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호] 사라지는 그 시절 기억: ‘7세고시’

커버스토리

by 성균지

편집위원 나유정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잔상은 있다. 가장 널찍해 보였던 놀이터에서 그날 처음 보는 아이와 친구가 되고, 학교가 끝나면 바로 앞에 있는 분식집에 달려가 달콤한 슬러시를 입에 넣었던 기억이다. 자연스레 미화된 추억일지라도 어린 시절을 되새기면 아련한 과거의 순간이 강렬하게 떠오른다. 2025년, 놀이터의 모래도, 분식집의 슬러쉬도 사라진 지금의 아이들에겐 현재의 삶이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작년 한국의 총 사교육비는 초, 중, 고등학생을 통틀어 29조 원을 달성하면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한편, 미취학 아동인 영유아의 경우 사교육 비율은 전체 영유아 중 약 48%에 달했다. 83%의 초등학생이 대학입시를 위해 사교육을 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3~5세의 영유아까지 본격적으로 사교육 시장의 타깃이 되었다. 이 수많은 아이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정상성’을 얻으려 취업을 위해 대학을 준비하고, 대학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시험을 위해 또 다른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고등학생이 방학 특강으로 인해 호텔 장기 투숙, 원룸살이를 하고 있다는 기사에 놀라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어느새 사회는 유아도 13년 뒤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웅성거림으로 들썩이고 있었다. 그렇게 한국의 사교육 중심지, 대치동의 ‘7세고시’가 수면 위로 등장했다.


87년 민주화 이후 사교육 규제가 풀리면서 높아지는 국민소득과 함께 사교육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정부의 인구분산정책으로 강북의 8학군이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현재의 강남 8학군이 형성되었고 이러한 명문고를 중심으로 점점 많은 중산층 가정이 모이기 시작했다. 자녀의 교육에 투자할 시간과 자본의 여유가 있던 대치동의 가정은 명문고 입학을 통한 대입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결국 그 주변으로 사교육 학원들이 끊임없이 들어섰다. 마침내 대치동은 서울의 3대 학원가(목동, 중계동, 대치동) 중에서도 대학 입시를 위한 유일무이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7세고시’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전부터도 오랜 시간 동안 대치동에서는 초입 준비가 성행하고 있었다. 물론 사립초등학교의 선발 방식은 추첨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부모들은 아이가 영어유치원에 이어 초등학교에서 한층 높은 수준의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대치동 학원가에서 발 빠르게 움직인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빅5 영어학원 중 한 곳을 다니도록 하고 싶다면 아이는 학원의 레벨테스트를 치러야 하고, 그 레벨테스트에서 합격하려면 일명 ‘프렙(prepration)’이라는 또 다른 학원에 다녀야 한다. 한 마디로 7세고시란 일곱 살 아이들의 ‘학원 입시’ 전쟁이다.



“왜 7세고시까지 등장했나?”

본래 대학 입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중학생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에 진학하고부터는 모든 시험이 고등학교 입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중학교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초등 상위권을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예비초’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입시의 불안감은 끊임없이 쌓여 사교육의 중심지 대치동에서부터 7세고시 열풍이 시작되었다.


대학 입시에 요구되는 훈련과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의 편차가 극심하다는 점도 하나의 문제다. 학부모들은 안정적으로 상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공교육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격차를 학원이 단단히 메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치동에 있는 초등학교는 모두 공립초등학교로 국가에서 지정한 교육 시간과 시수에 맞춰 운영된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는 당연하게도 교사당 7~8개의 교과목을 맡아 20명의 아이을 가르친다. 학부모와 교육부는 학생들의 교과 역량 향상을 원하지만 실제 공립초등학교의 환경은 넉넉지 않다. 담임 교사가 교육부 표 ‘맞춤형 교육’, ‘학교별 자율화’부터 학부모의 요구까지 홀로 짊어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임무다. 더 나아가 이 현상을 지지하기 위해 ‘7세고시’라는 프레임 안에 가두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학대라는 담론까지 등장한다. 아이들은 오히려 학원을 통해 친구들과 교류하며 사회성을 기르고 함께 공부도 하며 즐겁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폐쇄적인 장소 안에서의 틀에 박힌 교육으로만 성장하지 않는다. 어린아이가 자라나는 과정, 그 ‘성장’의 진짜 의미를 짚어봐야 한다.



“아이는 어떻게 자라나”

유아기는 두뇌활동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기로 이 시기의 두뇌 발달은 앞으로의 신체, 사회, 인지, 정서적 발달 등에 영향을 미친다. 유아기 동안 신경세포 간의 연결이 상당히 활성화되고 두뇌의 효율을 위한 신경세포의 ‘가지치기’ 활동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 아동이 겪는 경험들은 매우 중요한데, 유아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자극의 종류와 질은 어떤 시냅스와 신경회로가 어떻게, 얼마나 잘 발달할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7세고시라는 학원 입학시험은 인지-정서-신체의 순환보다 학습인지 영역만을 집중적으로 겨냥한 한정된 경험을 주입한다. 2024년 유아정책연구소에서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 활동을 많이 받는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부담감, 불안-좌절감 경험 등의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학습 사교육에 참여한 경험이 많을수록 아동의 자존감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7세고시는 1차 필기시험과 2차 인터뷰 시험으로 구성되어 아이들의 영어 독해, 문법, 듣기, 쓰기, 말하기를 시험한다. 입학 후에는 소수정예로 영어 학습 관리를 받게 되고 아이들은 2시간 이상 수업을 받은 후 1~2시간 동안 숙제를 끝내고 잠에 든다. 그러나 아이들 대부분은 영어학원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과목의 학원도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고, 보통 영어나 수학과 같은 주요 과목의 학원은 주 2~3회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들은 평일의 대부분을 교과 학습에 투자하게 된다. 사실 아이들은 1세 이전부터 발달을 시작하므로 3~6세의 아이들도 수학과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3~6세 아이가 수학과 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이의 전반적인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강북삼성병원 정신의학과 신동원 교수는 “마치 사과가 아이 건강에 좋으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사과는 건강에 좋다고 대답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과만 먹거나 지나치게 많이 먹어 다른 것을 먹을 기회가 없다면 아이 건강과 발달이 좋을 리가 없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좋은 교육은 아이가 단순히 기술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인지, 언어, 운동, 감정, 사회성 등이 다방면으로 발달한다. 특정 과목만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다 보면 공감 능력이 떨어져서 사회성이 잘 발달하지 못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균형 잡힌 전인적인 인격체로 발달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한편, 7세고시를 시행하는 대치동 영어학원은 1~3점대로 평가되는데 숫자가 높아질수록 배우는 내용이 어려워진다. 3점대 학원들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어느 학원에 다니냐는 곧 아이의 영어 성적표가 된다. 그래서 7세고시의 성공 여부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는 실패들 중 하나가 된다. 아이들은 실패를 통해 자라나기에 실패 자체는 성장을 향한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다. 그러나 실패 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정도를 가리키는 회복탄력성에 주목해 보자. 회복탄력성은 평가의 대상이 된 아이들의 행복감, 자아존중감과 긴밀히 연결된다. 한국보육지원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유아의 자아존중감과 행복감이 회복탄력성과 정적 상관관계를 띠며 행복감, 자아존중감 순으로 회복탄력성에 높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치동의 교육 구조에서는 아이들이 행복감, 자아존중감을 키울 기회를 얻기 어렵다. 아이들은 교과목을 공부하면서 얻은 성취감으로만 정서적으로 발달할 수 없는데, 유아기 한가운데에 끼어드는 대치동의 ‘영어유치원→빅5 영어학원’ 구조는 명확히 아이들의 건강한 정서·사회성 형성을 방해한다.


또한 아이들이 부모에 의해 이 구조 안으로 편입되면서 부모의 심리적 통제는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가해진다. 일반적으로 부모의 과도한 심리적 통제는 아이들의 자신감 발달을 저해하고 죄의식을 심으며 이들이 청소년이 되었을 때 심리적 자율성이 부재하도록 한다. 이에 대치동의 부모들은 아이에 대한 기대로 자신의 아이를 7세고시의 굴레 안으로 이끌고 있으면서도, 아이에게 결과를 어떻게 전달할지 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치동의 관습이 긴 시간 동안 사회 안 구성원들을 갉아먹었음에도, 그 관습은 30년 동안 점점 높은 권위를 얻으며 하나의 지역 정체성, 즉 누구든 그 지역에서 함부로 변화를 일으킬 수 없는 속성으로 자리 잡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서울에서 아동·청소년을 진료한 정신과 병원 599곳 중 215곳이 강남 3구에 있는 병원이었으며 이곳의 환자 수는 서울 전체 아동·청소년 환자 수의 35%를 차지했다. 특히 대치동 부근의 소아 정신과 병원은 10곳 중 8곳이 2달 후에 진료할 수 있거나 유명 병원의 경우엔 3~5년을 대기해야 한다. 반드시 강남3구의 교육열로 인해 아동·청소년의 정신과 진료가 늘었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지역보다 강남 3구가 가정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을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것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남 3구의 교육이 아이들에게 정신 상담을 요구한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하지만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여전히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외면하고 있다.



“결국 공교육의 한계다” vs “이젠 대치동의 구조 문제다”

<2022 개정 교육과정 기준의 성격>

가. 국가 수준의 공통성을 바탕으로 지역, 학교, 개인 수준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에 관한 기본사항을 제시한다.

나. 학교 교육과정이 학생을 중심에 두고 주도성과 자율성, 창의성의 신장 등 학습자 성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을 제시한다.
(생략)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 <2022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학교에서는 학습 외에도 학생들이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이상을 실현할 수 있게 시민 교육, 창의 교육 등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학교의 기능이 전체 성적을 산출하는 공간으로 전락하면서 학교는 ‘교육’보다 ‘평가’의 공간이 되었다. 그 배경에는 1년에 4번 치러지는 정기고사 성적과 각종 학내 활동을 평가하는 수시 제도, 연령에 상관없이 전국의 수험생들이 오로지 성적으로 경쟁하게 하는 정시 제도가 있다. 정시는 점점 고차원적인 풀이 능력을 요구하고 수시는 점점 다양한 학생활동을 요구하며 사교육 시장을 더욱 활성화했다. 따라서 이제 모두가 동일하게 제공받는 공교육이 아닌 나를 위한 특별한 사교육이 필요해졌다. 결과적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소수 한정으로 성적을 꾸준히 관리받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 의존했다. 이렇게 소수를 위한 환경은 사립초, 국제중, 그리고 특목고 등을 통해 끊임없이 심화했고 사교육 시장은 더 방대해지고 깊어졌다.


그러나 대치동은 꾸준한 학습 관리 차원을 넘어서 오랜 시간 동안 과열된 교육 시장의 모습을 보였다. ‘대치동’이라는 지명은 사교육 시장을 가리키는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지속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특히 한국 입시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사용된다. 이는 30년을 가로질러 한국의 교육 문제가 날로 극심해지는 현상에는 대치동의 편향된 사교육 성장도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곳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전체 입시 형태가 완전히 달라지지 않는 한 한국 입시 과정에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서울시는 2021년부터 교육 격차를 줄이려는 방안으로 인터넷 강의 교육지원 플랫폼인 ‘서울런’을 선보였지만, 사실상 전체 교육 과열 정도는 똑같이 유지되며 교육 격차는 일방향으로 줄어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계층이동 사다리의 핵심인 '서울런' 참여자는 2021년 9,069명에서 2023년 2만 2,390명으로 늘어나서 취약계층 학생들의 대학 진학과 취업을 성공적으로 돕고 있다.”라고 서울런의 지향점을 언급했지만, 대학 진학뿐만 아니라 소수의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을 진정시킬 서울시 자체의 교육 환경 시스템에 관한 개편안은 제시한 바 없다. 한편, 강남구는 작년 12월 중학생들을 위한 ‘대치 클래스’를 개강했다. ‘대치 클래스’란 대치동 학원가 강사와 강남구 교사의 직강으로 구성되어 대치동 핵심 학습 자료를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로, 대치동과 강남구청의 협업 교육 콘텐츠이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수업들은 모두 난이도 상을 가리키고 있으며 내신과 모의고사 1등급을 목표로 한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대치 클래스는 교육 1번지 강남구의 수준 높은 교육 역량을 담은 강좌로 예비 고등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대치동의 현재 교육 기조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러한 강남구의 행보는 구 내 다양한 학생의 모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대치동의 전통적이고 획일적인 교육 방식만을 고수하는 양상을 보인다.



3세부터 6세의 아이들의 활동량은 하루 최대 15km에 달한다. 게다가 이들은 ‘분리-개별화’ 시기에 서 있어 부모의 의지와 별개로 자기의 욕구대로 행동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때의 아이들은 ‘자기 통제’의 기초를 배운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EBS <클래스-e>를 통해 통제와 보상의 균형을 위해 ‘참는 만큼 즐거운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활동의 전체 양을 100으로 잡는다면 10~30 정도로 자신을 통제하게 하고, 70~90은 놀이 시간이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7세고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욕구를 우회할 방법 없이 계속 통제만을 반복한다. 사교육의 개수나 횟수가 많아질수록 유아의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지고, 행복감이 감소하며 더불어 사교육 지속 기간이 길어지면 사회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결국 아이의 공부정서가 떨어진다.

*공부정서란?

공부와 관련한 상황을 의미. 성적보다 회복탄력성과 공부정서가 밀접하게 연관되며 이를 위해 부모와 아이 사이의 긍정적인 정서적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나의 아이를 ‘똑똑하게’ , 혹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따라갈 수 있는 수준으로 기르기 위한 다른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신동원 교수는 아이의 개별적이고 다층적인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는 언어, 인지, 사회성, 감정, 운동 발달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발달하므로 한 아이의 내면에 있는 다양한 영역에 대해 심층적인 파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더불어 보호자가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면 전문적으로 아동 발달을 파악하는 기관의 도움을 받고 이를 통해 아이가 즐겁게 따라올 수 있는 경험과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앞서 김붕년 교수가 제시한 바와 같이 아이들의 활발한 신체 활동을 유도하는 신체 놀이가 있다. 3~6세는 대근육을 비롯해 소근육이 발달해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해지는 시기로 이는 뇌에까지 연결된다.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대뇌피질의 전두엽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는데, 신체 활동량이 많을수록 뇌 네트워크는 더 견고하고, 효율적이며, 유연하게 조직화한다.

직접 부딪히거나 소리를 듣는 등 오감에 대한 기억은 오래 지속된다. 많은 것이 사라지고 낡았을지라도 한 폭의 그림일기처럼 남은 우리의 ‘그 시절’과는 달리, 요즘 아이들의 사정은 다르다. 지금 아이들은 미래의 나를 위해서 현재의 나를 살아간다. 그러나 이들은 오로지 어른이 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매일매일 색다른 일을 겪으며 자아를 만들고, 또 변형하며 각자의 속도에 맞게 성장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수학 공식이나 영어단어가 아닌 장황하고 허무한 꿈을 자꾸 되새기며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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