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물과 따뜻한 웃음, 그 시절 우리의 위대한 세탁법
기억의 필름 속으로: 우물가에서 개울가까지
아주 어린 시절, 우리 집엔 세탁기가 없었습니다.
물은 우물에서 길어다 썼고, 빨래도 그 우물가에서 해결했지요.
깊은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 찰랑이는 물통을 끌어올리다 보면, 옷을 적시는 일은 다반사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멀더라도 흐르는 물이 있는 개울가를 더 좋아했어요.
개울가에 도착하면, 그곳은 이미 작은 마을 광장이 되어 있곤 했습니다.
동네 어른들과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다를 떨며 빨래를 하던 풍경.
보글보글 피어나는 비눗방울, 정겨운 사투리, 옷을 두드리는 경쾌한 소리.
그 모두가 하나의 장면처럼 어우러졌습니다.
바쁜 엄마를 돕고 싶은 마음에, 종종 허락을 받아 빨랫감을 들고 개울가로 향했습니다.
저에겐 일이라기보다 하나의 놀이였지요.
여름 개울가: 땀방울과 웃음꽃
햇살이 쨍쨍 내리쬐던 여름날의 개울가는, 그야말로 천연 놀이터였습니다.
돌빨래판 위에 옷가지를 올려놓고, 엄마가 하시던 대로 빨래방망이로 두어 번 툭툭 두드리고, 차가운 시냇물에 설렁설렁 헹궈주는 것.
굳이 힘을 주지 않아도, 흐르는 물이 자연스레 거품을 씻어냈습니다.
빨래를 마친 옷들은 개울가 주변의 나뭇가지에 널렸고,
우리는 그 사이로 뛰어다니며 멱을 감고 머리를 감고, 여름의 열기를 식혔습니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도 힘들다기보단, 왠지 뿌듯하고 즐거웠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 바싹 마른 옷가지를 다라에 담아 집으로 돌아오던 길.
그때의 마음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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