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16살짜리의 자살.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때 일이다.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집에 돌아온 아들이 "엄마, 오늘 학교에 가니까 저 앞에 한자리가 비어있어서 결석인가 보다 했더니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어제 걔가 자살했대요!"
"왜?"
"아직 사귀지 못한 친구라 몰라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대요!"
난 너무 놀라고 두려움이 확 찾아왔다.
아들 근처에 죽음이 있다니....
사고도 아니고 16살짜리가 스스로 택하는 죽음이 있다는 사실에 많이 무섭고 긴장이 되었다.
어린애가 무엇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끊었을까?
어린 시절 엄마한테 "엄마, 힘들어 죽겠어!"라 하면 우리 엄마는 늘 우리에게 "생목숨 끊는 것이 어디 쉬운 줄 아냐! 죽을 용기가 있다면 그 용기로 살아라!"라 말씀하셨다.
그래서 난 죽는 용기가 어려움을 헤쳐나갈 용기보다 크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죽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
나도 고등학교시절 끊임없는 시험에 시달리고 무거운 책가방에 치여 키도 잘 못 자라고 손바닥엔 굳은살이 박여도 꿋꿋이 버텼다.
만원 버스에서 김치국물에 책이 젖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책에서 냄새가 나도 차라리 죽어야지 하는 생각은 안 하고 시험날이 다가오면 친구들과 같이 "야~ 내일, 어쩌냐?" 하며 웃으며 견뎌냈던 기억이 있다.
무서워진 난 심각하게 아들에게 부탁했다.
"아들! 넌 아무리 힘들어도 자살하면 절대 안 돼.
힘든 일 있으면 엄마한테 꼭 말해야 해. 그래야 엄마가 널 도울 수 있어! 알았지!"
아들이 "엄마! 난 절대 안 죽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 말이 얼마나 고맙던지 잊을 수가 없다.
성적이 오르는 것보다 훨씬 기쁘던 날이었다.
아들의 삶에 대한 애착을 보던 날,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살다 보면 생목숨을 끊을 만큼 힘든 일은 분명히 있을 거지만 어려움울 바로 코앞에서 바라보지 말고 좀 뒤걸음 쳐서 어려움의 높이를 다시 측정해 봤으면 좋겠다.
내가 어떡하면 건너갈지...
나의 힘이 부족하면 하늘의 힘을 빌려서라도 건너겠다 마음먹으면 도움은 올 것이다!
그렇게 간절한데 모르는 누군가라도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