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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의 메모 [생각]

<실존의 불안>

by 춘고

불완전-1


애석하게도 타인은 자신의 법정이다.

우리는 달라졌다는 말을 자신의 내면에서가 아닌 타인의 발성을 통해서 듣는다.


자신의 변화를 당사자가 아닌 타인의 내면에서 이루어진다는 범속적 사실은 비극이 아닐 수 있을까?

결국 자신이 자신이 될 수 있게 하는 마지막 한 조각은 '타인'이다.


불완전-2


인생은 불완전한 토르소처럼 머물다 허물어져 간다.

우리는 불완전한 삶을 연소하고 살아가며, 끝내 자신을 모두 태우지 못한 채 다가오는 종막으로 수렴된다.


불완전-3


한 때의 시절을 다시 떠올리기엔 기억 외엔 다른 근거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다행일지도,

내 안의 '무드셀라 증후군'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서...


기억은 '불완전'으로써 안정하다.


불완전-4


많은 인류는 대체로 자신에게 무엇이 없었는지.., 그것이 실제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 느낄 수 없고,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원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언어로써 밖으로 꺼내고 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알게 된다.


우리는 안다는 것을 언어로 서술할 수 없다면 그것을 초월할 수 없다.

언젠가는 '초월'을 알 수 있을까?


불완전-5


어떤 의미로 미술이 실재하지 않는 가상으로 창조된 일종의 심적 기만이라면,

인상주의자들은 미술이라는 기만 안에 침잠되어 더욱 상위 차원에서 기만의 근원인 '빛'을 쫓던 눈먼 몽상가들이었다.


결국 그들은 '빛의 부재'에서부터 파생된 불완전한 존재다.


불완전-6


'존재'는 신의 부재로써 '실존'하며, 불완전으로 완성되는 '불완전 완성체'이다.

실존은 불완전의 축복일 수도 있으며, 불완전이야 말로 인류의 실천적 경험으로써 축적한 '에피스테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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