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3 – “창업이라는 언어로 사람을 구하는 일”
“창업이라는 언어로 사람을 구하는 일”
: 기획자에서 실행자로
박지민은 원래 콘텐츠 기획자였다. 회의실에서 PPT를 만들고, 브랜딩 전략을 짜며 살아왔다. 머릿속에는 늘 멋진 기획이 가득했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키워드, 경쟁을 이기는 슬로건, 시장을 선도할 구조. 하지만 이상하게도, 손끝에서는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말한다.
“기획서만 쓰고 있는 내 모습이 어느 순간 너무 허전했어요.
멋진 말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첫 창업은, 어쩌면 너무 생소한 분야였다. 강원도의 농촌 체험과 지역 농산물을 메타버스로 연결하는 VR 콘텐츠 플랫폼, ‘팜스페이스’. 도전 자체가 언어를 넘는 일이었다.
그녀는 VR 기기를 써본 적도 없었고, 농촌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했다.
“창업은 나를 말로 꾸미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구체적으로 도와주는 일이 되어야 한다.”
기획에서 실행으로, 언어의 전환
첫 투자설명회에서 박지민은 프레젠테이션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시장규모, 예상수익률, 경쟁 분석… 그런 자료 대신, 그녀는 투자자들에게 VR 고글을 씌웠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 여러분은 평창의 한 감자밭 위에 서 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실제 농부의 목소리가 들릴 겁니다.”
그 순간, 발표장은 조용해졌고, 고요한 감동이 번졌다.
기술보다 앞선 것은 경험이었고, 사업계획보다 강력했던 것은 언어의 온기였다.
투자자들은 곧장 반응했고, 그녀는 소규모지만 첫 시드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큰 변화는 자신의 언어가 누군가에게 가닿았다는 실감이었다.
말은 도구가 아니라 다리다
RISE 로컬창업지원센터는 박지민의 사례를 계기로 ‘창업 토크콘서트 워크숍’을 만들었다.
예비 창업자들은 아이디어를 말하는 법, 청중에게 가치를 번역하는 말의 방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누구도 완벽한 말을 하진 못했지만, 그들의 말에는 이루고 싶은 삶의 의지가 있었다.
그것이 사람을 설득했고, 공동체를 움직였고, 자금보다 더 강한 연대감을 만들어냈다.
박지민은 말한다.
“내가 만든 서비스보다, 그걸 설명하는 언어가 사람을 움직였어요.
창업은 결국 ‘말’이라는 도구로 사람을 구하는 일이더라고요.”
� 깨달음: 창업가는 말을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창업이라는 말은 계획서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될 때, 비로소 진짜 ‘사업’이 시작된다.
세상을 바꾸는 건 언제나 말이 아니라, 말로 전해지는 진심의 힘이다.
“창업은 나의 언어가 누군가의 삶에 닿는 순간, 비로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