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왜 그렇게 자존심이 중요했을까.”
문득 내뱉은 이 말 한마디가, 잊고 지냈던 젊은 날의 나를 불쑥 데려왔습니다.
그 시절의 나는, 세상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존심이라는 얇은 막 뒤에 자신을 숨기곤 했습니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었지만, 어쩌면 그것만이 버티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참 바보 같다고 웃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집에서 쓰는 말과 학교에서 배우는 말이 너무 달랐습니다.
수업 시간마다 낯선 언어의 흐름 속에서 자꾸만 소외감을 느꼈고,
그럴수록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방어기제가 작동했습니다.
‘내가 부족한 걸 들키면 안 된다’는 두려움은 곧,
‘강해 보여야 한다’는 압박으로 바뀌었고,
저는 어느새 자존심이라는 갑옷을 스스로 입고 있었습니다.
청소년 심리 수업 시간, 교과서에서 처음 본 단어들이 있었습니다.
자존심과 자존감.
단어는 비슷했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달랐습니다.
윤홍균 작가는 『자존감 수업』에서 말합니다.
“자존감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자존심은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제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건 ‘진짜 나’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 속에 만들어낸 이미지였다는 것을요.
강한 척, 괜찮은 척, 이겨야 한다는 집착 아래에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쓰던 말과 학교에서 접한 언어는 달랐고,
그 작은 차이는 어린 저에게 큰 장벽으로 다가왔습니다.
모르는 걸 질문하기보다 아는 척했고,
틀린 걸 인정하기보다 강해 보이려 했습니다.
이기주 작가는 『언어의 온도』에서
“말은 곧 사람의 성격이며, 기억이며, 태도다”라고 말합니다.
그 말처럼, 제가 어떤 언어 환경에서 자랐는지가
자존감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한때 저는 말했습니다.
“우리 아이에게만큼은, 나처럼 말 때문에 서러움을 겪게 하지 않겠다.”
그 말은 부모로서의 다짐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스스로를 향한 미안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것은 ‘나의 한계’라기보다,
자존감의 부재가 만들어낸 그림자였습니다.
김수현 작가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를 사랑하는 데 필요한 것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다.”
그 용기가 없었던 저는,
부족함을 인정하기보다 자존심이라는 가면 뒤에 숨었고,
늘 더 나아가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를 채찍질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딸이 “요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며 조심스럽게 털어놓던 날,
저는 저의 젊은 날과 마주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조용히,
오랜 미안함과 후회를 털어놓았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어요.
예전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쓰였던 저의 파고드는 성향이
이제는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힘'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요.
남편과 언어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의 생각이 엇갈렸던 적도 있습니다.
어릴 적, 엄마가 형제들을 더 챙기는 것 같아 서운했던 기억도 있지요.
그 모든 장면들은, 결국 “이해받고 싶다”는 저의 외침이었습니다.
이제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누군가에게 “왜 그랬어?”라고 따지기보다,
“그땐 어떤 기분이었어?” 하고 마음을 묻습니다.
자존심에 목숨 걸던 저는
이제 ‘공감’과 ‘배려’를 배우며 진짜 나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
타인의 마음을 가볍게 들여다보는 용기.
그것이 제가 지금 걷고 있는 여정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의 자존심과 자존감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여러분 곁에 머물고 있나요?
#자존감 #자존심 #자기성찰 #심리 #나를찾는여정 #공감의힘 #언어의힘 #에세이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