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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프니 엄마야

18화. 장판

by 권에스더

엄마의 눈썰미는 뛰어났다.

옷도 보면 만들 수 있어서 어린 딸들의 옷도 만들어 입히셨고 당신의 한복도 양장도 다 만들어 입으셨다. 어쩌다 기성복을 사면 마음에 쏙 들게 고쳐 입으셨다.


내가 아들을 낳을 때도 엄마가 아기 기저귀, 이불, 요, 베개를 만들어 주셨고 나의 침대보도 이불싸개도 다 만들어 주셨다.


심지어 집수리도 아저씨들이 하는 것을 보면 그다음부터는 시멘트와 모래를 사다 작은 집수리는 엄마가 직접 하셨다.

흑손으로 시멘트를 반죽하여 바르시는 것을 보고 어린 나도 옆에서 같이 발랐던 기억이 있다.

시멘트도 결을 따라 잘 발라야 벽돌에서 떨어지지 않고 잘 달라붙는다. 그리고 여러 번 문지르면 찰지게 붙는다.

어려서 깨달은 것이다.


집에 칠을 해야 할 때도 칠을 사다 직접 바르시곤 해서 집에 여러 크기의 붓이 있었다.

"이럴 땐 이 크기의 붓을 써야 한다."며 가르치셨다.

우리 아들의 미끄럼틀이 색이 벗겨졌다고 사포로 문지르고 예쁜 색으로 다 칠해주시기도 했다.


하루는 엄마가 도배를 하셨다.

오빠들 보고 도배지를 들어 천정에 맞추어 붙이면 아래로 빗자루로 훌트면서 붙였다. 무늬도 맞추며 하셨다.

장판도 혼자 다 바꾸셨다.

먼저 한지로 초벌을 하시고 그것이 다 마르면 장판지를 붙이셨다.

그게 다가 아니다. 장판을 잘 말리고 나면 니스칠을 하셨다. 장판이 반짝반짝 빛이 나자 너무 좋아하셨다.


집은 적은 돈으로 깔끔하게 변했다.

엄마는 늘 깔끔한 것을 좋아하셨다.

사람들은 "세상에 재주도 좋네!"라며 칭찬을 하였다.


생각해 보면 엄마덕에 난 별것을 다할 줄 안다.

요즘 돈만 있으면 되는 것들이지만....

혹시 캐나다로 이민 가면 인건비가 비싸 내 손으로 집수리를 하는데 이 재주를 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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