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것도 몰라?"
학창 시절 틀린 문제 앞에서 대답하지 못했을 때 들은 말입니다.
움츠러든 심장으로 고개를 떨군 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그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랬습니다.
덕분에 그런 말 듣지 않으려고 더 공부를 하긴 했지만 그만큼 마음에 두려움과 부당함에 대한 분노도 남았습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어쩝니까! 이런 일이 안 생기게 해야지요!"
직장 상사가 동료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질책 받는 동료를 보면서 '내 일은 정신 차리고 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동기부여는 되었지만 '저런 일은 당하지 말자'는 두려움도 남았습니다.
삶이 너무 조심스럽다는 생각, 종종 어딘가 불편하던 긴장감은 이런 두려움이 모여서였습니다.
하지만 같은 잘못을 해도 다르게 말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성적이 떨어질 수는 있는데, 자꾸 떨어진다는 건 네가 공부를 신경 안 쓴다는 거잖아. 이래서 되겠어?"라던가,
"실수할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이번 건은 같이 해결하고, 다음엔 이런 실수가 없도록 신경 써서 해야 돼! "라는 식으로 동기부여만 주시는 분들이요.
그 이유가 단지 사람을 대하는 것이 다르고, 말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게 말을 하는 그 '사람의 차이'라는 것을요.
같은 상황이어도 자기 안에 불안이나 분노가 많은 사람이 더 쉽게 비난하고 질책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 문제에도 그렇게 쉽게 화내고 쉽게 비난했습니다.
즉, 비난하고 질책하며 화내고 분노하는 것이 문제와 어려움을 대하는 그의 태도였던 것입니다.
물론 내 잘못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나 역시 내 몫의 책임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상대의 태도까지 내 잘못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해 들을 필요가 없는 말과 새겨 들어야 하는 말에 대한 분별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말은 상황이 아니라 그 사람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그 말을 듣는 내 입장에서도 잘못은 돌아보되, 상대의 태도까지 내 책임처럼 짊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진짜 성장은, 듣지 않아도 될 말을 걸러낼 수 있을 때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