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새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졌다.
아직 선두다. 4점 차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불안하다. 전에도 크리스마스에 1등이었고, 8점 가까이 차이가 났었다. 그런데 결국 맨시티한테 뒤집혔다. 그 기억이 떠올랐다.
16년째 아스날 팬으로 살고 있다. 파브레가스의 화려한 플레이에 반했고, 벵거의 철학에 뿌리내렸다. "나의 꿈은 타이틀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다. 단 5분이라도 아름다운 축구를 지속하는 것이다." 그 말이 좋았다.
아스날은 아트사커를 추구하는 팀이었다. 승리보다 과정을, 결과보다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라운드 위에서 5분이라도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하려 했던 팀. 그게 내가 사랑했던 Arsenal이었고, Arsen(Wenger)의 축구였다.
나는 카솔라의 현란한 드리블과 킬패스를 좋아했다. 터키의 독재자 에르도안과 친밀한 모습을 보이면서 말년에 안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누구보다 창의적인 패스로 아스날의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했던 외질도 좋아했다. 팀원들에게 짜증을 내서 가끔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축구를 위해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포기하고 연습에 매달렸으며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던 산체스의 열정과 그 실력도 좋아했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중앙 미드필더로 번갈아 뛰면서도, 공은 못 찼지만 특출난 오프더볼 움직임으로 동료들에게 공간을 창출해주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것을 기여했던 램지도 좋아했다.
그들은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만큼은 아름다웠고, 열정적이었다. 그게 벵거의 아스날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Arteta는 어떤가.
통제와 독재만 남았다. 실용은 우승을 해야 실용이지. 이 팀에 오기 전에 창의적이고 눈을 즐겁게 해주던 플레이를 하던 선수들은 그저 백패스 머신이 될 뿐이다. 정적이고 통제형인 축구. 그나마 그걸로 우승이라도 하면 모를까, 우승도 못한다. 세트피스 원툴 팀이 돼버렸다.
지금의 아스날에게서는 그런 아름다움도 투지도 보기 어려워졌다. 내가 사랑하던 축구, 내가 사랑했던 팀이 우승도 못한 채 이렇게 변해가는 걸 보면 괴롭기 짝이 없다.
다른 팀들은 '아스날은 알아서 무너진다'고 비웃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을 비웃을 수 없게 됐다. 나는 이번 시즌도 그럴 거라는 그들의 예상을 애써 무시했지만, 맨유와의 경기에서 지는 순간 또 그럴 것이라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팬카페에서 말했다. 아르테타의 축구가 지나치게 통제형이라고, 이 감독으로는 우승 못 한다고. 욕을 한 것도 아니었다. 비꼬듯 말하긴 했지만, 그것도 16년 팬의 애정 어린 비판 아니었나.
그런데 강퇴당했다. 10년 넘게 활동하던 카페에서.
팀도 변했고, 팬카페도 변했다. 벵거 시대에는 자유로웠다. 비판도, 응원도 모두 자유로웠다. 그런데 지금은 아르테타의 통제형 축구처럼, 팬카페마저 비판을 저해한다. 이상한 프로젝트를 들이밀며 다른 목소리를 차단한다.
이 팀은 모르겠다. 나는 아르테타의 아스날이 성공할지 모르겠다. 아르테타의 아스날과 유사해진 팬카페에 대한 정나미마저 떨어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알렉스 퍼거슨이 말했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아스날 팬질을 하면서 그 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줄이야. 참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