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나를 위한 단순한 공간을 만들어 줍시다
굉장히 오랜만에 글을 쓴다, 드디어 마음의 공간이 생긴 모양이다.
우리의 오은영 박사님을 포함한 많은 심리학자들이 말한다.
과거를 직시하는 것은 현재를 잘 살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말이 주는 잔인함에 상처받았을지 모른다.
왜 과거의 상처를 후벼파서 자기반성을 해야하는 것인가.
하지만 사실 이 말들은 많은 학자들이 건네는 미지근한 위로라는 것을 아는지.
필자는 어릴 때 참 개성이 강한 아이였다.
뭘 하나 할때도 자기 쪼가 있어서 정해진 규칙을 따르기 보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합리적인 방법으로 하기를 좋아했다. 사회가 모두 한 곳을 바라보길 바라는 한국 교육 기관에서 나의 행동은 의도치 않게 많은 아이들의 관심을 끌고는 했다. 물론 좋지 않은 방향으로.
다행히 폭력까지 간 것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아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필자에게 정을 내려쳤다.
상처와 수치심은 내 큰 장점이었던 창의성과 실행력을 좀먹곤 했다.
그렇게 해서 그 기질이 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바뀌었느냐 하면 우습게도 전혀!
나이를 먹으면서 기력이 없어져(...) 그 빈도와 진폭이 얕아졌을 뿐, 나는 그대로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은 바뀔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 회의적인 것처럼 나는 사람은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거나 나쁜 방향으로 탈선될 수 있지만 그 사람의 본질은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지구상에 자연히 존재하는 것 중에 완전히 똑같은 무엇인가는 없다. 만일 그게 가능했다면 우리는 매일 불쾌한 골짜기에 둘려 쌓여 있었을 것이다.
플라톤은 인간의 본질(이데아)는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떤 경험과 고통을 겪든 그들의 본질은 변할 수 없기 때문에, 현실의 불완전함에 좌절하지 말고 현재를 도덕적으로 살아가라고 말한다.
또 루소는 인간이라는 선한 존재는 사회적 환경에 따라 왜곡될 수 있지만 그 본성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으며 하이데거도 비슷한 결로 존재에 대한 의문과 탐구에 대한 지속성을 인간의 본성으로 뽑았다.
당신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혹은 누군가와 같은 일을 겪었다고 해서 모두가 그에 따라 예측되는 미래와 성격을 가지지 않는 다는 것은 위 학자들의 말을 반증할 수 있는 증거 중 하나다.
때문에 사실상 과거를 직시하라는 상담가 혹은 학자들의 조언은 사실상 당신의 상처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라는 다소 어려운 위로로 받아들여도 좋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채찍질을 거두고, 자신에 대한 탐구과정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세상에 수많은 들 꽃 중에 하나인 당신의 뿌리가 나라와 사회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뿌리 내리려니 그것이 쉽지 않았을 뿐이다. 땅의 재질이 옳지 못했으며, 날씨가 추웠고, 물이 부족했을 뿐이다. 굳이 굳이 당신의 잘못을 뽑자면 처음 태어나보는 것이라 미숙했던 것이고.
스토아 학파의 세네카가 말하길 이미 일어난 일들은 슬플 수 밖에 없지만, 마음을 다스리며 잊어버리자. 그리고 미래는 우리 힘 밖에 있는, 신들의 손에 달린 것으로 생각하자했다.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심술 궂은 총각 할아버지 쇼펜하우어도 말한다.
과거는 고통을 피하기 위한 척도로 삼음이 옳다. 현재만이 실제하는 시간이며, 과거나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으로 현재의 얼굴을 찡그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니 현재의 사소하고 평범한 순간조차 즐기라고 말이다.
당신이 필자의 글을 찾아서 혹은 발견해서 읽었다면,
필자는 감히 가늠할 수 없는 과거가 때로 당신을 좀먹고 있을지 모를이다.
단순해지자.
단순하게 살자.
너무 분하고 괴롭다면 물건을 버리거나 새차를 하거나 청소를 해서 공간을 내자.
그때 심리적으로 내 마음도 같이 자기청소를 하게 된다.
유명한 해군함장이 스스로를 바꾸고 싶으면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 사용한 침구부터 정리하라는 말을 했다.
청소효과는 심리학 이론으로도 존재하는데, 사람은 불안할 때 주변을 정리하는 습성이 있으며 이 것은 무의식적 자기치유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당신에게는 단순함이 필요하다. 치덕치덕 뭔가를 발라 예쁘게 꾸미기 보다, 그저 걷어내고 깨끗하고 간단하게 정리해두면 언젠가 닥쳐올 고난 속에 당신이 쉬어갈 공간이 생긴다.
너무나도 분명하게 과거는 당신을 해칠 힘이 없다.
다만 참고삼아 고통을 피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행복은 자신에게 달렸다는 흔하지만 분명한 격언에서도 우리 삶의 주도권이 어디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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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차를 해서 뿌듯했다.. 그래서 자기 청소이자 기록으로 이 글을 작성했다.
글의 감동을 떨어트렸다면 미안하지만 결과적으로 글을 입증할 수 있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