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 소담 IV
독일산 뻐꾸기시계엔 자연이 담겨있다.
독일에서 공부하던 시절 남편이 아팠던 적이 있었다. 남편은 퇴원 후 요양을 갔었는데 독일 남부 작은 폭포가 있는 도시였다. 의료 보험으로 다 제공되는 것이라 많이 놀랐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돈이 없으면 병원에 못 가던 시절이었다. 참 많이 비교가 되었다.
독일인과 한국인.....
지금은 차이가 많이 없어졌지만 그땐 그랬다.
난 주말이면 남편을 보러 기차를 타고 그 도시로 갔다. 시골 마을이라 기차도 여러 번 갈아탔다.
남편과 같이 주변 작은 마을로 산책을 갔었는데 그 마을이 가내 수공업으로 뻐꾸기시계를 만드는 마을이었다. 시내의 가계에는 기념품으로 뻐꾸기시계들을 팔았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시계들이 있었고 관광객들은 이 시계들을 샀다.
미국사람들은 주로 큰 것을 구입했다.
산책을 하다 보니 숲에 차이는 것이 솔방울이었다.
솔방울은 소나무의 씨를 품고 있는 열매다.
정확히 말하면 열매라는 말대신 구과라고 해야 한다.
은행나무처럼 소나무는 암컷과 수컷나무가 따로 있다. 당연히 솔방울도 두 가지이다, 암컷 나무가 만든 암솔방울과 수컷나무가 만든 숫솔방울 두 가지가 계속 발에 밟혔다.
밟아도 암솔방울은 끄떡없는데 숫솔방울은 약해서 다 부서졌다. 암솔방울은 수정된 씨를 보호해야 해서 크고 강했다.
뻐꾸기시계의 추는 솔방울이다.
뻐꾸기시계에 달려있는 솔방울은 크고 강한 암솔방울들을 흉내 낸 모양이었다. 주변에서 많이 보이는 것들을 모티브로 만든 시계였던 것이다.
다음 날은 숲에 있는 뻐꾸기시계집을 보러 갔다.
조그만 집 한 채가 시계였는데 속에 들어가면 시계의 톱니들이 도는 것이 보였다.
시간이 되면 높은 창문에서 뻐꾸기가 나와 울었다.
관광객들은 사진기를 들고 12시를 기다렸다. 뻐꾸기가 제일 많이 우는 시간이니까.....
우리도 기다렸다.
시간이 되자 창문이 열리고 뻐꾸기가 나왔다.
크고 뚱뚱한 뻐꾸기가 느리게 나오더니 "삐꾹 삐꾹" 하고 울어서 보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예상밖의 소리였다.
우리도 예쁜 뻐꾸기시계를 하나 사서 돌아왔다.
그 시계는 아직도 벽에 달려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은 작동을 못한다. 어린 아들이 뻐꾸기소리를 듣겠다고 정신없이 잡아당겨서 일어난 일이다.
지금도 그 집은 있을 것이다. 많이 수리되고 변했겠지만.... 그 마을도 여전할 것이다.
아마 관광객이 늘었을 테니 뻐꾸기집 평수가 늘었을 수도 있다.
요즘 보면 내가 구경 다니던 시절보다 어디나 관광객의 수가 엄청 증가했다. 그래서 든 생각이다.
주변 환경이 창의력을 자극해서 만들어진 시계,
우리를 자극할 수 있는 좋은 환경,
굳이 좋은 환경이란 말은 쓸 수 없다.
그 마을은 겨울이면 눈에 고립되고 솔방울만 많아서 해낸 일이니까.....
환경이 누구를 자극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