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독차지했던, 나만의 은밀한 목욕탕
기억의 시작: 소 여물 솥과 고무다라 속 엄마의 온기
내가 아주 어릴 적 살던 동네엔 욕실도, 온수도 없는 집이 대부분이었다.
목욕을 하는 날이면 집안은 묘한 긴장감으로 들썩였고,
엄마는 소 여물을 끓이던 커다란 무쇠 솥을 깨끗이 씻어 물을 가득 채웠다.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고, 솥 안의 물이 팔팔 끓어오르면
엄마는 조심스레 고무다라에 덜어내 찬물을 살짝 섞는다.
그 물의 온도는 늘 엄마 손끝 감각으로 정해졌다.
그리고 부엌문을 살짝 걸어 잠근 뒤,
나를 퐁당— 따뜻한 물속에 넣어주셨다.
고무다라에서 피어오르던 김 속에서,
엄마의 손은 거칠지만 다정했다.
면수건으로 부드럽게 때를 풀어가며 문지르시는데,
때때로 “아야!” 소리가 나올 만큼 아팠지만…
그 아픔마저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엄마의 손이 닿을 때마다 묵은 때가 벗겨지고,
사랑이 피부를 타고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여름밤의 모험: 다리 밑, 달빛 속의 목욕
한여름이면 우리 집 목욕 풍경도 달라졌다.
저녁을 해먹기 전, 엄마는 나를 슬쩍 불러 말씀하셨다.
“얘야, 오늘 저녁 먹고 우리 둘이 다리 밑으로 씻으러 가자.”
나는 “그러마” 하면서도,
속으론 벌써부터 두근두근 설레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동생들은 오빠에게 맡긴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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