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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공허해지는 이유

by 셀프소생러

끓여 놓은 육수가 동이 나 다 육수를 우리기 시작했습니다.

멸치도 넣고, 다시마도 넣고, 새우도 큰 새우 작은 새우 골고루 섞어 넣었습니다.

황태까지 얹어 한 냄비 끓이면 우러나는 진하고 깊은 맛이 '이거 하나 면 됐다'싶음 만큼 든든할 때도 있습니다.

가만히 끓는 육수를 끓이다보니 육수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관계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과 어울리다 보면 내 색을 드러내기는 어려워집니다.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양보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내 뜻대로 하지 않고, 네 뜻대로도 하지 않으면서 같이 즐겁기 위해 만나는 거니까요.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는 자연스럽게 멀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를 돌아보고, 알아가는 시간 없이 무턱대고 남과 어울리다 보면 내 중심, 내 정체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을습니다.

그런 관계 뒤에 느끼는 공허함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육수에 멸치를 너무 많이 넣으면 멸치 맛이 강해 다른 맛과 향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관계에서도 조화롭게 어울리기 위해서는 나를 너무 내세우지도 말아야 하지만, 나를 잃지도 않아야 압니다.

그러니, 혼자있는 시간은 외로운 시간이 아닙니다.

그건 다양함 속에서 잃어버렸던 나를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나를 돌아보고 회복하고 정리하는, 내가 점점 깊어지고 진해지는 숙성의 시간입니다.

저도 그렇게 깊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꺼이 혼자이고 싶습니다.

관계 안에서 머물며 나를 잃지 않고 나눌수 있는 단단한 내가 되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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