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정도 되었을 때 엄마가 동네가게 가서 무엇을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키곤 하셨다.
난 사실 아들이 그 나이 때 사고 날까 봐 아들을 심부름시킨 적이 없다. 시절이 달라 골목에 차와 오토바이가 다니니 난 할 수가 없었다.
그땐 집 밖을 나오면 떠돌이 개들이 막 싸우고 있어서 남의 집담벼락에 바짝 스파이처럼 붙어 무서워서 못 가고 서있었다.
개들이 싸우다 실수로 날 물까 봐 무서웠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개들이 막 싸우며 다른 곳으로 우르르 달려가곤 했다.
어느 날 친구와 같이 큰 대문집 앞에서 놀고 있었다.
대문이 덕수궁보단 작지만 굉장히 커서 동네에서 그렇게 불렀다.
놀다 대문사이로 들여다보면 넓은 잔디가 쫙 깔려있고 저 멀리 정자가 있는 집이었다.
더 안쪽에 있는 안채는 보이지 않았다.
조선시대 대감의 첩이 살던 집이라는데 북촌 한옥마을처럼 보존되지 못하고 개발 때 사라졌다.
그 집은 넓어 셰퍼드 2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작은 문이 열리면 그 집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나오던가 그 집주인아줌마가 나왔다.
그 집주인아줌마는 남편이 하던 큰 사업을 한다고 들었다. 남편은 부자라는 이유로 6.25 때 잠옷바람으로 북으로 끌려갔다.
아직도 그때 봤던 아줌마의 차림이 눈에 선하다.
그 시절 검정 투피스에 귀한 나일론 살색 스타킹 깜장 반짝이는 에나멜구두를 신고 있었고 구두위로 발등의 살이 소복하게 올라와있었다.
주인아줌마가 출근하고 나니 그 집 문이 닫혔다.
내 친구와 떠들며 놀고 있는데 갑자기 그 집 문이 탁 열리더니 줄이 풀린 셰퍼드 2마리가 툭 뛰었나 왔다.
우린 깜짝 놀라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한 마리는 나를 따라오고 다른 한 마리는 내 친구한테 달려갔다.
난 우리 집 쪽을 보니 개 한 마리가 그쪽에 있어 집 반대방향으로 달려 대문이 열린 집으로 무조건 튀어 들어갔다. 그 집 마루로 뛰어 올라가며 "살려주세요!"라고 소리를 쳤다. 그러자 그 집 큰오빠가 나와 긴 막대기를 휘두르며 개를 내쫓아주었다.
좀 진정하고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나왔는데 그 오빠가 또 이러면 오라고 했다.
내 친구는 어찌 되었나 보려고 오니 사람들이 몰려서 있고 내 친구는 아빠 팔에 안겨 울고 있는데 엉덩이 살이 주먹만큼 떨어지다 말고 달려있는 것이 보였다.
"빨리 병원에 가야 해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고 울며 떠난 내 친구는 그 이후 볼 수가 없었다.
엄마한테 그 집 이사 갔다고만 들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아들을 낳았다.
아들은 사람을 무척 좋아해 3살 때쯤 밖에 나가 자고 졸랐다. 밖에 나가도 별로지나 가는 사람도 없고 어린아이는 더욱 없는데도 나가길 바랐다.
우리 옆집 대문 앞에 앉아 그 집안도 들여다보고 지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을 재미로 여겼다.
옆집에는 조그만 강아지가 있었는데 사나웠다.
어느 날 아들이 그 집을 들여다보다 강아지가 보이니 작은 손을 대문 사이로 집어넣었다.
그러자 그 강아지가 손가락을 물었다.
아들은 울고 난 놀라서 어쩔 줄을 몰랐다.
집으로 돌아와 소아과의사한테 전화를 하니 한 2주 개가 건강한지 살펴보라고 혹시 광견병이 있을까 봐 그래야 한다 했다.
그 뒤로 그 집 강아지가 건강한지 살펴보는 것이 일이 되었다. 광견병은 길에 사는 개가 걸리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그런 개한테 물리면 사람도 걸리는 무서운 질병이다.
혹시 하며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남의 집 개가 건강하길 바라던 적은 처음이다.
개를 기르시는 분은 타인이 공포를 느끼지 않게 잘 관리하며 데리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강은 당연하다. 개가 사람한테 옮기는 기생충도 있음을 생각하면 예방접종도 잘해야 한다.특히 아기와같이 기를때는 더욱 그렇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순해요!"
이런 말은 본인한테나 그렇다는 것이지 타인에겐 다르다. 특히 개에 대한 공포가 있는 나는 무섭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그 안에 개가 있으면 깜짝 놀란다. 타인에게 이런 피해는 주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