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기를 낳던 시절은 성별을 미리 알려주는 의사는 면허정지였다.
모두 아들을 원해 성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른 채 분만실로 들어갔고 나는 평균보다 머리가 큰 아들을 낳느라 죽을 뻔했다.
입원실로 와보니 어떤 산모가 있었는데 난산이라 힘겹게 딸을 낳았다고 했다.
그 산모는 자꾸 훌쩍이며 울었는데 돌아가신 친정 엄마가 생각나서 그런다고 했다.
조금 후 시어머니가 오셨는데 " 이일을 우짜노?"
라며 나에게 무엇을 나았냐고 물었다.
아들이라 했더니 좋겠다며 당신 며느리는 딸을 낳았는데 " 우리 며느리가 Rh-라나 뮈라나.....
더 이상 아를 못난다니, 이를 우짜노!" 하며 며느리 앞에서 탄식을 했다.
며느리는 더 훌쩍였다.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더 보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는 보통 혈액형을 A, B, O, AB형으로 구분한다. 이중 자신의 혈액형이 무엇인지는 보통들 다 알고 살아간다.
알아서 좋은 점은 엄마 아빠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혈액형인지 확인할 수 있고 , 누가 피가 모자라는 위급상황 일 때 지원 가능한 지를 안다는 것이다. 수혈 시는 병원이 검사할 의무가 있어 몰라도 된다.
그 외에는 결혼에 관심이 생기면 나하고 맞는 혈액형은 무엇인지.....
O형은 성격이 어떻고, B형은 어떻고, 그때 관심들이 생긴다. 아주 일반적인 것이지만 재미로 관심을 갖는다.
ABO 식 혈액형 말고, 다른 방식의 혈액형 구분이 있는데 Rh+인지 Rh- 인지로 구분하는 것이다.
수혈 시 이것은 꼭 따져봐야 하는 것이라 중요하다.
이것은 쉽게 말해 어떤 종의 원숭이 혈액 속 단백질 같은 것을 갖고 있으면 +, 없으면 -로 구분하는 것이다.
+가 우성이라 두 인자 중 하나가 -여도 +로 표시한다. 즉 Rh+/Rh-여도 Rh+라는 말이다.
Rh-는 두 인자 모두 - 라야 가능하다.
Rh-는 수혈받을 때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 중 Rh-는 8% 정도밖에 없다.
대부분이 +이다.
하지만 미국은 16% 정도가 -이다. 그래서 예전에 Rh- 혈액 급구라는 방송이 나오면 미군들이 수혈을 많이 해주곤 했다.
RH-면 +를 수혈받을 수 없다. -끼리만 수혈이 가능하다. 하지만 Rh+ 는 모두 수혈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임신 때이다.
아내가 Rh-면 임신 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그래서 미리 알아야 하는 것이다.
Rh-인 엄마의 배안에 Rh-인 아기가 생기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자 대부분이 Rh+이다, 그러다 보면 배안의 아기는 Rh+가 많이
생긴다, 이때가 문제이다,
보통 임신기간 안에는 아기의 혈액과 엄마의 혈액이 섞이지 않다가 출산 시 서로의 혈액이 섞일 수 있다. 이때 Rh-인 엄마는 모르는 단백질인 Rh+가 들어오면 면역방어기제로 항체를 만든다.
이질 단백질에 대해 항체를 만드는 면역계 작용 때문에 우리는 예방접종을 한다. 주사로 이질 단백질을 조금 넣어주면 미리 항체를 만드는 것이다. 항체는 그 바이러스나 세균이 나타나면 바로 공격하여 제거하는 원리이다.
출산 시 만들어진 항체는 태반을 통과해 다음부터 생기는 Rh+ 아기를 공격해 사산시키게 된다. 죽은 아기를 낳는 것은 정말 비극이다.
나 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엄마가 Rh-라는 것을 알면 출산 전에 항체가 안 생기게 치료를 받으면 둘째도 셋째도 나을 수 있는 것이다. 의학의 발전이 이룬 쾌거다.
하지만 요즘의 문제는 혈액형이 아니라 아이를 나을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나의 일이 중요하고 , 경제가 걱정되고, 육아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가치는 변한다.
생명의 가치는 나이가 들수록 귀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