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혼자 있는 시간

내가 나를 사랑해야 아이들도 사랑할 수 있다.

by 지윤

요즘 육아에 너무 지쳐있었다. 아이 둘 키우는 육아가 당연히 쉬울 수 없지만 특히 둘째 아이의 고집과 생떼를 매일 마주하다 보면 번아웃이 자주 오곤 한다. 왜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남편이 홀로 벌어서 생계를 감당하는 우리 가정의 재정 상황으로는 아이를 풀타임 교육 기관에 보내는 것이 무리이다. 너무 무리하고 싶지는 않아서 일주일에 3회는 오전반이라도 둘째를 근처 기관에 보내기 시작했다. 아이는 잘 적응했고 나도 그 잠깐 찰나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을 배웠다. 그런데!! 방학은 전업맘이든 워킹맘이든 모두에게 매우 힘든 기간이다. 첫째 둘째 모두 방학을 맞아 집에 있게 되었고, 개학 전까지는 24시간 함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일주일에 네 번 가는 수영 수업도 아이 둘을 데리고 6주를 채웠다. 그런데 그 와중에 무언가가 삐걱대기 시작했나 보다. 나도 이해하기 힘든 불편함이 자꾸만 느껴지고, 외면하고 싶었지만 불쑥불쑥 올라오는 화와 울분은 통제하기 어려웠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나의 내면의 에너지가 고갈되고, 또 새로운 에너지로 채우고 반복한다. 정말 감사하게도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남편과 주위 분들의 위로 덕분에 근근이 버텨나가고 있다.


육아가 너무 힘들고 버겁다고 느껴질 때 나는 ‘도망치고 싶다. 다 놓고 떠나고 싶다. 혼자 여행 가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가득 채운다. 아이들과 남편에게는 미안한 말이고 책임감 없는 엄마 같아서 죄책감이 많이 들지만 어쩌겠는가. 그 마음을 외면하고 묻어둔다면 더 큰 고통이 찾아올 테니..


남편은 감사하게도 나에게 잠깐이지만 홀로 외출할 수 있게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감사한 이유는 남편이 업무시간인 낮시간에 본인이 아이들을 돌봐줄 테니 어디든 다녀오라고 한 그 마음이다. 아무리 재택이라고 하지만 일을 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나왔다! 나와서 한가하게 로제 스파클링 와인 한잔과 애피타이저를 주문해 바에 앉아 먹으며 이 글을 적고 있다. 그동안 시간도 에너지도 없어 글 쓰기가 힘들었는데 이 얼마나 고마운 기회인가!.


첫째 아이는 엄마가 혼자 나갔다 온다고 하니 울상으로 언제 오는지 저녁은 함께 먹는지 등등 옆에 따라다니며 슬퍼했고, 둘째 아이는 온 가족이 함께 가면 안 되냐고 여러 번 물어보며 만 두 살인 아이는 혼란스러워했다.


문제는 나의 마음이 문제인 것 같다. 어디를 갈지 정하는 아침시간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가는 순간까지 무언가 어색하고 불안하고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 혼자 어디를 다녀온 지 정말 오래되었다. 친구도 만나지 않고 오로지 남편과 둘이 혹은 첫째 아이와의 데이트 명목으로 아이와 둘이…


나에게 이런 시간이 정말로 필요했다는 것은 안다. 그런데 이 시간도 자주 보내야 내가 나에게 솔직해지고, 내가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을 잊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 나의 분신인 아이들을 더 사랑할 힘이 샘솟는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자유로운 “나” 홀로 여행을 즐기고 돌아가겠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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