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자신을 포기하라는 남편!
그 시절은 심심하면 짐을 싸서 입원하러 병원에 가야 했다.
그것도 컴컴한 이른 아침에 가야 하니 가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입원 전 날은 무척 우울했고 이런 날은 안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름이 지나 겨울로 접어들 때면 독일은 한 시간을 바꾼다. 그래서 낮의 길이가 더 짧아지고 해도 일찍 지게 된다.
길어진 밤은 큰 우울감을 더한다.
3차 약물치료를 끝내고 내가 없는 사이에 담당의가 와서 "지난번 가슴 촬영 때 종양이 조금 남아있었으니 이번엔 다 없어졌을 거다!"라 했고 "그런데 간에 뭐가 있으니 Emergency로 가보라!" 했다며 남편이 고개를 떨구며 "간에도 퍼졌나 봐! 나 이제 죽을 거니까 포기해!"라고 했다.
그런데 대학병원 외래에 EMERGENCY라고 쓰여있어 의아했던 적이 있었다.
남편은 단어 뜻을 오해해 급한 상황으로 이해를 해서 머리를 푹 숙이고 나보고 다시 학교 다니고 자기 때문에 희생하지 말라고 말을 했던 것이다.
난 이게 다 무슨 소리인지 몰라 담당의사를 만나러 갔다.
"우리 남편 죽어요? 종양이 간에도 전이됐나요?"
라고 물었다.
의사는 정색을 하며 아니라고 간에 혈종 같은 것이 있는데 이것은 안 위험하니까 퇴원 후에 시간 될 때 외래에 가서 한번 진료를 받아보라 했다는 것이다.
난 의사에게 "남편이 단어뜻을 오해했다. 감사하다!" 인사하고 왔다.
남편에게 와서 설명을 하니 남편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정말이야?"라고 묻는데 코미디도 아니고 외국살이의 힘듦이 물씬 느껴지며
"별것이 다 사람을 고단하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남편은 지옥을 오갔을 것이다.
너무 마음이 짠했다.
그렇게 치료를 받고 다시 집으로 왔다.
모두들 느끼겠지만 아무리 거지 같아도 내 집이 주는 안정감과 포근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특히 병원에서 퇴원하면 더 강하게 와닿는다.
"이제 살아서 왔구나!"
무어라 말할 수 없는 포근함과 자유가 느껴진다.
이젠 또다시 나의 차례가 되는 것이다.
도망간 입맛을 찾아오는 것이 제일 중요한 과제였다. 표적치료나 면역치료는 그렇지 않지만 일반항암치료는 우선 체력을 기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어떤 음식이 암에 좋은 지보다 일단 먹는 게 중요하다. 체력이 있어야 한다.
그 시절 내 머릿속에는 남편이 좋아하는 재료를 어디서 찾지가 큰 과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