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는 "조하리의 창"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조하리의 창은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열린 창: 나도 알고, 남도 아는 나의 모습입니다. 나만의 개성이나 특징 등 외적으로 드러나는 나에 대한 부분입니다.
보이지 않는 창: 나는 모르지만, 남은 아는 나입니다. 나는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남에게는 보이는 나의 습관이나 성격, 특징 같은 부분입니다.
숨겨진 창: 나는 알지만 남은 알지 못하는 나입니다. 내가 드러내고 싶지 않아 숨기는 나의 취약점이나 비밀 같은 부분입니다.
미지의 창: 나도 모르고, 남도 알지 못하는 부분으로 나의 무의식에 해당합니다.
내가 타인에게 나를 얼마나 드러내는지에 따라 창의 크기는 달라집니다.
각 영역에서의 내 모습을 생각해 보면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내가 어떻게 보이고, 내가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이론입니다.
어제 저는 이 조하리의 창 중에 저의 보이지 않는 창을 만났습니다.
낮에 컴퓨터에 앉아 글을 쓸 때였습니다.
제 나름은 집중해서 하고 있는데 아이가 오더니 물었습니다.
"엄마, 화났어?"
"아니, 엄마 집중하고 있어"
조금 지나니 또 묻습니다.
"엄마, 화났어?"
"아니, 엄마 집중하고 있어"
그런데 좀 있자니 또 와서 물어봅니다.
"엄마, 화났어?"
집중에 계속 방해를 받으니 결국 손을 놓고 아이를 봤습니다.
"00야, 엄마 지금 집중하고 있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왜 자꾸 묻는 거야?"
"아니, 그게... 말은 집중하고 있다고 하는데, 표정은 계속 화난 거 같아서."
"...아니야. 화난 게 아니라 이걸 빨리하고 싶은데 잘 안돼서 엄마가 더 집중하느라 그랬어. 지난번에 네가 엄마하고 놀고 싶어 했는데 못 놀았잖아. 그래서 엄마가 오늘 이거 빨리 끝내고 같이 놀려고 생각했거든."
"아... 그럼 난 기다릴게"
그렇게 아이와의 대화를 마치고는 '아.. 내가 집중하는 모습이 쟤한테는 화난 것처럼 보이는구나'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하던 걸 마치고 아이랑도 놀고 마트를 갔습니다.
다음 달부터 지역화폐 카드 사용이 바뀌는 부분이 있어 직원에게 확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직원의 설명이 제가 아는 것과 약간 달랐습니다.
'어? 내가 아는 건 다음 달부터는 이게 안되는 건데?'라고 생각하면서 제 머릿속에서 제가 아는 정보와 직원의 설명을 마구 조합해 보고 있었습니다.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직원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일반적이던 말투가 상냥하게 변했습니다.
'응? 뭐지? 갑자기 왜 이러지?'
그냥 "네~" 하고 직원의 설명을 듣고 나오면서 머릿속에 남은 건 지역화폐가 아니라 그녀가 갑자기 왜 표정이 밝아지고 말투가 상냥해졌는지였습니다.
그제야 아침에 있었던 아이와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제야 지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그들이 나에게 했던 "표정이 왜 심각해?"라는 말이 기억났습니다.
'아... 나는 집중할 때 표정이 심각해지는구나. 그게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화난 것처럼 보이는구나. 그래서 아까 마트에서 갑자기 상냥하고 친절하게 설명했던 거구나. 아, 그랬구나..'
제가 모르던 제 모습 하나를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불필요한 긴장과 오해를 만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을 줄이기 위해 이 부분은 신경을 쓰고 바꾸어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마 상대의 표정이나 말투가 바뀌면 자동으로 떠오를 것 같습니다.
제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나를 만나는 건 약간의 충격이기도 했으니까요.
제 입장에서는 이렇게 또 나를 알고 가까워진다는 생각에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마트 직원분은 그렇지 않았겠지요?
다음에 가면 웃으며 친절한 나를 보여주어야겠습니다.
가끔 내 곁에 사람들이 나를 알려주고 보여주는 내 마음의 실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또 어떤 나를 만날까요?
오늘, 당신은 어떤 당신을 만나실까요?^^
오늘도 당신의 셀프 돌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