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목련 나무와 벚꽃 나무가 있습니다.
봄이 되면 커피 한 잔 들고, 베란다를 나가 화려한 벚꽃을 즐기고, 창문을 열어 화려한 목련을 즐기는 것이 저에게는 또 하나의 행복입니다.
그런데 작년 겨울, 난데없이 목련나무에 꽃봉오리가 올라왔습니다.
'한겨울에 웬 꽃봉오리야?'
단단한 목련꽃 봉오리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고, 차가운 폭설을 고스란히 견뎌냈습니다.
지나다닐 때마다 여린 꽃 봉오리를 걱정하고, 궁금해하며 겨울을 보냈습니다.
산수유와 민들레가 피면서 봄이오나 싶더니 요 며칠 높은 기온에 목련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와~ 목련이... 그래, 목련이 피었구나..'
겨우내 오가며 걱정했던 목련 꽃이라 다른 어느 때보다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맞아, 우리의 시린 시간도 결국 꽃을 피우게 되어있는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모두가 나를 외면하는 듯한 힘든 시간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내 인생이 왜 이런 지 모르겠는 어두운 시간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보니, 그 시간도 결국 지나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였습니다.
'어차피 난 안된다.', '아무도 날 모른다'며 마음의 문을 닫아보았던들 아픈 건 제 마음이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러냐'고 주변에 따지고 화를 낸 들 남은 건 '홀로 남은 나' 뿐이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마음을 견디며, 주변의 오해와 냉대에도 묵묵히 내 마음을 지킬 수 있었던 그 시간이 나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매서운 겨울 추위에도 목련 꽃의 생명력은 사라지지 않았듯이 시리고 아픈 기억으로 한껏 웅크렸지만 제 안의 생명력도 그대로 살아있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내 인생이 힘들다고 누구를 탓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너 때문이라고 상대와 시시비비를 따질 이유도 없습니다.
나를 오해하고 외면하는, 공격으로 다가오는 주변의 시선을 그대로 마주하고 견딤으로써 나는 강해지니까요.
그런 내 시간이 쌓이고 쌓여 결국에는 '나'라는 꽃을 피울 것입니다.
시리고 아파도 '나'라는 예쁜 꽃은 피게 되어있습니다.
제가 그랬고, 목련이 그렇듯이요.
그러니 지치지 말아요.
포기하지도 말아요.
그저 겨울이 지나가야 하는 것처럼, 힘든 내 시간도 나를 지나가야 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