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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리기 #2 [그림]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캐릭터>

by 춘고

학창 시절... 그러니까 무려 20세기라 할 수 있겠다.

미술이라는 걸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그 시절부터 그렸던 나만의 고유한 캐릭터가 있다.

정확한 탄생 시점은 모르겠지만, 여하간 이 녀석의 나이도 이제는 꽤 들었겠구나.


오에카키 사이트에서 그렸던... 추억의... 이 녀석

과거 인터넷을 메가패스라고도 칭하던 무렵.

혁명의 인터넷 시절.. 특정 부류들로부터 풍미 되었던 한 기류 중에, 만화나 그림 그리는 사람들 사이에 '오에카키'라는 것이 대 유행이었던 시절이 존재했었다.

게시판 자체에 설치된 포토샵 같은 툴을 가지고,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서 게시하던...

그때 자주 들렀던 어떤 오에카키 사이트에 남긴,

내 고유의 캐릭터였던 이 녀석을 아마도 내가 그렸었나 보다... (맞겠지 뭐.. 저 아래 싸인도 있는 걸;;)


강산도 완전히 변할 정도의 시간이 흘러,

우연히 내 컴퓨터 구석의 폴더 속에 이 그림이 저장되어있는 것을 운명적으로 발견하였고,

그렇게 다시 이 그림을 대면하게 되었을 때...

이거, '다시 그려야 한다'는 어떤 계시를 받았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먼지 덮인 시간으로부터 이 녀석을 구해내기로 했다. (사실 이 캐릭터를 그려놓고 이름도 안 지어줬기 때문에 그냥 '이 녀석'이라고 할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아니면 그냥 마녀...)


오랜만이다. 이 녀석..
증명사진 컷

다행히도 다시 그리는 동안 나의 인내심이 잘 버텨주어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지속적인 집중을 요하는 작업을 오래 못하겠더라.

전에는 다섯 시간, 여섯 시간은 기본, 마음만 먹으면 하루 종일도 집중하고는 했었는데...


재미있는 건, 시간이 흐르니 이런 캐릭터마저 어떤 동반자의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 (이 녀석도 20년도 더 넘었구나)


나중에... 아마 다시10여 년 흐른 후에, 그 때 그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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