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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 캐리 후쿠나가

Jane Eyre (2011)

by 인문학애호가

샬럿 브론테의 대표작 "제인 에어"는 수도 없이 영화화 되었고, 이 영화는 캐리 후쿠나가 감독 연출, 미아 와시코우스카, 마이클 패스밴더 주연의 2011년작 입니다. 캐리 후쿠나가 감독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인 No time to die 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합니다.


때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 여왕의 시대임에도 여성의 지위가 정말 보잘것 없던 시절, 어려서부터 외숙모에 의하여 핍박을 받으며 성장한 제인 에어는 결국 엄하기 그지 없는 "로우드" 학교로 보내져 그곳에서 친구도 병으로 잃고 온갖 마음고생을 하면서 성장합니다. 그리고 학교를 떠나 로체스터가의 저택에 프랑스어를 쓰는 입양아의 가정 교사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저택의 주인인 로체스터와 결국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데 로체스터는 이미 결혼을 한 상태였고, 그 상대는 정신병으로 같은 저택에 갖혀 지내고 있습니다. 제인 에어는 이런 상황도 모르고 결혼할 뻔 했다가 결국 모든 사실을 알게되고 저택을 나와 정처없이 떠돌다 젊은 목사와 자매들에 의하여 구조되어 생명을 구하고 목사의 구애를 받지만, 결국 로체스터를 잊지 못하고 화재로 불타버린 그의 저택으로 돌아가 장님이 되어버린 로체스터와 재회를 합니다.


사실 줄거리는 평범한 연애담에 지나지 않은 것 같지만, 이 영화 혹은 이 원작 소설의 핵심은 진정한 빌런인 "빅토리아 시대"라는 암울한 시대에 깨어있는 지성의 여인이 시대를 이겨내는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어린 제인 에어가 학교의 폭력적인 대우에서도 굳세게 이겨내고, 천대받는 여성의 인생을 거부하고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당당하게 세상에 임하며, 부유한 로체스트가 호감을 보여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제인 에어의 삶을 꽤 설득력있게 재현합니다. 사실 이런 줄거리는 이제는 우리가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유효기간이 한참 전에 지났습니다만, 힘든 운명에 맞서 미래를 개척하고 당당히 나아가는 모습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가치있는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제인 에어와 장님이 된 로체스터가 서로 다시 상봉하는 장면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다만 좀더 아름답고 분위기 있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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