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휴일 나들이로 자연생태박물관을 갔다가 동사리라는 물고기를 알게되었습니다.
"부성애가 강한 동사리"
이 한 문구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찬찬히 설명을 읽어보았어요.
동사리는 암컷이 알을 낳으면 떠난다고 합니다.
수컷은 알이 깨어날 때까지 풍부한 산소와 물을 공급해주고 혹여 죽은 알이 있으면 그 알은 자기가 먹어 자라는 알들에게 계속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며 보살핀다고 합니다.
물끄러미 동사리를 보고 있는 제 등뒤로 남편과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들에게 엄마는 첫사랑이고, 엄마에게 아들은 마지막 사랑이라고 하는데, 요즘 남편과 아이를 보면 마치 연인이라도 되는 듯 서로 행복해 합니다.
아이를 보는 남편의 시선에서, 남편을 보는 아이의 시선에 행복이 담뿍 담겨있어요.
'딸에게 남편은 첫사랑이고, 남편에게 딸은 마지막 사랑인가?'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흐뭇해 했습니다.
남편은 저보다 아이를 살뜰이챙깁니다.
그래서 저희가 외출할 때는 대부분을 남편이 알아서 준비하는 편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어요.
십수년을 살다보니 이제 이렇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어린데 남편이 육아를 도와주지 않으면(못하면) 엄마는 참 힘이 듭니다.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많이 다퉜어요.
그럴땐 유난히 육아를 잘 도와주는 남편들만 눈에 보여 내 남편이 더 못하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보니 다 소용이 없더라고요.
아무리 육아를 잘 도와준들 어차피 내 남편은 아니고, 탓하고 미워해 봐야 서로 상처만 되더라고요.
사실 남편도 안도와주고 싶고, 안하고 싶었던 건 아니래요.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방법을 몰랐고, 아기가 너무 작으니 조심스러워 쉽게 도와주지 못하겠는데 어쩌다 한 번 도와줘도 아내의 시선이 마뜩하지 않은 것 같으니 안하느니만 못하구나 싶기도했대요.
그렇게 서로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하지만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그렇게 힘든 시간이 있어서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또 맞는 방법을 찾아갔으니까요.
힘들 땐 힘들어 해도 되더라고요.
서운할 땐 서운해 해도 되고요.
다 과정이더라고요.
어설픈 남편이 육아를 함께 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한 과정의 일이고, 부부가 부모가 되어가는 시간이 필요한 과정의 일이고요.
그러니 내마음처럼 도와주지 않는다고 남편이 마음조차 없는 건 아니라는 걸 기억하면 좋겠어요.
그 마음으로 함께 하다보면 결국 행복해지는 것, 그게 사랑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