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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 소담 V

쓸개 없는 사람!

by 권에스더

어린 시절 어른들은 어떤 이를 보며 "저런 쓸개 없는 것들!" 이란 말을 썼다. 줏대 없이 남에게 아부하는 사람들을 향해 어른들이 많이 쓰던 말이다. 어린 시절 이 말을 들으며 쓸개는 없어도 되나 보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 사람들도 잘 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쓸개즙은 간이 만든다.

쓸개에 저장해 두었다가 기름진 음식이 들어오면 알맞게 분비한다. 그래서 간은 평상시 조금씩 만들면 된다. 그런데 쓸개가 없어지면 시정은 달라진다.

음식이 들어오면 간이 분발해야 하니 간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


이런 쓸개즙의 역할은 지방을 잘게 잘라 소화액과 잘 섞이게 하는 역할이다. 즉 지방의 유화작용이다.

그러니 쓸개즙이 없으면 지방소화에 문제를 갖는다. 또 다른 역할은 위에서 넘어온 산성인 음식을 중화시켜 주는 역할이다. 그래야 소장에서의 소화가 촉진된다.


그럼 우리는 초식동물은 쓸개가 없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초식동물인 소는 우황이 있다. 유명한 한약재이다.

식물에도 지방이 있어 쓸개가 있는 것도 있고 즙만 분비하는 초식동물들도 있다.


요즘 주변에 쓸개에 문제가 생겨 떼어낸 사람들이 많다.

아무래도 수술 후 문제가 있어야 할 텐데 문제를 못 느끼는 사람이 많다. 아무렇지도 안 탄다.

이상한 일이다. 진짜 없어도 되는 기관이었나?!


3년 전 나도 쓸개에 이상이 생겨 떼어냈다.

난 꼬박 일 년을 설사했다. 처음 한 달은 죽만 먹었는데도 말이다.

나의 간은 평상시처럼 작용하고 분발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외출하기가 어려웠다. 꼭 나가야 하면 굶고 다녀왔다.


의사는 두 달 정도면 돌아올 거라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난 쓸개가 없는 부작용을 톡톡히 겪었다.

쓸개 없는 인간이 되려니 많은 고통이 따라왔다.

부작용이 없다는 사람들은 30대에 제거한 사람들이다. 젊음은 상실도 빨리 치료하고 적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서의 상실은 극복이 어렵다.


쓸개는 나에겐 중요한 기관이었다.

이젠 소중한 것들도 떼어내며 살아가고 있다.

산다는 것? 그리 쉬운 일은 아니는 것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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