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느낀 감정들, '간절함'

by onni


생명은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


‘알고는 못하는 게 임신이에요.’


이 말을 나는 아이를 낳고 난 후에야 <유퀴즈 온더블럭- 전종관 교수님 편>에서 처음 듣게 되었다.


출산만 두려워했던 나는 뱃속에 아기가 생기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낳고 기를 수 있을 줄 알았다.

미처 생각지 못한 임신이라는 열 달의 시간은 생각보다 더 어려움과 고통이 따르는 시간이었다.


아마도 엄마가 되기 위해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는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임신 초기에 나는 아이를 만나지 못할 위기를 겪었다.

추석명절날 새벽, 위급상황에 급히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아이가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게 됐다.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병실 침대에 돌아가 신께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아이를 내 곁에 있게 해달라고. 제발 무사하게 해달라고.

그저 아이가 뱃속에서 잘 자라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도만 수십 번, 수백 번 되뇌일 뿐이었다.


아이를 향한 간절한 마음을, 그날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소중한 이 생명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 너무나 간절해졌다. 내 모든 생활을 멈추고, 모든 생각과 마음을 아기를 지켜내는 데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뱃속의 아이가 부디 살아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나는 침대에 누워 아이가 뱃속에 잘 자리 잡도록 지켜내는 시간을 보냈다.


혹여나 아이가 내 곁에 있지 못할까 봐, ‘아가야 부디 무럭무럭 자라다오’ 속으로 되뇌며 와구와구 임산부에게 좋다는 음식을 엄청나게 먹어대고,

혹여나 내가 슬퍼하면 아이가 달아날까 봐, 세상 재밌는 TV쇼들을 모조리 찾아보며 웃고, 또 웃고, 또 웃었다.

그렇게 나를 살리고 아이를 살리기 위한 간절한 노력을 계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불안한 신호들을 마주할 때면 더욱더 마음이 간절해졌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시간이었지만, 아이를 지켜내고 싶은 마음 하나로 버텨냈다.


그리고 임신 9주 차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초음파실에 들어가 아기의 상태를 확인했다. 진료가 시작되었고, 잔뜩 긴장해 있던 나는 갑작스러운 소리에 왈칵 눈물을 쏟았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빠르게 뛰는 아기의 심장소리였다.


‘아기 심장 잘 뛰네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흘러내렸다.


안도의 한숨과 감격의 눈물이 동시에 터져 나온 듯했다.

너무나 감격스럽고 감사하고 소중했다.


아직 손도 발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생명체인데, 그 안에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있는 것이 너무나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저 작은 심장이 저렇게 열심히 뛰고 있다니…!


아가에게 너무나 고맙고 또 고마웠다.

살아있어 줘서 고맙고, 건강히 자라주고 있어서 너무 고마웠다. 존재 자체가 너무나 고마울 뿐이었다.

뱃속 아기의 첫 심장소리를 듣던 그 순간, 두근두근 두근두근 빠르게 뛰는 아기의 심장소리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아가야, 엄마가 꼭 지켜줄게. 부디 건강하게 만나자.'

아직은 '엄마'라는 단어가 어색했지만, 내가 너를 꼭 지켜주리라 다짐하며 하루하루 '엄마'가 된다는 사실을 실감해가는 나날이었다.


그렇게 나는 뱃속의 아이를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 한 생명에 대한 간절함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마음이 그렇게 내 안에 자리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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