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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고 May 07. 2023

유통기한.

<會者定離, 生者必滅...  그럼에도>

1.

아내의 엄마가 아프다.

어느새 줄어버린 유통기한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아내와 그의 엄마는 각자의 시간 속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2.

아내와 아내의 엄마,

얼마 전까지 같은 공간에 존재했던 가족들 모두가 긴 시간 집을 비우고 나니, 혼자 남겨진 시간도 점점 길어져간다.

그렇다 보니 나로서는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른 것처럼, 아내를 만나기 전으로 되돌아 간 기분이다.

그 시절 나를 채웠던 기분과 느낌들은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동안 어느새 흩어져 사라져 버린 줄 알았는데.. 여직 내 안에 있었나 보다.

다만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건..

이 기분과 느낌들이 과거에는 막연한 허무함으로 해석되었다면, 지금은 흐릿한 불안이 되었다는 것.

아마도 사람이 든 자리에는 반드시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걸 애써 인식해버렸기 때문이겠지.


1, 2.

유통기한이라는 거, 그저 없었으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하지만, 우리 각자는 그 유한한 기한으로부터 사랑이 근본지어진다는 것을 예감하기에, 모든 사랑은 결국 언젠가는 참으로 아플 것이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을 하고, 거기에 마음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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