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_등록 방식의 갈림길에서 제도를 다시 묻다
수습편집위원 임찬수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삶은 이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일이다. 반려인 가구는 매년 꾸준히 늘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국내에서 1500만 명 가까이가 반려동물과 살아가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의 존재를 넘어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과연 사회 시스템은 그들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을까?
동물등록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사회의 답변 중 하나이다. 사람에게 주민등록제가 있다면, 동물에게는 동물등록제가 있다. 2014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반려인들에게 부과된 법적 의무이자 동물 복지 정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현재는 2개월령 이상의 개를 대상으로 하며 고양이에게 시범 도입 중인 이 제도는 반려동물의 신원을 공식적으로 기록해 유기와 학대를 예방하며, 분실 시 신속한 인계를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또한 개체수 모니터링을 통해 동물 생산업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무분별한 번식과 유통을 억제하는 수단으로도 기능한다.
제도 도입의 취지는 분명하다. 반려동물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지만, 한편으론 매년 10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유기되는 게 현실이다. 동물 생산업도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했지만, 여전히 2023년 경기도 화성, 2024년 부산 강서구 등에서 대규모 불법 동물 번식업장이 적발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물등록을 통해 동물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제도가 국내에 완전히 자리 잡는다면 체계적인 데이터 구축을 통해 국가 차원의 동물 관련 정책 수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시행된 지 11년이 지난 지금도 동물등록제는 여전히 낮은 등록률과 실효성 논란에 직면해 있다. 특히 등록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그 중심에 서 있다. 현재는 마이크로칩을 동물의 체내에 삽입하는 내장형과 목걸이, 인식표 등을 동물의 목에 거는 외장형 등록 방식이 병행되며, 기술 발전에 따라 비문(코주름), 홍채 등 동물의 생체 정보를 활용하는 생체인식 기술이 새로운 등록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재 가장 실효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내장형 등록 방식과 기술적 대안으로 급부상 중인 생체인식 등록 방식에 집중하여 각각의 입장을 확인한 뒤 동물등록제가 진정 동물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살펴보자.
우선 현재 내장형 등록 방식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효성이다. 수의사 신문 <데일리벳>의 대표, 이학범 수의사가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동물등록제의 목적을 상기시키며 이 관점에서 현재 내장형과 함께 시행 중인 외장형 등록 방식은 큰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외장형은 온라인으로 등록이 가능한 만큼 편리하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태그나 목걸이 형태인 관계로 쉽게 탈부착할 수 있어 등록제의 핵심 목적인 '신원 추적'과 '유기 방지'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다. 일부 보호자나 생산업자들이 고의로 등록 태그를 제거하거나 교체하는 일이 가능하며, 실외 활동 중 우연히 탈락하는 사례도 잦아 제도의 신뢰성이 훼손된다. 그런데도 등록 동물의 약 절반이 외장형으로 등록된 현실은 동물등록제가 반려동물의 복지와 안전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반면, 내장형 등록 방식은 쌀알 크기의 마이크로칩을 주사기로 동물의 어깨 부위에 삽입하고, 전용 스캐너로 이를 인식한다. 칩이 체내에 삽입되기 때문에 외부 손상이나 훼손 가능성이 적고, 보호자의 고의나 부주의로부터 안전한 등록 수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내장형 등록 방식은 국제적 표준으로써 이미 실효성 측면에서 많은 검증이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이학범 수의사는 대다수의 유럽 국가, 대만,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내장형 일원화를 택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국내에서 복수의 등록 방식을 허용하고 있는 상황은 제도적 혼란뿐 아니라 국제 기준과의 괴리를 낳는다. 내장형 등록은 각국의 검역, 보호소 운영, 반려동물 이동 규정 등과 유기적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내장형 외의 등록 방식은 국가 간 이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이학범 수의사는 해외에 반려동물을 데려가기 위해서는 결국 마이크로칩을 삽입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국제 표준에 맞춰 내장형으로 등록 방식을 일원화하는 것은 제도 통일성과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며, 글로벌 반려동물 정책 흐름에 부합하는 선택이라 말했다.
그러나 내장형 등록 방식도 완전한 해답은 아니다. 동물의 몸속에 칩을 삽입하는 방식은 일부 보호자들에게 심리적 저항을 일으키며, 동물을 소유물처럼 취급한다는 윤리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완전한 안전성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칩의 위치가 체내에서 이동하거나 일부 저가형 칩의 품질이 논란이 되고, MRI 촬영 시 간섭 문제가 발생하는 등 실질적인 부작용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비록 전체 등록 건수 대비 매우 낮은 확률이지만, 신뢰도와 지속 가능성 면에서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비용 부담과 접근성에 따라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지자체의 지원금이 없다면 한 마리당 4만~8만 원 수준의 등록 비용은 절대 가볍지 않으며, 다수의 동물을 관리해야 하는 동물 생산업 종사자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그리고 현재 동물보호법에 따라 내장형의 마이크로칩 이식은 안전한 시술을 위해 수의사만이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도서•산간 지역 같은 수의사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 등록을 회피하거나 면제받는 등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떠오르는 대안은 생체인식 등록 방식이다. 비문, 홍채, 안면, DNA 등 반려동물의 고유한 생체 정보를 기반으로 한 기술은 비접촉식이면서도 위·변조의 위험이 낮다는 점에서 차세대 등록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의 고유한 코 주름인 비문을 인식하는 기술은 2023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T)의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며 주목받고 있다. 비문을 활용한 동물 생체인식 기술을 개발한 인공지능 기업 아이싸이랩은 해당 기술이 공인시험 성적 기준 99.99% 이상의 실제 인식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하며 단지 미래의 희망이 아닌 현재 가능한 현실적 대안임을 강조했다.
아이싸이랩은 생체인식 기술은 내장형과 달리 삽입이 필요 없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보호자의 심리적 거부감과 반려동물에게 생길 수 있는 고통, 부작용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비문을 활용한 생체인식은 촬영 중심의 간편한 구조 덕분에 저비용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만 있다면 보호소나 가정 등 동물병원 외의 공간에서도 누구나 쉽게 등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싸이랩은 현재의 저조한 등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효성뿐만 아니라 등록의 편의성과 비용 문제를 함께 고려해 생체인식 등록 방식을 정식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생체인식 기술은 국제적으로도 점차 다양한 곳에서 실험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의 경주견 관리 정부 산하기관인 GWIC는 기존 귀 문신 방식의 윤리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아이싸이랩의 비문 등록 시스템을 활용해 경주견을 식별 관리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프랑스,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비문 등록 시스템이 반려동물 등록 보조 수단으로 소개되며, 관련 기술이 민간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정부 차원에서도 2026년을 목표로 생체인식 등록 방식의 공식 도입을 준비 중이다. 아이싸이랩은 이처럼 생체인식 기술이 국제적으로도 표준과 현장 사례를 동시에 확보해 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는 필요한 곳에서부터 활용도를 입증하고, 점차 보편적인 등록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술적 신뢰성과 행정 연계를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 말한다.
하지만 생체인식 기술 역시 동물등록제의 공식 수단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과제가 남아있다. 강아지가 코에 큰 상처를 입었거나 성격이 매우 사나워 제어가 어려운 경우 등 촬영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아이싸이랩 등 기술 개발사는 이에 대비해 비문뿐 아니라 안면, 몸통 형태 등을 함께 분석하는 멀티모달리티 기반 인식 시스템을 사용하며, 흐릿한 이미지 보정을 위한 AI 알고리즘, 복수 이미지 등록 및 업데이트 기능 등 현실적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기술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 행정 시스템과의 연동이나 법적 효력 확보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지난 6월 20일 송옥주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한다. 개정안은 기존의 등록 방식인 내장형과 외장형에 더해 생체인식 등록 방식을 공식 등록 수단으로 포함하고, 이를 국가 등록정보시스템과 연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써 생체인식 기술이 법적으로 제도화되고 국가 행정 체계 내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처음으로 명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물론 아직 해당 법안은 국회 통과 전이며, 기술 활용 역시 일부 지자체나 민간에서의 시범 적용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생체인식 기술 대부분은 아직 동물등록제의 법적 등록 방식으로는 채택되지 않은 상태이다. 호주의 경우 여전히 내장형 마이크로칩이 반려동물 등록의 법적 기준이며, 생체인식은 보조 수단에 머무르고 있다. 유럽과 한국 역시 관련 기술이 일부 지자체나 기업 중심으로 도입되었을 뿐, 국가 차원의 행정 시스템과 완전히 연동되거나 법령으로 제도화된 사례는 없다.
결국 생체인식 등록 방식은 기술적 가능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으나, 등록•인식 간의 변수 제어나 법적 효력, 행정 DB 연동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내장형 등록 방식이 여전히 국제적 표준으로 유지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생체인식 등록 방식의 제도적 미성숙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학범 수의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생체인식 기술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재는 내장형 등록 방식으로 일원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한다. 그는 실효성 논란이 있는 외장형 등록 방식과 아직 개발 중인 생체인식 기술 대신 국제적 표준인 내장형 등록 방식 하나로 통일되어야 제도가 정착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하며, 등록 방식의 혼선이 오히려 보호자들로 하여금 제도에 대한 혼란과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생체인식 기술을 개발해 ‘애니퍼피’라는 플랫폼으로 운영 중인 아이싸이랩은 생체인식 등록 방식이 지금의 내장형 등록 방식이 유발하는 심리적 부담, 비용, 접근성 등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하며, 점진적 도입과 보완적 활용을 통해 차세대 동물등록제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내장형과 생체인식 등록 방식 양측 모두 동물복지를 위한 선의에서 출발했지만, 방식마다 장단점이 있을 뿐 완전한 정답은 없다. 동물등록제의 등록 방식을 정한다는 건 단순히 기술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지향하는 본질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 제도가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동물등록제의 본질은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고, 유기와 학대를 방지하며, 더 나은 공존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등록 방식의 논의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동물 복지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성찰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 동물등록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단순히 방식의 문제를 넘어서 사람들의 동물 복지 인식 수준의 제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4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견 동물등록 미등록자 중 40%는 ‘등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라고 응답했다. 이는 제도가 기술적으로 아무리 완성되어 있더라도, 사람들의 사회적 수용성과 자발적 참여 없이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등록 방식을 정하기에 앞서 ‘등록의 이유’를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반려동물 입양 전 교육 의무화, 지속적인 생애주기별 등록 관리 시스템 구축, 또는 보호자 행동 유도 캠페인과 같은 정책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향후 동물등록제 대상 동물의 종류를 늘려나가며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모든 반려동물을 품을 수 있는 제도로 성장해야 한다.
이것이 단지 반려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학범 수의사 또한 인터뷰 중 동물등록제가 필요한 이유로 동물 복지는 곧 사람 복지와 이어진다는 점을 들었다. 동물 복지를 단순한 '동물만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건강'과 연결된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과 동물, 환경의 건강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인 원헬스(One Health)와 맞닿아 있다. 세계 보건 기구(WHO)가 원헬스를 ‘공중보건의 향상을 위해 여러 부문이 서로 소통, 협력하는 접근법’이라 정의하듯이, 사람이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물의 복지 또한 균형 있게 보장받아야 한다. 살충제 달걀 사태나 인수공통감염병처럼 동물의 삶의 질이 사람의 건강과 직결되는 사례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이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수록 동물 복지의 중요성 또한 커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유기, 학대, 불법 유통을 막는 동물등록제는 단순한 반려동물 관리 수단이 아니라 동물의 생애를 추적하고 보호하는 인프라이자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기본적인 안전망이 될 수 있다. 동물복지 정책의 기반이 되는 동물등록제에 전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