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두려움 앞에 나를 지키려면 해야하는 것

by 셀프소생러

순간적으로 두려움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뭔가 위협적인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사소하게 어긋난 일에 대해서도 어느 순간 두려움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 내가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이런 식으로 작은 걸림돌이 두려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인간은 상상력의 힘으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실제와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생각이 저렇게 흘러가면 마음은 부정을 향해 마구 달려갑니다.


거기에 맞춰 뇌는 부정을 위험으로 인식하고 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몸을 준비시킵니다.

근육이 긴장되고 맥박은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집니다.

이쯤 되면 부정에 내가 온 존재로 반응하게 됩니다.


그러니 생각이 부정을 향해 달려가는 그때, 내 마음을 돌보고 내 생각을 점검해 볼 수 있다면 시스템처럼 자동으로 일어나는 부정에 대한 반응을 미리 조절하고 제어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두려움을 일으킬 때 무엇이 두려운지 그 마음을 들여다보다 보면, 종종 그 두려움의 실체가 비난일 때가 있습니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겪게 될지도 모를 주변의 반응들, 즉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이나 평가로 인해 느끼게 되는 나에 대한 거부감, 비웃음과 무시 같은 것들이 두려운 것이지요.


진화심리학에서는 과거 수렵채집시절에 생존에 필수적이었던 공동체에서 비난받아 쫓겨나게 되면 생존이 위태로워지기에 인간은 타인의 비난을 생존의 위협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내 안에서 일어나는 두려움의 바탕에는 비난에 대한 거부감, 위협감이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일이 잘못되거나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내 안에 자리 잡은 소리가 나를 탓하고 비난하고 무시하는 겁니다.

바로 내 무의식 안에서요.


이는 과거에, 주로 내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힘들었던 어린시절에 주변으로 부터 들었던 비난과 무시의 말들이 상처로 남아있어서 그렇습니다.

나의 경험에서 생겼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고, 그래서 나에게 미치는 힘과 영향도 커서 작은 실수에도 나를 탓하고, 일이 그르치면 나를 먼저 비난하게 합니다.


하지만 세상 어떤 일도 온전히 내 잘못으로 일어날 수는 없습니다.

아무 잘못 없는 친구, 가족에게 내가 화를 냈다면 겉으로 보기에는 내 잘못이니 주변은 나를 탓하지만 사실 나에게도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괜히 짜증 나고, 갑자기 신경질이 나는 것처럼 가끔은 그 이유를 나조차 모를 때가 있기도 합니다.


어느 것도 잘못된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 내가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인정과 사과를 하되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막연하게 두려움을 느낀다면 '괜찮아.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괜찮은거야.'라고 나를 다독이고,

잘못은 인정을 하고,

탓하고 비난하는 마음이 든다면 , '네 잘못이 아니야. 네 탓이 아니야. 너는 그런 아이가 아니야'라는 말로 위로하면서 상처받은 내 마음을 안아주어야 합니다.


이제 어른이 된 내가 상처가 되어 웅크린 내 마음에게 말해주어야 합니다.


설령 어떤 일이 나로 인해 잘못되었고 나조차 수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해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외적으로는 내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내적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또 그래서 힘든 나를 안아주고요.


남은 나를 비난할 수 있지만, 나는 나를 끝까지 비난하고 매정하게 대해서는 안됩니다.


크든 작든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탓하기만 하면서 내가 힘을 낼 수는 없습니다.

탓하고 비난하는 마음이 힘을 내기란 어려우니까요.


나를 질책하는 마음 앞에 '네 잘못이 아니야', '누구나 그럴 수 있어'라고 위로해 주는 일이야말로 내가 나를 돌보는 셀프 돌봄이며, 내가 나에게 힘을 주는 셀프 소생입니다.

하지 않은 이유가 없으며 누구도 대신해 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나에게는 내가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기 돌봄을 통해 얻게 되는 5가지 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