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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말! 말!

29화. 엄마를 믿기에...

by 권에스더

아들이 초등학교 때 뚱뚱했다.

캐나다에 있을 때는 학교를 30분 걸어가고 걸어오고 놀이터가 넓으니 그다지 심하지 않고 통통한 편이었는데 한국에 오니 운동반경이 갑자기 줄며 심하게 살이 찌기 시작했다.


본인도 신경이 쓰였고 나도 걱정을 하니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살을 빼겠다고 마음먹고 매일 줄넘기를 하며 식단조절을 했다.

그랬더니 한 달 만에 4Kg이 빠졌는데 성장기라 키는 부쩍 자랐다. 키가 자라며 몸무게가 감소하니

무척 말라 보였다. 몸무게 조절은 성공한 것 같았는데 문제는 엎드려있다가 일어나면 어지럽다 했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도 빈혈은 아

"기립성 빈혈"이니 일어날 때 천천히 일어나라 했다. 그래도 자꾸 "엄마! 어지러워!"라 하니 나는 걱정이 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생각 끝에 몸에 좋다는 음식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맑은 추어탕을 주문해 진액을 먹여도 보고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한 식단을 준비해 먹였지만 빨리 좋아지진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개고기를 한번 먹여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 한번 해보자."


그래서 수업이 끝난 후 유명한 곳이 어디인지 검색을 해보니 교대역에 있다고 나와있어 찾아갔다. 이미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고 갔는데 줄이 말도 못 하게 길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그날이 초복이었다.

아줌마 아저씨들이 웅성거리며 긴 줄을 서있었다.


그때는 카드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던 때라 사람들은 아직 현금을 많이 사용했다.

주인아주머니는 허리에 전대를 차고 있었는데 구겨진 현금이 빠져나올 정도로 가득했다.

"나도 저런 장사할걸, 괜히 공부했네." 은 돈을 보니 잠시 내 삶의 후회도 들었다.

2시간을 기다려 수육 한 접시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들어오자마자 아들을 불러 "아들, 이것 좀 먹어봐!"

"뭔데요?"

"소고기 수육이야." 개고기라 하면 안 먹을 거니까 거짓말을 했다.

아들은 한점 먹더니 "엄마! 이거 소고기 아니에요.

고기 모양도 이상하고 냄새도 나요!" 그러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난 좀 더 먹이려고 "아니야, 아들~ 소고기야!"

그러자 "엄마! 엄마가 속은 거예요. 이거 소고기 아니에요."라 했다.

엄마를 믿기에 엄마가 거짓말한다고는 전혀 생각 안 하고 속았다고 말하는 아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그 고기는 할 수 없이 내가 하루 한두 점씩 겨우 먹어 없앴다. 나도 먹기가 엄청 거북했다, 냄새가 나서....

이것을 왜들 즐겨 먹는지.... 그 많이 기다리던 사람들은 어떻게 맛있게 먹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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