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한번 웃게 해 드릴게요.
아들은 학교를 다녀오면 공부 좀 하다가 피곤하다며 10시면 잤다. 고3인데 그랬다.
그런데 지인의 아들은 공부하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것을 보면 부모마음이 짠하다 했다.
그래서 "아들아! 그 집은 공부하다 책상에 엎드려 자서 부모맘이 짠하데"했더니, 아들이 말하길 "어차피 자는데 편히 누워 자지 뭐 하러 그러냐?" 라 했다.
대책이 없는 아들이었다.
학부형 회의 때 우연히 대학 후배를 만났다.
대학 후배 딸과 아들이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는 후배와 통화할 일이 있어 이야기를 하다가 "언니! 내일이 모의고사인 거 알아요?"라 했다.
"아니, 몰라!"그랬더니 후배가 "그럴 줄 알았어. 나도 아들 때 그랬으니까!"라며 웃었다.
후배도 큰애는 아들 작은애는 딸인데 아들 때 자기 일하느라 아들을 믿고 지내다 보니 대학진학에 쓴맛을 봐서 미국으로 보낸 경험이 있었다.
좀 당황스러웠지만 일을 끝내고 집에 가니 아들이 놀고 있었다.
"너, 내일 모의고사라며 놀고 있으면 어떻게 하니?" 그러자 아들이 "말 그대로 모의인데요!"라 했다. 어이가 없었다.
이런 나를 보며 아들이 한 말이 더 어이없다.
"엄마, 뭐 매번 웃으려고 해요. 수능 때 한번 크게 웃게 해 드릴게요!"
수능 때 웃었으면 난 이 말들을 기억 못 할 것이다.
기쁘게 잊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