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Waterfront (1954)
명장 "엘리아 카잔" 감독의 "워터프론트 (On the Waterfront)"는 1955년에 열린 제 2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대부분의 상을 싹쓸이 한 걸작 입니다. 작품상, 감독상(엘리아 카잔), 남우주연상(말론 브란도), 여우조연상(에바 마리 세인트), 각본상, 촬영상, 편집상, 미술상 등 8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음악을 "레너드 번스타인"이 담당했는데 의외로 음악상은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귀에 꽂히는 곡이 별로 없습니다. "워터프론트"를 보면서 남우 주연상과 각본상은 무조건 수상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되었습니다. 각본이 정말 뛰어나서 빈틈이 없습니다. 이 작품은 한편으로는 정치적인 작품이고, 한편으로는 사회 선동적인 작품이며, 또다른 한 편으로는 시대 고발 작품입니다. 이런 컨셉의 작품이 아카데미를 싹쓸이 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놀랍습니다.
워터프론트는 "해안가"라는 뜻입니다. 장소는 뉴욕의 한 부두이고, 이 부두의 선착장에 정박한 배에서 화물을 내려주고 일삯을 받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이야기 입니다. 이 화물을 내려주는 비용을 노조의 거물인 "조니 프렌들리"가 전부 거머쥐고 다수의 폭력배를 하수인으로 두면서 일감을 저렴한 비용으로 노동자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자기가 모두 착복합니다. 그리고 이런 착취에 반발하면 사고를 위장하여 살해합니다. "테리 말로이 (말론 브란도)"는 조니의 하수인 중의 한 명으로 조니의 변호사인 형 "찰리" 덕분에 괜찮은 대접을 받으며 살고 있고, 가끔 폭력이 필요한 일을 도와주고 조니의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원래는 복싱 선수였습니다. 그래서 영화 내내 말론 브란도의 눈 두덩이가 부어오른 상태를 표현하고자 특수 분장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테리는 조니의 처치 곤란인 노조원 한 명을 하수인을 이용해서 살해하게 만드는데, 하필 그 노조원의 여동생 "이디 (에바 마리 세인트)"가 집에 와 있다가 범인을 찾아내겠다고 다짐을 하고 조사를 합니다. 그러다가 테리가 이디에게 한 눈에 반하여 결국 서로 연인이 되고, 진보성향의 신부에게 설득되어 "조니"에 반발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테리는 두목의 연속된 노조원의 살해에 환멸을 느끼게 됩니다. 이것을 눈치챈 조니는 본보기로 테리의 형 "찰리"를 살해하고, 테리는 총을 들고 복수를 하겠다고 나갑니다. 이것을 신부와 이디의 설득으로 실행하지 못하게 되고 조니 일당과 주먹으로라도 결판을 내겠다고 찾아갑니다. 모든 노조원이 테리가 배신을 했다고 비난을 하지만, 막상 테리가 거침없이 조니에게 도전하고 일당에게 만신창이가 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을 바꾸게 됩니다. 결국 노조원 모두가 더이상 조니의 말을 듣지 않게 되고, 조니는 노조원들에게 버림받으며, 테리가 노조원을 이끌고 일터로 들어가면서 막이 내립니다.
이 영화는 부두의 일용직 노동자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입니다만, 발생하는 사건을 보면 결코 "워터프론트"에 제한되지는 않습니다. 조니와 신부의 대립은 결국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며, 노동자들은 두 세력 중 더 힘이 센 세력에게 복종합니다. 그것이 먹고 사는 방법이라는 것을 터득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조원은 조니가 저지르는 온갖 비리를 캐고 다니는 경찰에게도 절대로 협조하지 않습니다. 협조했다가는 바로 살해 당하기 때문입니다. 테리(말론 브란도)가 조니 일당에게 얻어 맞아 정신을 잃고 있을 때, 신부가 이렇게 말합니다. "전투에서는 패배했으나 전쟁에서는 이겼다고". 매우 정치적인 영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감독인 엘리아 카잔은 당시에 잠시 "매카시즘"을 지지했다가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 이 영화를 촬영했다고 합니다. 즉, 이 영화를 통해서 자기 고해를 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에바 마리 세인트는 TV에서만 활동하다가 처음으로 영화에 데뷔하였는데 운 좋게도 바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말론 브란도는 엘리아 카잔 감독과 세 번째로 영화를 찍었고, 첫번째 작품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수상을 실패했다가 결국 "워터프론트"로 남우 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엘리아 카잔 감독은 이듬해인 28회 아카데미에서도 "에덴의 동쪽"으로 감독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한 마디로 명장입니다.
"워터프론트"는 미국의 걸작 영화 순위에 빠지지 않고 항상 들어가는 작품입니다. 특히 영화 "대부"의 말론 브란도가 이미 데뷔 시점부터 위대한 배우였다는 것을 인정하게 할 정도로 열연을 펼칩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보다도 훨씬 기억에 각인될 명연기를 보여줍니다. "워터프론트"를 제작한 제작자 "샘 슈피겔"의 또다른 작품으로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콰이강의 다리", "아프리카의 여왕"등이 있습니다. 제작자도 역시 평범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