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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 소담 V

타국에서 그리워지는 한국 음식들!

by 권에스더

나의 대학 시절에 큰 아파트단지가 생기기 시작했고 단지 내 슈퍼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 가본 단지가 압구정 현대단지였는데 단지가 너무 크고 휑해서 좀 놀랐다.

지금을 떠올리면 안 된다. 강가에 아파트만 즐비하게 있었으니까.

주변에 뭐가 없었다.

무슨 집이 이렇게 많지.....


단지 내의 슈퍼들은 시장을 이용하며 살던 우리에게는 신세계였다.

많은 물건이 있는 것도 좋았지만 날씨의 구해를 받지 않고 쇼핑을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편하고 좋았다.


그러다 독일에 갔다.

그 시절은 우리나라와 독일의 생활수준 차이가 컸다.

독일의 슈퍼들은 우리나라보다 크고 물건도 많고 과일도 못 보던 것들이 있었다,

제일 좋았던 것이 바나나가 싼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는 그 시절 바나나가 없었다.

키위도 그때 처음 먹어봤다. 랜지도 엄청 쌌다.

먹을 것이 풍부해지니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달걀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고 고기도 싸고 맛있는 음료도 많았다. 무엇보다 각종 유제품이 많아 좋았다.


별별기름이 다 있었는데 처음 보는 카놀라유도 있었고 올리브기름이 다양하게 많이 있었다. 올리브기름은 볶지 않고 생으로 샐러드에 넣어 먹었 거기선 버섯도 호박도 데치지 않고 날로 먹는 것이 이상했다. 무조건 신선한 야채를 먹으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그 당시 독일 TV에서 기름별 유방암에 미치는 영향이란 방송을 보았다.

나라별 주로 먹는 기름과 유방암환자의 빈도를 보여주었다.

많은 기름을 비교해 주었는데 콩기름이나 옥수수기름들은 좋지 않았다.

그리스 여성들이 많이 먹는 올리브기름이 제일 발병률을 낮춘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리스 여성이 뚱뚱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대비 발병률이 낮다는 내용이었다. 뚱뚱함은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 중에 하나이다. 그때부터 올리브기름으로 먹었다.


처음엔 새로운 것들을 먹느라 모르고 지냈는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어느 날 깻잎장아찌도 먹고 싶고 참기름 넣고 비빈 냉면도 먹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거기에는 그런 것은 없었다.

나중에 안거지만 그것은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것이었다.


지인에게 이 말을 했더니 기숙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조그만 텃밭에 깻잎을 심어보라고 빌려주었다.


주중은 실험실에서 일을 해야 해서 못 가고 주말에 가서 씨를 뿌리고 물도 주고 텃밭을 가꾸었다.

어느 날 깻잎이 나기 시작하니 신이 났다.

다음 주면 깻잎을 좀 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 주말이 되어 기대감을 갖고 텃밭에 갔다.

몇 장 나있던 깻잎이 커있었다.

신이 나서 다가가 보니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있고

심한 곳은 잎은 없고 잎맥만 있었다.

살펴보니 달팽이들이 붙어 있었다. 달팽이들이 다 갉아먹었던 것이다. 달팽이가 치설이라는 이가 있다더니 정말 다 갉아먹어 치웠다.


평상시 등에 집을 지고 다니는 달팽이를 귀엽게 생각했는데 이 모습을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달팽이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지 처음 알았다.


그렇다고 농약을 뿌릴 수도 없고,,....

어쩌지,.....

생각 끝에 텃밭 주변에 돌담을 쌓고 달팽이들을 다 떼어내 멀리 던지고 돌아왔다.

달팽이가 다음 주까지 못 돌아오길 바라며.....


달팽이가 먹다 남은 큰 잎은 몇 장 따왔다.

어떻게 얻은 것인데라는 생각이 드니 아까워서 버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런 깻잎을 먹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환경이 바뀌니 별개 다 귀해진다는 생각을 하며 긴 그래서 그냥 버렸다. 한국에선 30장에 백 원이었는데.....


다음 주에 텃밭에 또 갔다.

실망스럽게도 달팽이는 또 와있었다.

할 수 없이 텃밭을 포기하기로 생각하고 멀쩡한 깻잎 딱 두장을 따 가지고 왔다.

두장이지만 그래도 깻잎향을 느끼니 깻잎에 대한 목마름은 해결되었다.

참기름은 한국에서 공수해 서 냉면을 먹었다.

향수가 달래지는 느낌이었다.

알 수 없는 포근함이 느껴졌다.


참기름 맛을 보니 불현듯 엄마가 깨를 씻어 방앗간에 가져가면 깨를 볶아 참기름을 짜주곤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기름을 많이 얻으려고 많이 볶았 기억도 났다. 엄마의 고생이 담긴 기름이었다.


이렇듯 대부분의 종자들은 지방을 품고 있 기름이 나온다.

발아 시 에너지원으로 쓰려는 것이다.

사람은 지방을 당으로 전환시키지 못하는데 발아 시 종자는 품고 있던 지방을 당으로 바꿔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싹이틀 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씨앗을 짜면 기름들이 나온다.

심지어 포도씨도 기름이 나온다.


한국을 떠나니 한국이 그립고 또 독일을 떠나

한국에 돌아와 살고 있는 지금은 독일에서 맛있게 먹던 음식들이 가끔 그립다.


그래서 가끔 이태원에 간다. 그럼 음식이 옛 추억을 돌려준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간사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사람은 언제나 좋은 추억을 그리며 산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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