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최종 검사결과
그렇게 기다리던 6번의 약물치료가 끝이 났다.
나는 이제 다 끝났구나라 생각했다.
그간 치료의 결과를 보기 위해 CT촬영을 해야 했다.
그때는 요즘의 CT 하고는 많이 달랐다.
사실 CT라는 말도 독일에서 처음 들었다.
요즘은 CT촬영시간이 짧은데 그때는 기계가 개발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한번 찍는데 2~3시간은 걸렸다.
한 장 찍고 필름 빼고 새 필름 넣고 한 장 찍고 필름 빼고 새 필름 또 넣고 정말 오래 걸렸다. 그러고도 몇 백장은 찍는 것 같았다.
또 예약시간에 맞춰갔는데 하염없이 기다리게 해서 왜 그런지를 물었더니 대학교수가 환자로 오는 바람에 그 사람 먼저 봐야 한다 그랬다, 교수는 우선이라고. 교수는 의대교수가 직접 본다고 했다.
독일에선 교수를 사회적으로 대우를 했다. 하지만 월급은 많지 않아서 마이스터가 훨씬 부유했다.
그래도 그렇지 우리는 하염없이 기다리다 CT를 찍느라고 점심에 가서 해가 질 무렵에 나왔다.
결과를 보기 위해 다시 입원을 했다.
앞으로 어떻게 치료를 할지 의사 회의를 열어 결정한다고 했다.
아침에 병원에 들어갔는데 저녁이 되도록 의사는 오지 않았다.
기다리는 것이 무척 지겨웠다.
난 이미 6번만 하면 된다는 확신에 차있어 약물치료는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참고 견딜 수 있었다.
7시가 되자 의사가 다시 약물이 달린 스탠드를 끌고 나타났다.
난 너무 놀라 "왜 또 약물치료를 하냐?"
의사들의 회의 끝에 두 번을 더하는 것이 확률상 안전하다고 결론을 봤다 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나의 입술은 그 자리에서 툭 부풀어 오르고 난 지탱할 힘이 없었다.
의사에게 가서 "하나님이 살려주신 다했는데 왜 두 번을 더하냐고 하기 싫다!" 했다.
의사는 안전하게 두 번을 더하자고 말을 했고 남편도 받겠다 해서 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하나님을 소리쳐 부르며 6번이라 했잖아요!"라며 밤새 울었다.
아무 응답이 없었다!
이럴 땐 하나님은 늘 침묵이란 생각이 들었다.
혼자 울다 지쳐 잠들었다.
혹시 꿈이라도 기대했지만 자는 동안 아무 꿈도 꾸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믿은 6은 뭐지?
내 머릿속 허상을 믿고 그간 지냈다는 생각에 나는 다 무너져 내렸다.
이젠 어찌해야 할지 몰랐지만 남편은 안전한 길을 가겠다며 내 의견과는 상관없이 치료를 더 받았다.
내가 할 말은 없었다!
본인의 생명인데 본인의 선택이 중요한 것을....
이해는 갔지만 그간 내가 믿고 견딜 수 있게 해 준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고 내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
견딜 수 있게 해 준 것만도 감사하고 잊어야 하는 것인지....
그래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포기를 해야 하는지 기늠이 서지 않았다.
도대체 뭔지 몰랐다!
어떡하지?
등대가 사라진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