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구간의 선 긋기
매 학기가 시작되기 전, 전국의 모든 대학생은 10개의 단위로 나뉜다. 한국장학재단은 소득 수준에 따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더욱 많은 혜택이 주어지도록 소득 연계형 국가장학금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적으로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학자금 지원 8구간 이하 대학생 중 성적 기준을 충족한 학생은 해당 정책을 통해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장학금을 나누기 위해 한국장학재단은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따라 소득인정액을 산정한다.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대학생들은 기준 중위소득 비율에 따라 1구간에서 10구간으로 나뉘게 된다. 학자금 지원 구간에 따라 국가장학금은 차등 지급되어, 현재 한국에선 전체 대학생 203만 명 가운데 약 100만 명 정도가 국가장학금을 받고 있다. 이 소득 연계형 국가장학금은 연간 3조 6,655억 원의 규모다. 국내 전체 장학금의 절반을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장학금은 학생마다 연간 350만 원에서 등록금 전액에 준하는 금액으로 지원된다.
장학금은 대상 학생의 소득분위에 따라 다르게 지급된다. 자신이 어느 분위에 속하느냐에 따라 장학금의 액수가 달라지고 장학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기도 한다. 더불어 장학재단에서 지원하는 국가근로를 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소득분위 산정은 언제나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한국장학재단의 2021년도 국정감사 제출자료에 따르면 매년 소득 산정 최신화 신청(구 이의신청) 건수는 약 1만 8,500여 건에 다다른다. 신청 학생 중 92.6%가 최신화 결과, 소득 분위가 더 낮게 선정됐다. 또한 그중 32.9%는 원래 9~10 분위였으나, 최신화 신청 이후 1~8 분위로 변경되었다. 소득 분위가 실제보다 높게 결정돼 국가장학금 혜택에서 완전히 배제될 뻔한 것이다.
소득분위 계산의 변천사
2012년 국가장학금이 도입된 이후로 소득분위 선정 과정에는 여러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장학금 소득분위 산정 기준도 변화를 거듭해 왔다. 2014년까지 건강보험료 체계를 활용해 소득 분위를 산출하던 국가장학재단은, 금융자산과 부채 등의 재산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불만을 반영해 소득 산정 방식을 개편했다. 2015년부터 도입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한 소득 인정 방식은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기반으로 국세청의 국세 관련 자료, 공무원연금공단의 공무원연금 관련 자료, 국방부의 국민연금 등 44개 기관의 523종에 달하는 소득·재산 자료를 활용해 학자금 지원 신청 가구의 소득을 한층 공정한 방식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변화하였다.
이런 변화에도 국내의 소득과 재산만 파악 가능하다는 한계 탓에 국외 고소득자들이 혜택을 본다는 논란이 제기되었다. 이를 잠재우기 위해 2017년 재외국민 국외 소득 재산 신고제가 새롭게 도입됐다. 재외국민의 경우 국외 소득과 재산을 신고하도록 하여 고소득자의 장학금 취득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가 한층 보완된 것이다. 이렇게 소득분위 선정 과정은 보다 정밀하게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의 국가장학금 선발 과정은 다음과 같다. 학생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뒤, 가구원인 부모 또는 배우자의 동의를 받는다. 그러면 장학재단은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가구원의 소득 정보를 조회한다. 이를 바탕으로 <①소득 평가액(월) + ②재산의 소득 환산액(월) - ③형제·자매 수에 따른 공제액>[2]의 계산을 통해 월 소득인정액을 산정한 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하는 기준중위소득과 연계하여 각 소득 인정액에 따라 10개의 구간[3]으로 나눈다. 이후 학사 정보 심사를 거쳐 국가장학금 지원 선발이 완료된다.
소득 분위를 결정하는 과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정교화되고, 복잡해져 왔다. 국외 소득이 있는 사람들의 소득을 잡아내고, 금융자산을 파악하고, 어떤 수당을 얼마나 받는지 알아낸다. 고소득자가 부당하게 장학금을 받지 못하도록 국가장학금은 발전해 왔다. 이는 곧 내 가족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 밝히고, 부채와 소득을 인정받는 과정을 거쳐야만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가장학금을 받는 과정이 점차 복잡해지고, 소득을 증명해야 하는 길로 바뀌어 갔다.
하지만 반대로는 어떨까? 부당하게 받는 자를 막기 위한 방법은 발전했지만, 반면 부당하게 못 받는 사람을 위한 방안은 마련되지 못했다.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장학금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변화는 미진하다. 소득 구간 산정 시 고려되는 부채는 제1, 2 금융권의 금융기관 대출금과 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에 한정된다. 경제적 취약 계층이 쉽게 노출되곤 하는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 제3금융권 대출은 부채로 고려되지 않는다. 부모님의 실업 급여가 소득에 포함되어 분위가 올랐다는 이야기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현재의 산정 기준은 실제 개인의 형편을 완전히 고려해 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행정상의 부담 역시 가중되었다. 본인의 현실적인 소득 수준과 소득분위가 달라 최신화 신청을 하더라도, 오류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것은 오롯이 대학생의 몫이다. 최신화 신청 과정[4]에는 대학생의 편의를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본인과 가구원들의 소득, 재산 내용과 관련된 모든 서류를 발급해야 하고, 홈페이지를 통한 신청이 아닌 전화 연결 후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등 그 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롭다.
더욱이, 원가구의 동의가 없으면 장학금을 받기 위한 소득인정액 산출조차 이뤄질 수 없다. 국가장학금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님 모두의 공인인증서를 통한 가구원 동의는 원가구와 분리되어 살고 있는 대학생들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국가장학금 제도는 대학생 본인과 원가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학자금 대출은 대학생 본인의 명의이지만, 그런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는 장학금은 원가구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원가구 소득에 따라서 학생이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 기준에서 벗어나 온전히 1인 가구가 되기 위해서는 결혼하거나, 30세 이상이거나, 중위소득 40% 이상의 소득을 인정받아 세대 분리가 되어야 한다. 만일,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부모님으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데, 기준 소득 이상 벌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도움이 필요한 당사자의 실제 경제 상황과는 관계없이, 부모님의 소득에 따라서 국가장학금이 결정된다.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닿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일률적인 계산을 통해 개인의 소득 수준과 삶을 다 평가할 수 있을까? 복잡해져 가는 소득 산정 과정은 날이 갈수록 대학생 당사자가 그 체계를 이해하기 어렵도록 만든다.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경제적 형편은 각각의 사정과 맥락에 따라 그 이야기가 모두 다르다. 결국 장학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로 그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반드시 발생하고 만다.
장학금의 경계와 현실의 괴리
김 ㅇㅇ : “국가장학금을 신청했는데 소득 분위가 높게 나와서 못 받고 있어. 처음 우리 집이 10 분위가 나왔을 때 진짜 당황했어. 우리 가족은 월급도 많지 않고 그냥 평범한 서민이라고 생각했는데, 더군다나 우리는 소도시 출신이잖아. 부동산이랑 재산이 다 포함되니까 그렇게 나온 거야. 우리 집은 아빠가 은퇴하셔서 군인 연금을 받아. 그리고 할머니 부동산이 우리 집 명의로 되어 있어서 그게 소득 분위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
진짜 웃긴 건 우리 집에 큰 부동산도 없고, 부모님 월급도 높지 않은데 10 분위가 나와. 그래서 2학년 때도 한 번 더 소득 분위 산정을 했는데, 또 10 분위가 나왔어. 처음엔 왜 우리가 10 분위인지 이해가 안 갔지만, 결국 이의 제기는 포기했어.
주변에 나 같은 친구들도 많아.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등록금 부담이 커서 그 친구들도 항상 다른 외부 장학금을 준비하거나, 학비 마련을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알아보더라고. 이렇게 되니까 나는 결국 국가장학금 포기하고 다른 방법으로 학비를 충당할 수밖에 없었어. 소득 분위 선정 과정이 실제 우리 집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서 OO : “이번에 신입생으로 처음 신청했는데, 소득 분위 산정 과정이 너무 길어서 결과를 알기 어려웠어. 결국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알 수 있었어. 그리고 소득 분위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는데 왜 그렇게 나왔는지 알 수 없어서 아쉬웠어. 이미 학기가 시작한 뒤였고,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지도 잘 몰랐기에 그냥 넘어가게 된 것 같아. 산정 과정을 좀 더 자세히 공개해 주면 좋겠어. 예를 들어, 재산의 비율 같은 걸 알려주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더 알기 쉬울 것 같아.”
정 OO : “나는 계속해서 국가장학금을 받아서 등록금을 내고, 부족한 금액은 국가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충당했어. 이렇게 해서 매 학기 학비를 잘 해결했었지. 그런데 이번 학기 시작할 때, 소득 분위가 바뀌어서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되었어. 소득 인정액이 약간 바뀌었는데, 그게 장학금 수혜 자격에 큰 영향을 미친 거야. 그래서 정말 당황스러웠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화도 해보고, 이의신청도 넣어봤어. 설명이 너무 복잡해서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더라. 인정된 소득이 뭐가 있는지 알고 싶었는데, 전화한 본인만 소득 확인이 가능해서 온 가족이 각각 전화해야만 전체 소득 인정액을 확인할 수 있었어. 그래서 다른 가족들에게도 전화를 해보라고 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 번거롭고 어렵다 보니 잘 진행되지 않았어. 결국 모든 과정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이의신청도 포기하게 되었어. 이렇게 되다 보니, 인정 소득이 10만 원 늘었는데 내 명의의 빚만 350이 늘어났어.
모두 지난 학기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한 학우들의 목소리다. 경계와 선은 필요하다. 하지만, 소득분위 산정 과정에서 고려되지 못하는 점들이 너무 많다. 경계와 선이 가려내지 못하는 것들이 남아 있다. 국가장학금은 높은 수준의 대학 등록금으로 인한 가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제도이다.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고등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하지만 국가장학금의 발전 과정은 그러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밀하게 수혜자와 비수혜자를 구분하고, 개인에게 본인의 가난을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 국가장학금은 누가 국가장학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철저히 검증한다. 그것도 제3금융권이 아닌, 카드론과 마이너스 통장이 아닌, 적절한 수준의 증명 가능하고 수용할 수 있는 가난만이 용납된다. 기준에 맞는 가난만이 대학 등록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소득 구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대학생은 배제하는 방식이 되어버렸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들은 부정확하고 복잡한 소득 산정 방식에 이를 납득하지 못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도 그 증명 과정의 복잡성 앞에서 결국 국가장학금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누가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지 학생들을 구간으로 나누는 것에만 힘쓸 때,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배제될 위험이 있다. 이는 국가장학금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에 어긋난다.
국가장학금은 반값 등록금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소득분위와 씨름하는 동안 잊힌 한 가지 논쟁이 있다. 2015년, 서울 시내 지하철 역사에 “정부와 대학의 노력으로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었습니다.”라는 한국장학재단이 낸 광고가 붙었다.
반값 등록금 정책은 10년 전부터 선거 공약으로 항상 떠올랐던 주제이다. 2006년 한나라당의 지방 선거 당시 국회 기자회견에서 시작된 반값 등록금 운동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표 공약, 광화문에서 진행된 반값 등록금 집회를 거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정책 협약과 서울시립대의 실시로 이어졌다. 가계에서 부담할 수 없는 수준의 등록금이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높은 고등교육 비용을 개인의 온전한 부담으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대학의 공공성을 유지하고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합의를 이뤄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2012년, ‘반값 등록금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소득연계형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인 국가장학금이 도입되었다. 과연, 한국장학재단의 광고가 주장하듯 국가장학금은 반값 등록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한국의 대학 구조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의 대학은 첫 번째로, 국공립 비율이 낮고 사학 의존도가 높다. 대학 10곳 중 8곳이 사립대학이다. 둘째로 대학의 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등록금 의존율이 높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발표한 2022년 사립대학 재정 통계 연보에 따르면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53.3%였다. 자금수입 총액의 절반이 등록금에서 온 것이다. 이런 실정이니 대학은 높은 등록금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재원 부족으로 대학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며 등록금 인상을 요구한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등록금 2020년 기준 OECD 국가 중 국공립대가 4,792$로 세계 8위, 사립대가 8,582$로 세계 7위이다. 국내 대학의 대부분이 사립대학인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 체감 등록금 수준은 더욱 높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은 학생 개인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해 주는 국가장학금 제도이다. 그러나 국가장학금은 말 그대로 부담 완화라는 측면에서 이차적인 지원에만 집중될 뿐 실질적인 명목 등록금 인하에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국가장학금과 반값 등록금의 가장 큰 차이는 지원의 대상을 누구로 하느냐이다. 국가장학금은 대학생 당사자 개인에게, 등록금 범위 내에서만 지원된다. 개인의 소득에 따라서, 개인에게 지급된다. 국가에서 개인으로 그리고 개인에서 다시 학교로 등록금이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은 애초에 학생이 내야 하는 등록금 자체를 줄여준다. 이때 국가의 지원은 학생 개개인이 아니라, 대학으로 직접 향한다.
이 두 방식의 차이점은 누구를 평가하고, 어떤 기준으로 지원하게 되는지이다. 지금의 국가장학금 제도는 국가가 개개인의 소득을 평가하고, 개인에게 성적 기준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반면 대학은 등록금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국가의 지원을 받게 된다, 고지서상의 등록금액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학생 개인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바로 국가장학금이다. 높은 등록금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이렇듯 국가장학금은 등록금 부담 완화라는 취지와는 역설적으로 대학의 높은 등록금 체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는 학생 개인에게 등록금 명목의 장학금을 통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 국가장학금은 일부 학생들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그 구조상 대학의 높은 등록금과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 운용을 그대로 고착시킨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학생 개인에게 부과하는 장학금을 통해, 국가는 개인에게 베푸는 시혜를 강조하는 반면 고등교육 정상화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지우고 있다.
높은 등록금은 단순히 소득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기형적인 대학 문화와 대학 운용금 구조의 문제이다. 높은 등록금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고등교육의 공공성 문제보다, 소득 분위 산정 방식 및 결과와 구간별 장학금 지원액이 적절한지에 논의가 치우쳐져 있다.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와 대학 재정의 운용에 관한 문제가 논의되어야 한다. 대학 등록금의 문제는 결국 고등교육 공공성의 문제이다.
고등교육의 공공성
한국에서 대학 진학은 이미 필수처럼 굳어져 있다. 초·중등 교육은 마치 대학 진학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모든 교육이 대학 합격을 향한다. 마치 대학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듯 설파하는 대학 만능주의가 성행한 한국에서 대학 진학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다. 70%가 넘는 높은 대학 진학률이 현실을 잘 보여준다. 대학을 가지 않는 길을 쉽게 선택할 수 없음과 동시에 높은 등록금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 한국 대학생의 현실이다. 장학재단법 제1장 제1조에서는 “대학생에 대한 학자금 지원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고등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장학금은 대학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을 위한 장학금이다. 생활을 위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도 등록금 이외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너무나 높은 대학 등록금 앞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신의 가난을 증명하도록 요구하기보다는, 누구나 원하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대학 공부의 자격에는 공부하겠다는 의지와,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누구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고등교육 기회를 가지는 사회가 되려면, 대학생들에게 본인의 가정형편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 고등교육이 공공의 본래 목적에 맞도록 제도를 바꿔나가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 등록금은 단순히 누가 소득분위 안에 들었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절차적, 행정적 문제가 아니다. 교육 기회의 평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더욱 거대한 문제이다. 이제 우리는 장학금을 받을만한 사람을 선별해 내는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교육 실현이라는 본래의 취지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