마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의 합동 공연을 보면서 그들의 위대한 과거를 회상하게 됩니다. 공연이 끝나고, 테리가 다음 무대에서 발레를 추는것을 바라보며 칼베로는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감상자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게 하는 슬픈 이야기 입니다만, 그 슬픔의 원인은 이야기 자체 보다는 잊혀진 왕년의 코미디언이 안타까운 황혼을 맞이하는 장면에 우리의 인생이 그대로 투영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채플린의 무성영화 만큼은 아니라도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노년의 칼베로의 대사에 담긴 끊임없는 "훈계"가 영화의 흥미를 떨어뜨립니다. 아마도 채플린이 관객에게 하고 싶었던 교훈들이 아니었을까 합니다만, 영화의 줄거리와 별로 관계가 없는 대사들이어서 오히려 관객의 집중력을 떨어뜨립니다. "라임라이트"가 유성영화로 제작되기는 하였지만, 채플린의 다른 히트작 "모던타임즈"와 "시티라이트"와 흡사한 뼈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난처한 상황의 젊은 여인을 더 난처하지만 낙천적인 채플린이 구해주고, 그 여인이 결국 자신의 비극을 극복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따라서 영화의 줄거리가 독창적이지 않고, 과거를 답습하고 있어 노년의 채플린의 한계를 느낍니다. 다만, 그래도 몇 번에 걸처 나오는 그의 "슬랩스틱 독무대"는 여전히 감탄을 불러일으키며, "채플린은 역시 채플린"이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그의 "황금광시대"나 "키드", "모던타임즈", "시티라이트", "위대한 독재자"와 같은 마스터피스에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한 번 정도는 이 위대한 예술가의 노년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볼만한 영화가 "라임라이트"입니다.


그가 직접 작곡한 주제가는 매우 감미로운 명곡으로 "아카데미음악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테리"의 연인으로 나오는 피아니스트 "네빌"은 실제로 채플린의 둘째아들 시드니 채플린입니다.

이 영화에는 과거 무성영화의 채플린, 즉 작은 모자, 꽉끼는 상의, 널널한 바지와 작은 콧수염으로 상징되는 Tramp Comedian 채플린 모습은 한번도 나오지 않습니다만, 그의 방에 걸려있는 포스터에 이 문자가 쓰여있어, 이 영화가 결국 채플린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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