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부편집장 김신겸
수습편집위원 김규빈, 이은서
25학번 신입생을 모집하는 2025학년도 입시가 치러진 2024년, 입시계와 대학들이 주목한 키워드 중 하나는 ‘무전공 입학제’였다. 우리 학교에서도 자유전공계열을 신설해 2025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 기준 280명의 자유전공계열 신입생을 선발했다. 그런데 성균관대에는 이미 인문과학계열, 자연과학계열 등 무전공과 유사한 시스템, 대계열제가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유사한 체제인 대계열제를 이미 시행중인 성균관대가 자유전공계열을 신설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계열제와 자유전공은 무엇이 다른가?
[이 글에서 용어의 쓰임 정리]
학부제: 복수 이상의 학과 또는 전공이 결합한 형태로 운영되는 학사 제도. 본 기사에서는 1995년 5·31 교육개혁안을 계기로 국내 대학에 도입된 학사 제도를 의미.
대계열제: 학부제의 한 종류로, 성균관대에서 시행 중인 학부제 모델을 의미. 기존 시행 중이던 4개 계열(인문과학계열, 사회과학계열, 자연과학계열, 공학계열)만을 포함.
무전공 입학제: 2024년 교육부의 지원사업을 계기로 도입되며 다시금 쟁점이 된 학사 제도를 의미. 운영 방식과 형태 면에서 큰 차이가 없으나, 90년대 말을 기점으로 도입된 학부제와의 시점 구분을 위해 별도의 용어를 사용하였음.
자유전공계열: 무전공 입학제 도입에 따라 2025년 신설된 성균관대학교 자유전공계열을 의미.
무전공 입학제, 자유전공계열을 살펴보기에 앞서, 기존 시행되고 있던 학부제와 대계열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1995년 발표된 5·31 교육개혁안을 계기로 한국 대다수의 대학에 학부제가 도입되었다. 당시 지나치게 세분되어 있던 전공들을 합치는 ‘유사 학과 통폐합’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학부제였다. 김영삼 정부는 해당 개혁안과 학부제 도입을 통해 산업화 시대에 발맞춰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 구조를 개편하고자 하였다.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각자 자율적으로 구조를 개편 내지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목표였다. 성균관대학교는 1996년 ‘대계열제’라는 이름의 학부제를 도입하였고, 2009년부터 시작된 학과제로의 전환 흐름에도 대계열제를 고수해 왔다. ‘무전공 입학제’의 도입 이전에도 학과 모집 위주의 타 대학들과 비교했을 때 입학 정원 절반가량을 계열 모집으로 선발하는 것은 성균관대학교 입시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였다.
성균관대학교의 대계열제는 1학년 시기에는 지정된 필수 교양을 수강하고, 2학기 수료 후 전공 진입을 통해 소속 전공을 정하면서 전공 수업을 수강하기 시작하는 형태의 학부제이다. 올해 신설된 자유전공계열에도 마찬가지의 방식이 적용되었다. 여기까지 보았을 때, 대계열제와 자유전공계열의 차이는 단 하나, 진입할 수 있는 전공의 범위다. 대계열제는 진입할 수 있는 전공의 범위가 대체로 단과대학 단위로 제한되는 반면, 자유전공계열은 의약학, 사범대학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공으로 진입할 수 있다. 이제 대계열제가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자유전공계열을 새로 도입한 이유를 짚어보자.
2024년 1월 31일, 교육부는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 중 ‘미래사회 선도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혁신 지원’ 부분에는 ‘학생 전공선택권 확대’와 함께 ‘유연한 교육체제·학사구조로의 개편’ 등의 대학별 여건에 따른 다양한 시도와 성과를 평가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본 기사의 주제인 무전공 입학제와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교육혁신 성과평가 영역 중 ‘혁신성과’ 영역의 가산점 부여 기준이다. 수도권 대학은 2024년 실시한 2025학년도 모집 단계에서의 혁신 성과를 통해 가점을 받게 되었다. 즉, 무전공 입학제는 대학지원사업 평가에서 이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교육부는 해당 사업에서 무전공 입학제를 두 유형으로 분류한다. 유형 1은 전공을 정하지 않고 모집 후, 보건의료, 사범계열 등의 전공을 제외한 모든 전공 중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유형이다. 모집 인원 전부를 무전공 통합 모집 후 각자의 전공을 선택하는 형태와, 모집 인원 중 일부를 무전공으로 모집 후 각자의 전공을 선택하는 형태가 이 유형에 속한다.
유형 2는 계열 또는 단과대학 단위 모집 후 해당 분류 내의 모든 전공을 자율 선택하거나 학과별 정원의 150% 이상 범위 내에서 전공을 선택하는 유형이다.
전체 모집 인원에서 각 유형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른 가점은 다음 표의 내용과 같다.
유형 1과 유형 2를 합쳐 전체 정원 내 모집인원의 25%를 확보하도록 한 동시에 유형 1의 모집 인원이 전체 정원 내 모집인원의 10%를 차지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았을 때, 교육부가 유형 1을 유형 2보다 장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의 경우 이 분야의 가점이 최대 10점이었던 것에 비해, 2025년 발표된 2025~2027년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는 최대 15점으로 늘었다.
이 가점은 혁신성과 영역의 만점 100점에 별도로 더해지는 점수다. 가점 10점, 15점은 S(~95점), A(~90점), B(~80점), C(80점 미만)로 나뉘는 4개 등급 기반의 혁신성과 평가 등급을 최대 2개 등급까지도 높일 수 있는 점수다. 여러 보도에서 언급된 바 있는 “등급 구간별로 지원 금액 차이가 수십억 원까지 날 수 있다”라는 분석과 그 수십억 원의 지원 금액 유무에 따라 운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국내 대학이 많다는 평가를 참조하면 재정지원을 빌미로 무전공 입학제 도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성균관대학교의 경우, 올해 신설된 자유전공계열은 유형 1로 분류되었으나 기존 대계열제 4개 계열은 유형 2로 분류되지 못했다. “학과별 정원의 150% 이상 범위 내 전공 선택”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그 이유로 보인다. 이에 전공 진입 허용 인원 비율을 현행 120%에서 늘릴 계획이 있는지 묻는 말에 학교 본부 측은 “현재 우리 학교는 폭넓은 복수전공 제도 운영, 마이크로디그리 등 유연하고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전공 이수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라며 비율 상승 없이 현행을 유지할 것이라 밝혔다.
학부제와 무전공 입학제는 입학 이후 학생이 직접 전공 탐색 과정을 거쳐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대학 입학 전까지 입시 위주의 공부만 하며 진로 탐색의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입학 이후 진로 및 전공에 대한 탐구와 고민을 할 수 있는 기간을 준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다만, 이 제도가 도입되어 실행되기 전부터 예상되었고, 실제 운영 과정에서 등장했던 문제점들도 명확하다. 학부제의 도입 및 운영 당시 지적되었던 문제점들이 이번 무전공 입학제에서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공 간 선호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전공별 인원 불균형 현상은 과거부터 주된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사항이다. 대계열제는 학과별 정원을 두어 과도한 인원 편중을 방지하였으나, 정원 제한을 두지 않은 일부 타 대학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어 왔다. 우리 학교 자유전공계열의 경우도 학과별 진입 인원 제한이 없어 여타 대학이 겪은 인원 편중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현상이 지속되면 비인기 학과는 학생 확보가 어려워져 전공 폐지의 위험에까지 놓일 수 있다. 그러나 인원 편중은 비인기 학과에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특정 학과에 학생이 과도하게 몰릴 시에는 재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될 여지가 있다. 증가한 학생 수에 비해 교강사, 강의 시설과 설비 등의 인프라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경우 수업 개설 및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입학 첫해의 경험(First Year Experience, FYE)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대계열제와 자유전공계열의 신입생은 소속된 학과가 없었기 때문에 학과 모집으로 입학한 신입생 또는 타 대학의 동일 전공 신입생과 다른 양상의 1년을 보내게 된다. 이에 따라 전공과 학교에 대한 소속감 정도, 타 대학 동일 전공 학생과 비교했을 때의 2학년(또는 3학년) 시기 전공 학습 수준 등이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자유전공계열의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자유전공계열 신입생이 기존 대계열제 내 학과 외 타 전공(계열 모집이 아닌 학과 모집으로 선발하는 전공)으로도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유전공계열 신입생이 학과 모집으로 선발하는 학과에 진입할 때 해당 학과의 동일 학년 학생과 비교했을 때 상이한 FYE를 갖게 될 수 있다. 학과 신입생으로 1년을 보내며 쌓은 소속감과 유대감, 1학년 시기부터 전공을 학습하며 생긴 2학년 시기의 전공 수준 차이 등의 측면에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무전공 입학제의 도입 과정에 대해서도 지적되는 문제가 있다. 대학 내부가 아닌 교육부의 문제다. 하나는 앞서 이야기한 바 있는, 교육부에서 재정 지원을 빌미로 도입을 사실상 강제했다는 점이다. 비록 2025년을 전후로 대학가 전반에 등록금 인상 기조에 불이 붙었지만, 연이은 등록금 동결로 재정의 부족을 호소하던 대학으로서는 교육부의 재정 지원이 절박했을 것이다. 대학의 ‘자율 혁신’을 표방하지만, 절박한 대학의 상황을 볼모 삼아 본인들이 원하는 제도를 도입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다소 모순적인 행보다. 다만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대학이 그 시도와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점이 교육부의 다소 조급한 행보를 초래했다는 평가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도입 이후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왜 유형 1이 10%여야 하는지, 유형 2까지 합쳐 25%여야 하는지 등에 대해 그 비율 책정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 제도의 명분에 대한 설득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또한, 입학 이후 전공 탐색 기회 제공 등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 없이 무작정 입학 전형만을 도입하여 속 빈 껍데기와 같은 제도를 만들었다. 실제로 학부제 도입 이후에도 전공 탐색을 위한 활동에 관심을 갖기보다 안정적인 전공진입을 위한 성적 확보를 목적으로 이른바 ‘꿀강’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수업 이외에 진로 및 전공 탐구를 위한 활동이 그 기회와 내용 측면에서 충분히 제공되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학사 운영이 학부제와 무전공 입학제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올해 ‘2025~2027년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단순히 무전공 선발 인원이 증가했다는 사실만을 들며 ‘다양한 학문을 경험’, ‘주체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는 역량을 기르도록 지원’ 등의 효과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사회적 필요와 본인들 제도의 본질에 대한 적확한 성찰도, 문제의식도 없이 그저 수치 달성이라는 사실만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출발은 성대했던 무전공 입학제. 그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성균관대학교는 작년 자유전공계열 신설 확정 이후, 자유전공계열 신설 및 운영과 관련된 교내 부처들로 구성된 TF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제57대 총학생회 S:CATCH에서도 자유전공계열 TF를 개설하여 자유전공계열 학생 대상 행사 및 학습권과 관련한 각 단위의 의견을 학부대학 및 교무팀 등에 전달하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TF의 경우 총학생회를 비롯한 단과대학 학생회장단이 주체가 되어 활동 중이다.
자유전공계열 신설에 따른 우리 학교의 대응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인원 불균형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하고 있을까? 작년 9월 성대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우리 학교는 자유전공계열을 신설하며 현재 재학생 수와 인원 편중 우려 등의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경영학과, 글로벌경영학과, 전자전기공학부 등 12개 모집 단위의 모집 인원을 총 277명 축소했다. 학부대학 행정실 안준영 책임에게 해당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묻자, “전공 선호도에 따라 전공별 인원이 편중될 수 있다는 점은 자유전공계열 설계 단계부터 고려하였던 부분”이었다는 말과 함께 “해당 현상이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안 책임은 전공 선택의 자율성 보장과 전공별 진입 인원의 균형은 완벽히 양립하기 어렵다 볼 수 있으며 자유전공계열의 취지 및 학생의 선택권 존중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인원 불균형 현상을 어느 정도 개연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후 “인원 불균형 현상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묻는 말에는 자유전공계열 신입생들을 상대로 3회에 걸쳐 선호 전공 수요 조사를 실시하였고, 해당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각 단과대학 및 학문단위(학부, 학과, 전공 등)의 교육 자원(교육 과정 및 수업 편성, 교원 및 공간 확충 등) 재편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내용에 관해 대학본부와 수시로 소통 중에 있고, 수요 조사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신입생의 경험과 적응, 소속감 등 FYE에 관련된 문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안 책임은 일반적으로 대계열제 신입생과 이외 학문단위 신입생들이 이수하는 필수 과목은 대동소이할뿐더러, 올해부터 우리 대학 제도 개편에 따라 대계열 1학년 학생에게 모든 전공 수업의 수강 자격이 주어졌음을 밝히며 학문적 경험에 있어 더욱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안 책임은 금년 자유전공계열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1학기 중 특화프로그램을 2회 진행한 바 있으며 해당 프로그램의 대상이 추후 대계열제 1학년 학생들에게도 확대될 예정임을 밝혔다. 안 책임은 특화프로그램을 통해 “성균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 및 자유전공계열 내 커뮤니티 생성”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프로그램을 수강한 자유전공계열 학생들은 기존 1학년 학생들보다 풍부한 FYE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공 탐색 기회 제공에 대해, 안 책임은 올해 1학기의 학생기구 대상 간담회, 자유전공계열 TF 등 각 단과대학/학문단위 및 학생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자유전공계열 대상 타 학문단위의 협조 필요성을 호소, 협력을 약속받았으며 이에 따른 각종 프로그램까지도 계획했다고 답변했다. 그 일환으로 각 단과대학/학문단위의 학생 행사 개최 시, 행사의 성격이 허락하는 한 자유전공계열 학생들을 그 참여 대상에 포함하기로 협의하기도 . 또한 9월 3주차에는 기존의 학과탐색캠프를 확대 및 재개편하여 자유전공계열 및 대계열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그 내용으로 각종 온/오프라인 설명회 및 선후배 간 만남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올해 2학기 전공탐색 교과목이 6개 신설되면서 총 8개의 전공탐색 교과목을 통해 보다 풍부한 전공 탐색 기회가 제공된다.
혁신의 신호탄, 무전공 입학제
1995년의 학부제, 2024년의 무전공 입학제. 모두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어 변화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한 정책이다. 고착화된 학과·전공 중심의 기존 대학 체계에서 벗어나 전공들 사이의 벽을 허물고 보다 유연한 체계를 만드는 것. 더 나아가 각 전공의 융합을 통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교육을 가능케 하는 것. 그것이 그 두 제도의 목표이다. 그러나, 두 제도의 도입 모두 대학의 ‘자율’을 외치는 정책과 사업의 일환이었음에도 재정 지원을 볼모 삼아 사실상 강제적으로 도입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각 제도의 지향점과는 어긋나게, 결국 ‘전공진입’이라는 시스템으로 인해 학과 중심 체제에서 탈피하지 못하게 된 것도 분명한 한계점이다. 그 본의를 달성하고 싶었다면 점진적으로 학과 중심 체제에서 탈피하여 대학 내부부터가 학부제의 이상적 모델로 나아갈 준비가 된 상태에서 모집 단위를 개편해야 했다. 이는 대학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용이한 ‘수치’에만 집중한 교육부의 실책이다. ‘2025~2027년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 발표 내용과는 달리, 모집인원의 증가가 곧 교육혁신의 실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제도는 그 실질적 내용에서의 결함이 분명히 존재한다. 고착화된 전공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진정한 혁신과 융합을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전공의 내용에서, 수업의 내용에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 변화는 한 두 개의 정책이나 제도로 이뤄낼 수 없다. 결국 대학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교육이 사회가 변화하는 흐름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대학 입시가 중심이 된 한국의 교육은 대학의 변화 없이 변화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 흐름에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은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학부제가 시작된 90년대, 갑작스레 찾아온 변화에 준비하지 못한 한국의 대학들은 그 변화의 흐름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학과 중심 체제로 운영되던 대학들이 학부제라는 커다란 변화를 즉시 수용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러나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학부제를 경험했던 대학들은 무엇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2022년 8월, 서울대학교는 ‘서울대학교 중장기발전계획 보고서’를 발간했다. 비전 달성을 위한 첫 번째 중점 추진 과제가 “전공·학과(부) ·단과대학(원) 간 장벽 없애기”이다. 그리고 그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제안한 4개의 핵심과제는 다음과 같다.
△입학 모집단위의 광역화·폐지와 교양교육의 강화 △전공선택과 변경의 자율화 △교과과정에 기반한 전공 선택 및 학생설계 전공 활성화 △교수 소속 자율화
이는 서울대학교만의 과제가 아니다. 한국의 대학들에 공통적으로 주어진 과제다. 입학 모집단위의 변화는 시작되었고, 이 변화가 단순히 모집단위만의 변화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대학 내부의 혁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무전공 입학제는 학부제에 이은 대학 혁신의 두 번째 신호탄이다. 첫 신호탄에 이어 두 번째 신호탄마저 불발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찾아왔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성균관대학교의 자유전공계열도 단지 신설된 모집단위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성균관대학교의 ‘인류와 미래사회를 위한 담대한 도전’의 신호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