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치료받을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더라!
항암약물치료를 받을 때는 항상 혈구수를 측정한다.
특히 백혈구수가 많이 줄기 때문인데 이는 약물이 빨리 분열하는 세포들을 죽이기 때문이다.
백혈구수가 많이 감소하면 면역력이 약해져 다른 질병에 걸리기 때문에 치료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항암약물치료 시에는 잘 먹어서 영양분을 보충해야 한다.
특히 단백질은 꾸준히 보충을 해야 한다.
단백질은 한꺼 번에 많이 먹는다고 저장이 되지 않는다. 그날그날 필요량만 쓰고 남는 것은 간에서 파괴되어 소변으로 나간다.
그래서 집에서 쉬는 동안은 보충의 시간으로 입맛 좀 돌게 반찬에 신경을 많이 썼다. 독일에서는 귀한 오징어도 사다 튀겨주고 양탕도 끓여주었다.
남편은 이런 것을 어떻게 찾았냐며 반색을 하고 먹었다. 나도 어떻게 찾았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금도 남편은 그때 먹었던 얼큰한 양탕을 끓여 달라한다. 맛이 아직도 기억나나 보다.
남편은 튀김을 아주 좋아하는 식성이다.
사실 모든 튀김을 좋아한다.
대학시절 이대 앞 튀김집에 가면 난 고구마튀김을 남편은 오징어튀김을 먹곤 했다.
녹두빈대떡도 기름을 많이 넣고 지져야 맛있어한다. 하지만 지금은 지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맛없어도 그 길을 택했지만 그때는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일단 먹어야 하니까...
4차 치료를 위해 다시 입원을 했다.
한참 기다리니 의사가 오더니 백혈구 수가 모자라 치료를 못하니 일주일 후에 다시 오라 했다.
치료를 못 받고 집에 돌아오는데
"왠지 우리 강의 빼먹고 놀러 가는 기분 들지 않아?"라며 남편은 아주 개운한 표정을 지었다.
집으로 가는 것이 신이 나고 무언가 홀가분한 것 같았다.
"오늘은 날씨도 좋네~ "
그래서 보니 날씨가 오랜만에 화창했다,
아침에 떠날 때는 어두워서 날씨도 몰랐다.
치료야 어찌 되던 당장 병원에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너무 좋은 것 같았다.
아직 우린 어린애 같은 면이 남아있었다.
아직 남편은 철도 안 들었는데....
죽을병이라니!
코끝이 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