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호] AI와 탄소중립

코너 생태위기_고도로 발달된 기술은 마법이 아니다

by 성균지

편집위원 이예원, 김서원, 수습편집위원 김규빈



AI, 순식간에 침투하다

“고도로 발달된 기술은 마법과 구별되지 않는다.” 영국의 SF 작가 아서 클라크가 남긴 말이다. 이 문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기술이 있다면 아마 AI일 것이다. 2022년 11월, 오픈AI에서 출시한 챗GPT의 등장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챗GPT는 입력창에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기만 하면 단시간에 그럴듯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또한 프롬프트를 토대로 학습하여 결과물의 완성도를 계속해서 향상시킨다. 대중에게 가장 접근성이 좋은 생성형 AI인 챗GPT와 잇따라 개발된 구글의 AI 어시스턴트 제미나이, 딥시크의 AI 챗봇 등은 사람들의 삶을 크게 바꿔 놓았다. 이제 사람들은 문헌이나 포털사이트에서 자료를 구하기보다 인공지능 챗봇에게 질문하는 것을 택하고, 공들여 일러스트를 그리기보다 AI 이미지를 생성하기를 택한다. 오늘날 AI는 일종의 생활 필수품처럼 여겨진다. 대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교육 플랫폼인 Chegg에서 발표한 ‘2025 Global Student Survey’에서는 전 세계 대학생의 약 80%가 AI를 활용해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생성형 AI가 급속도로 보편화되자, 전 세계적으로 AI 산업이 확대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제 AI는 여러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드러내는 새로운 지표가 되었으며, 지난 6월 치러진 제21대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도 핵심 키워드로 다뤄졌다.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이 된 AI는 이제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전면이 아닌 그 후면이다. AI 기술의 확장성과 실용성, 그리고 무한한 발전 가능성은 언제나 언급되는 반면, 그 놀라운 기술력을 위해 지불하는 대가에 대해서는 모두가 침묵하고 있다. 우리는 속도와 편리함을 대가로 무엇을 내주고 있는 것일까.


AI, 탄소중립과 충돌하다

AI 산업 발전에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것은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IT 인프라, 즉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터 시스템, 통신 및 기억 장치와 관련된 부품을 수용하는 시설이다. 쉽게 말해, 우리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하고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게 하는 곳이다. AI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AI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의 증설이 필요하다. 현재 전 세계에는 이미 약 1만 개가량의 데이터센터가 유치되어 있으며, 그 중 약 50%를 미국이 차지한다. 미국의 경영컨설팅 기업 맥킨지앤컴퍼니에서는 2024년 자사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가 2030년까지 연평균 22% 증가해 현재의 약 3배에 달하는 171GW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신규 설립 예정인 데이터센터의 상당수가 AI의 개발과 학습에 특화된 ‘가속 서버 데이터센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는 AI가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AI 분야를 선도하는 미국은 데이터센터 확장을 가속화하며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적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또한 늘고 있다. 지난 6월 SK그룹은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에 7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한 출범식을 열었다. 이 외에 NHN클라우드, 카카오, 네이버 등도 연이어 국내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수조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AI 강대국으로의 발돋움. 말만 들으면 굉장히 그럴싸해 보인다. 그러나 거대한 사업 규모에 뒤따르는 환경적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런 막대한 규모의 계획들은 과연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고려하고 세워진 것일까?


우선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모한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에서 소모하는 전력량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4년 예측 기준 약 415TWh로, 전체 전력 대비 약 1.5%를 차지한다. 이는 항공 산업이 소비하는 전력량을 전부 합친 것보다도 크다. 이렇게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24시간 쉼 없이 구동되는 데이터센터에서 엄청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버 발열 때문에 데이터센터에는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대규모 냉각 시스템이 소모하는 막대한 에너지와 물 사용이 데이터센터가 환경 이슈로 급부상한 주된 원인이다.


데이터센터의 냉각 시스템은 매우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여 데이터센터에서 소모하는 전체 전력량에서 약 50%의 비율을 차지한다. 전력을 생산해 내기 위해 쓰이는 에너지원은 당연하게도 상당 부분이 석탄과 천연가스, 즉 화석 연료다. 물론 에너지 소모에서 끝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는 냉각 과정에서 하루에 약 수백만 리터의 담수를 필요로 하는, 그야말로 물 먹는 하마다. 게다가 현재 대부분의 대형 데이터센터는 증발식 냉각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물을 재활용하기도 매우 어려운 구조다. 에어컨과 같은 공기조화 방식 대신 증발식 냉각 시스템을 사용하는 이유는 증발식이 상대적으로 전기를 적게 소모하여 탄소 배출량이 더 낮기 때문이다. 항상 탄소배출과 관련된 환경 규제에 묶여 있는 데이터센터의 입장에서는 탄소배출량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는 증발식 시스템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대가로 막대한 양의 물을 낭비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생활의 가장 근본적인 영역에 자리 잡은 환경은 지역 사회와 경제, 정치까지도 그 뿌리를 뻗는다. 한 번 오염된 뿌리는 당연하게도 그 주변까지 병들어 앓게 한다.

대표적으로 데이터센터의 위치는 지역 사회와 얽혀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많은 데이터센터가 사막 근처 등의 물 스트레스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부족한 물을 두고 지역민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현재 중동, 아프리카,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아시아까지 번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밀집 문제가 있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의 약 60%가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고, 앞으로 새롭게 건설될 데이터센터들 또한 수도권으로 몰리는 추세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의 권필석 소장에게 자문했다. 권필석 소장은 새로 건설되는 데이터센터들은 수도권 외의 다른 지역에 유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수도권은 이미 많은 데이터센터가 유치되어 있고, 이들이 소모하는 대량의 전력으로 인해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전력 발전이 잘 되는 호남이나 울산 등의 지역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는 현 대한민국의 지역 소멸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데이터센터 관련 업종의 경우 데이터센터가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지방 근무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방에 설치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 권필석 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전국을 유기적 전력망으로 연결하여 초고속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인프라다. 에너지 고속도로가 구축된다면 지방의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전력 수요가 높은 수도권에 공급하는 등 지역 간 전력 수급 불균형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다만, 권 소장은 해당 정책이 대통령 임기이자 RE100이 목표로 하는 2030년까지 완성되는 부분이 매우 적을 수 있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전력 공급망 재편과 지역 분산을 통한 대응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더 큰 틀 속에서, 데이터센터 문제는 이미 국경을 넘어선 과제가 되었다. 이에 국제 사회는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RE100 캠페인을 환경에 대한 새로운 국제 기준으로 삼았다.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하는 AI 산업 발전이 가속화되는 현 상황에서 RE100은 빠질 수 없는 키워드 중 하나다.


RE100, 그리고 데이터센터

RE100은 기업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이때 재생 에너지 충당의 방식으로는 기업 부지에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비하는 것을 포함해 재생에너지 발전소와의 계약(PPA), 인증서 구매도 해당한다. 이와 같은 방법을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기업이 연간 사용한 전력량만큼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거나 구매하면 RE100을 달성한 것이 된다. 자발적 캠페인이라는 표현이 자칫 실효를 발휘하기 어려운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RE100 달성이 국제 사회의 하나의 목표이자 흐름이 되면서 실질적으로는 강제력을 발휘하고 있다. 2025년 4월 기준 445개사의 빅테크 기업들이 RE100 회원사가 된 상황에서, 앞으로의 국내 기업의 RE100 달성은 단순히 환경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재생에너지 전환 여부는 해외 투자 유치나 타 RE100 회원사들과의 협력관계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RE100에 대응하지 않을 시에는 수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공급사에 2029년부터 재생에너지 100%로 부품을 납품받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달성하지 못해 수출 경쟁에서 도태될 경우 국내 IT 기업은 치명상을 입는다.


그렇다면 한국은 RE100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국 같은 경우 RE100 회원사 평균에 턱없이 모자란 성적으로 몇 년 전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RE100의 2024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RE100 가입국 중 36개사가 한국의 재생에너지가 너무 비싸거나 공급 자체가 부족하여 조달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이러한 시장 장벽은 사실상 RE100에 가입한 전체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거의 꼴찌 수준이다. 이렇듯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충당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재생에너지의 공급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치명적이다. 한국은 국토도 좁고 친환경 자원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해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의사가 있더라도 한계가 있다. 이렇듯 지금도 RE100 달성이 헛된 꿈처럼 여겨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AI 산업 발전과 동시에 2050년까지 RE100을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같은 재생 에너지 후진국이 RE100을 달성한다면 끝나는 문제 아닌가?’ 실제로 구글과 애플은 각각 2017년과 2018년에 이미 RE100을 달성했다고 밝혔고, RE100을 달성했다고 주장하는 기업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단편적으로 보면 RE100과 AI 산업의 공존은 그리 어려운 얘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RE100을 달성했다’는 말은 화석 연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는 말과 동일한 의미가 아니다. 앞서 얘기했듯 RE100 달성에는 물리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외에도 여러 금융적인 방법이 동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경우에는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쉬지 않고 작동되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는 항상 끌어다 쓸 수 있는 성격의 에너지가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태양이 늘 내리쬐는 것이 아니며 바람이 늘 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는 어쩔 수 없이 불안정성을 띠고 있고, 이를 감수하고 재생에너지를 쓰더라도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시간에는 화석 연료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다. 이조차도 구글 같은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이야기이다. 현재 실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력을 100% 충당하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

권필석 소장은 그럼에도 RE100은 의미 없는 노력이 아니라고 말한다. 재생에너지 실사용이 아닌 재생에너지 발전소와의 계약이나 인증서 구매 등의 ‘금융적’ 방식 또한 재생에너지 산업의 투자를 확장하기 때문이다. 투자를 확장하게 되면 재생에너지 생산자가 전력망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하거나 기업에 재생에너지를 직접 전달하는 것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는 화석연료를 덜 쓰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렇듯 RE100이 재생에너지 시장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느리지만 장기적이다.


여전히 지지부진한 한국의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 에너지 후진국인 한국에서 RE100은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여겨지고 있다. 허무할 정도로 머나먼 목표는 우리로 하여금 당장에 놓인 현실을 놓치게 만들었다. 지난 6월 제21대 대선 TV 토론 사회 편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향후 한국의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던 30분의 귀중한 시간은 의미 없는 논쟁과 가짜 뉴스로 점철되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폭발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탈원전 정책이 수십조 원의 피해를 낳았다는 등 왜곡된 주장을 펼쳤다. 이어지는 “RE100은 불가능하다”라는 등의 무책임한 발언은 기후 위기 토론을 기다려 온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각 후보들의 공약 또한 부실하다고밖에 평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공약이 전무했으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오히려 핵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기후 의제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 대통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핵발전을 반대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공약을 내세우긴 했으나 신공항 건설은 진행하겠다고 밝혀 아쉬움을 낳았다. 신공항 건설이 탄소 저감 목표와 모순된다는 점과 생태계를 파괴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결정이다. 한편, 녹색연합에서는 4대 후보에게 기후위기와 관련한 질의서를 보냈으나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외에는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필석 소장은 해당 대선 TV토론에 대해, 국내 산업계나 이해당사자들과의 협의를 통해서 할 수 있는 얘기가 더 많았으나 그 기회를 놓쳐버린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대선 TV토론에서 어떤 이야기가 더 다루어졌어야 했는지에 관한 물음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언급했다. NDC는 각 국가가 국제사회에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할 것인지’를 약속하는 것이다. 한국은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에 공언했다. 권필석 소장은 2030년까지 앞으로 5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국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실질적으로 달성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국의 전력 시장 개방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눠야 했다고 밝혔다. 덴마크나 독일 등 유럽 국가의 경우 전력 시장이 개방되어 있어 민간 기업이 자유롭게 에너지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현재 대한민국의 전력 시장은 한국전력이 단일 구매자인 구조이다. 전기를 구매하는 유일한 주체가 한전이기에, 현 전력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서 비롯된 시장 가격이 아니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 언제 어떤 에너지가 필요한지, 언제 에너지를 비싸게 팔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므로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권필석 소장은 해외 사례를 기반으로 하여 국내 전력 시장 민영화를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결론적으로, RE100과 NDC 등은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이자 포기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다만 아직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AI 산업에서 후발 주자인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에서도 뒤처지는 한국의 경우 녹색 전환과 기술 발전을 함께 일구기란 매우 큰 난제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진퇴양난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은 신기술과 기업의 투명한 경영이다. 위와 같은 조건을 반영하여 업계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 바로 그린 AI이다.


그린 AI, 환경과 조금 더 가깝게

그린 AI의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이스라엘 헤브라이대학교 강사 로이 슈워츠의 2020년 논문에서부터였다. 그린 AI는 기존의 성능 향상에 치중하는 ‘레드 AI’와 반대로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하는 친환경적 AI를 말한다. 이는 AI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전력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연관 산업이나 정부 정책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단순히 기술적 측면만을 가리키는 용어는 아니다. 심지어는 AI 기술 그 자체가 기후위기 대응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도 친환경 AI, 즉 그린 AI라고 부를 수 있다.


그린 AI는 일반적으로 앞서 언급했던 재생에너지 사용이나 에너지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다. 효율화는 AI의 성능은 같게 유지하되 그 크기나 복잡성을 줄이는 것, 또는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해 에너지 손실을 감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에너지 효율화를 적용한 그린 AI의 사례는 꽤 많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구글은 AI 기술을 활용해 냉각 시스템 관리 체계를 만들었는데, 이를 통해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약 40% 절감하는 효과를 이루어 냈다. AI 기술 그 자체가 환경에 이롭게 작용한 사례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전력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칩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GaN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효율화 전략은 전력뿐만 아니라 물 소비에도 적용된다. 데이터센터에서 서버 냉각 후 배출되는 저온 폐수는 열 회수와 정화 처리의 과정을 거쳐서 난방 및 농업용수에 사용될 수 있다. 냉각 과정에서도 액침 냉각이나 직접 칩 냉각 등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계속해서 발표되는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에너지 저장 기술(ESS)이 업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ESS는 에너지를 나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재생 에너지의 불안정성과 간헐성을 대폭 보완해 준다. 여태껏 불안정한 재생 에너지 때문에 불가피하게 화석 연료를 사용해야 했던 기업들도 ESS가 있다면 효과적으로 ‘진정한’ RE100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린 AI를 현재 우리가 겪는 딜레마를 완벽히 해결해 줄 마스터키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그린 AI 또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과 의문들이 남아 있다. 앞서 나열한 수많은 신기술은 아직 연구 과정에 있으며 어느 정도 완성된 기술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최첨단 기술의 경우 일반적으로 비용 문제나 기업 간의 정보 경쟁으로 인해 널리 사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에너지를 아무리 ‘효율화’한다고 해도 막대한 전체 전력 소비량이 감축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여러 전문가는 AI 사용량을 줄여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AI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가 된 이상 기업이 새로운 경영 전략을 도입하여 AI 공급을 조절하지 않는다면 AI 사용량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감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권필석 소장은 “일각에서는 AI 기업들이 서비스를 유료화할 경우 사용량이 조절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아직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보인다.


AI와 함께 미래를 내다보며

권필석 소장은 “AI의 경제적 가치 때문에 마치 AI 발전이 1순위 과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기후위기 대응이 훨씬 더 실존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많은 이들이 AI로의 전환은 필연적인 것, 기후위기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는 하지만 현실을 직시한다면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지금도 폭염에서부터 시작해서 식량 문제, 기후 재해 문제로까지 나아가고 있는 당면 과제이다. 앞서 언급되었던 기술 전환과 녹색 전환이 함께하도록 만들기 위한 여러 방안이 가능성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각국의 정부, 기업과 개인들의 노력이 모두 동원되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지속적으로 AI와 기후위기 문제를 현안으로 다루어야 하며, 정부는 제도 및 정책을 통해 국제적 약속이 국가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업은 기후위기 과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국제사회와 국가에서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개개인은 AI와 기후위기 사안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감시하며 사회적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러 주체의 노력이 모였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지속 가능한 사회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는 분명 AI도 함께할 것이다. 어쩌면 당신이 AI 혁신의 주역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우리 세대는 AI로 인해 발명된 수많은 편리함의 수혜자가 됨과 동시에 AI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환경 문제의 책임자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이 과제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계속해서 돌파해 나가길 바란다. 물론 앞에서도 명쾌한 결론이 나지 않았듯이, 기술과 환경의 균형점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지지부진하고, 답답하고, 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당연하다. 그 어떤 고도의 기술도 결코 마법처럼 간단하진 않으니까.


[인터뷰이 소개]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연세대학교 환경금융학과 겸임교수
덴마크 올보대학교 에너지계획 전공 박사 (Ph.D.)
(PhD. Aalborg University, Sustainable energy Planning and Management, Den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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