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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흔들린 날

파도가 요동친 날, 나는 나를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 작가 심사에서 떨어진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떨어짐에도 다 뜻이 있었구나. 하나님이 나를 단련하시려는 거였구나. 내 안에 숨어 있는 잠재력을 밖으로 꺼내주시기 위한 깊은 계획이었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그저 흘려들었던 날들이 많았지만, 오늘은 그 말이 마음 깊이 와닿는다.


편안한 상태로는

자기 안에 있는 보물이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우리가 흔히 겪는 실패, 아픔, 고통이라는 이름의 순간들이 사실은 내 안의 ‘진짜 나’를 꺼내게 만드는 도구였던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바닷가 근처 산등성이에 올라가면 바다가 보이는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 살았다.

친구도 거의 없는 조용한 마을이었다.


엄마는 늘 밭일을 하셨고,

나보다 어린 여동생과 남동생은 엄마를 따라 밭으로 나갔다.


나만 혼자 집에 남는 날이 많았다.

혼자 있을 땐 심심해서 바다가 보이는 뒷산에 올라가 하염없이 푸른 바다를 바라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파도가 유난히 거세게 요동치는 모습을 봤다.


어린 내 눈에는 그 모습이 마치 태풍처럼 무섭게 느껴졌다.


무서운 마음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고, 잠시 후 엄마와 동생들도 바람이 세다며 일찍 들어왔다.


엄마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계실 때, 나는 곁에 가서 물어보았다.


“엄마, 왜 아까 바다가 그렇게 무섭게 변했어?”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바다도 계속 잔잔하기만 하면 바닷속이 썩어버려. 그래서 1년에 몇 번은 저렇게 크게 흔들려줘야 밑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들이 정리되고, 그래야 미역도 싱싱하게 자라고, 물고기들도 잘 살아.”


그때는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오늘 문득 엄마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너무나 깊이 와닿았다.


사람도 똑같구나!

우리가 겪는 고통, 아픔, 실패라는 바람과 파도는 내 안의 고요한 바닥을 뒤흔들어 가라앉은 상처, 감정, 꿈, 가능성을 다시 떠오르게 만드는 과정이었구나.


교회 목사님은 종종 말씀하시곤 했다.

“상처는 나쁜 것만이 아니다. 하나님은 아픔을 통해 우리를 쓰신다. 연단을 통해 우리를 빚어 가신다.”


그때는 솔직히 이해가 안 갔다.

‘왜 굳이 아픔을 통해서 쓰셔야 하죠? 기쁨으로도 쓰시면 안 되나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상처 속에서 나는 더 깊이 나를 보게 되었고, 진짜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엄마의 말, 목사님의 말씀,

그리고 오늘의 경험이 겹쳐지며 나는 생각한다.


‘아… 이제서야 내가 진짜 ‘사람’이 되어가는 건가...’


가라앉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흔들린 날, 나는 비로소 나를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작가도전기 #글쓰기의힘 #실패의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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