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것은 적절한 위치 선정에 대한 계시록(;;)>
'우연'이 강한 '의지'를 동반한다면, 어쩌면 그것이 '계시'가 아닐까?
일종의 계시처럼 찾아왔다고 믿는다.
전부터 바라 왔던 요소들을 만족할 장소가 발견된 것은...
집을 지을 장소에 있어서 몇 가지 필수적 기준을 두었었는데,
첫 번째 - 마을에 속해야 할 것.
두 번째 - 마을에 속해 있되, 가능한 외곽이어야 할 것.
세 번째 - '읍'과의 교통이 원활해야 할 것.
우선 이정도의 필수조건을 두고, 그 후 나머지 금전적인 부분이나, 주변의 풍광 등을 유동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근데 사실 금전적인 게 제일 중요하지 않았을까?;;)
위의 세가지를 주요 근거로 삼은 이유는 먼저, 마을에 속하는 것과 속하지 않는 것 이렇게 두 갈래가 나눠질 것이다.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다 보면, 종종 보이는 집들이 있다.
산비탈에 길을 내고, 땅을 개간하여 마을로부터 동떨어진 집들.
즉 누가 봐도 저 집은 귀촌한 사람이 지었겠구나.. 싶은 집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실제로 그런 집은 도시인이 별장으로 짓거나, 귀촌인의 집이었던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귀촌 후 마을로부터 떨어져 살아가는 이유는 아마도, 새로운 집단과의 불편한 조우일텐데.
귀촌의 난이도가 높은 이유 중 한 가지는 바로 현지인 속으로 무리 없는 연착륙일 것이다.
물론 이 지점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난이도 역시 달라지겠지만, 그럼에도 가장 높은 진입장벽임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이미 존재하던 무리 속에 아무런 거부감 없이 소속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이고, 일반적으로 목격되는 집단의 받아들임은 충분히 자기 자신을 낮출수록 그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우리의 풍부한 경험을 통해 체득된 부분이지 않던가?
앞으로도 이 지점에 관해서는 자세히 기록해 놓을 것이지만, 어쨌든 우리 가족은 마을에 속하기로 정했고, 이유는 '귀촌, 그리고 시골에서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는 하나의 고립으로서가 아닌..,
도시의 삶 이후에도 여전히 사회 속에서의 삶의 연장이라는 시각이 투영된 결정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가족이 어떤 집단 속으로 넉살 좋게 접근하는 외향적 성향을 보유한 사람은 안타깝게도 없었기 때문에, 마을 안이긴 하지만, 어딘가 다소 고립되고 싶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간섭 받지 않으면서 조용히 살아가고 싶은..
이러한 모순에서부터 나온 결론이 바로, 마을에 속해 있되, 가능한 외각/마을의 끝이어야 할 것으로 정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읍'과의 '교통적 원활성'은 단순히 불편한 게 싫어서라기 보다, 가족 중에 어르신이 계셨기 때문에 유사시 빠른 병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참으로 우연히도, 어쩌면 계시스럽게도..
위의 필수조건을 만족하면서도, 풍광과 금전적인 부분까지 만족할 장소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경과
2016년에 11월에 귀촌하였고, 다소간의 적응 시기를 거치고 나서 이듬해 여름부터 땅을 보러 다녔다.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이런 유의 일들은 언제나 쉬울 리가 없지.
뻔한 클리셰처럼 우리의 터전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맘에 든다 싶으면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전체적으로는 나쁘진 않지만 중요한 몇 가지가 아쉬워 결국 고민 끝에 포기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후보로 선정했던 곳을 모두 둘러봤지만, 끝내는 안타깝게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던 중, 지나쳐 간 길목의 어느 '부동산중개소'가 정말 우연하게도 망막을 뚫고 난입하여 뇌에 전기적 신호를 가했다.
마치 신탁과도 같은 그 느낌을 두고, 결코 지나칠 수 없을 계시로서 해석하였고..
그래, 일단 한번 들어가 보기나 하자던 그 부동산중개소에서 무심코 제안한 집터가 현재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터전'이 되었다.
물론 계시받듯이 선택한 장소이었지만, 사실 땅 모양도 네모 반듯하지도 않고, 게다가 땅의 일부는 오래전부터 이웃해 있던 교회가 점유하고 있었고(이것은 복선일까?;), 또 다른 귀퉁이는 지적도 상에 우리 땅으로 구획되어 있기는 하나, 오랜 과거에서부터 마을길로 사용되던 부분도 있어서, 사실상 우리 땅이면서도 우리 땅이 아닌 모순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앞서 서술한 대로 마을의 외곽에다가, 읍내까지 차로 15분 거리이며, 비록 마당까지 차가 들어올 수는 없지만, 대신 바로 집 앞에 여유로운 주차장도 있었다.
집에 있어서 경치라는 건?
귀촌을 했어도 집을 짓기 전, 한 2년 정도를 셋집에서 살다 보니 나름 시골, 그중에서도 바닷가 마을이라는 것에 대해 다소 이해하는 지점이 있었는데...
[별장이나 펜션 같은 용도가 아닌, 실제로 살아갈 집이라면 바닷가 바로 앞은 피하라.]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생활의 지혜 같은 것인데,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대자연 앞에서의 숭고함을 맞닥뜨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자연은 그저 자연답게 자신의 길을 흘러갈 뿐, 자연은 결코 인간친화적이지 않다.
아무리 자연이 좋다 하여, 사막 한가운데 집을 짓고 살아가지 않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단지 대자연 앞의 쭈구리에 불과한 인간에게 있어 매서운 바다를 바로 접한 곳에서 살아가는 행위는 상당한 심적 각오와, 개미같은 부지런함도 필요하다.
[짠 바람과, 습도..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고 많은 것들을 수리해야 할 부지런함과 태풍 앞에서의 굳건함 등, 그런 도전정신을 가진 자라면 뭐 좋으실 대로]
그래서..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바다 뷰?
그건 아마도 바다 앞에 얼마간의 논밭이 펼쳐지고, 그 논밭과 바다를 한눈에 담을 정도의 거리만큼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장소?
아무튼 운 좋게 구한 장소가 그런 곳인데, 바다 뷰이면서도 바닷가는 아닌...
그렇게 우리가 집을 짓기로 한 장소는...
마을이면서도, 마을의 외곽,
읍내와도 교통은 편리하며,
바다 뷰이면서 바다와 가깝지 않고, 적당히 트인 공간에 펼쳐지는 논밭 그리고 그 너머의 바다.
이 정도면 우연스럽게도 매우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있었다..
그들이 나타나기 전 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