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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에서 시작된 혁신: 라이즈와 창업이야기(에세이)

블로그에서 만난 현장의 목소리-지역 창업인, 청년, 교수, 주민 이야기

by 조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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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을 이야기할 때면, 대부분 ‘혁신’이니 ‘스타트업 생태계’니 하는 말들이 많이 들립니다. 하지만 정작 “지역”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뭔가 미묘한 공백이 생겨나는 느낌이었죠. 마치 “혁신은 수도권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마음에, ‘로컬’을 결합하는 순간 뭔가 퇴색된다고 여겨지는 것 같다.


그러나 놀랍게도 지역 창업인들과 창업의 꿈을 같이 키워나가면서, 바로 이 ‘로컬’에서 가장 뜨겁고 신선한 혁신이 시작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것도 이제 시작되는 RISE(지역혁신중심대학 지원체계)와 함께 말이다


강릉의 경우 2018 동계올림픽이 가져다 준 값진 선물이 많다. 대서양이 연결되는 푸른바다를 끼고 있었지만 수도권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원도 해안보다는 부산 해운대나 서해안 등 교통 접근성이 좋은 곳을 찾아 갔었다. 예전에는 강릉으로 오는 대관령의 높은 산을 넘기 힘들 정도로 수도권에 가기까지 4~6시간 가량 소요되어 접근성이 떨어졌지만 지금은 고속도로가 건설되었고 KTX가 생기면서 관광객들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오히려 기존 제조기반의 기업보다 소상공인 관광 서비스업의 매출액이 제조기업의 매출액을 뛰어 넘는 곳이 더욱 많아졌고, 커피빵, 순두부아이스크림, 젤라또 등등 지역특산품을 활용한 상품과 젊은층을 겨냥한 관광상품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다.


지금은 로컬이 중심이 되고 있다.




1. 지역 창업인: 대규모 판이 아니라, “진짜 가치”에 집중하다

얼마 전, 한 지역 창업인은 소도시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그의 팀은 지역 내 여러 기관 및 대학교와 협력하여, 그 동네 특색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과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었다.

“수도권으로 나가서 돈을 더 벌 수 있었죠. 그런데 여기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고, 오히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이 지역에 필요한 걸 직접 볼 수 있으니 더 보람 찹니다.”

라고 그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냥 여기서, 지역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 저희 회사를 ‘로컬의 자부심’으로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한 마디로, 대단히 거창하지 않아도 ‘내가 사는 곳’과 ‘내가 아는 사람들’을 돕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가치를 창조해가고 있는 것이죠. 수도권 중심 창업과 비교해봐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오히려 ‘로컬 특화’라는 경쟁력이 빛나고 있는 모습이 참 멋졌다.




2. 청년: 떠나는 대신 “머무르기”를 선택하다

“청년 = 일자리 찾아 도시로 간다”는 공식이 흔히 맞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최근 블로그 댓글로 만난 한 청년은, 지역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마을카페를 열었다. 카페라고 하면 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자신의 카페를 ‘마을 커뮤니티 허브’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했다.


“여기서 나고 자라 여기서 학교를 다녔는데, 언젠가부터 저는 이곳이 너무 조용하고 점점 고령화되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차라리 떠나야 하나 생각했는데, 그냥 제가 여기를 바꿔보자고 결심했어요.”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지역 주민과 청년 창업가, 그리고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지역 중고등학생들이 방과 후에 와서 함께 공부하고, 새로운 프로젝트 아이디어도 공유하는 장소. 그 모습이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청년은 자주 말한다.

“서울에는 이미 ‘핫’한 곳이 너무 많잖아요. 여기서 제가 조금만 움직여도 이 동네가 달라지는 게 느껴져요. 이게 제가 계속 머무르고 싶은 이유예요!”



3. 교수: 대학은 “학문”만 하는 곳이 아니라, “변화를 일으키는” 장소

또 다른 인터뷰에서 만난 분은 지역 대학교의 교수님이셨다. 원래 연구실에서 논문 쓰던 분인데, RISE와 함께 시작되는 사업에 참여하길 기대하고 있으며 창업의 길을 걸어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엔 연구실과 강의실 밖으로 나갈 일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역혁신중심대학(RISE) 사업에 참여한다면, 지역의 문제를 직접 듣고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학생들과 함께 할수 있을겁니다.”

학생들은 지역 기업과의 협력 프로젝트, 농촌에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접목하는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 등에 적극 참여하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교수님 역시 지역 주민을 만나고, 행정기관과 협의하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를 이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즐거운 표정으로 말합니다.

“학교 안에서는 제도와 이론적 지식만 강조하기 쉬웠는데, 밖으로 나가게 되면 모든 게 실전이고, 지역을 위한 실제 성과가 눈앞에 보여요. 학생들도 훨씬 적극적이고, 현실을 바탕으로 배운 지식을 즉시 활용하니까 수업이 더 살아있게 될겁니다.!”



4. 주민: “우리 동네도 이런 ‘혁신’이 가능하구나!”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블로그 방문자 중에서 몇몇 어르신들은 처음엔 ‘창업’이나 ‘RISE’ 같은 말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그중 한 어르신과 함께 골목 재생 프로젝트를 구경하러 갔을 때, 달라진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옛날에는 애들 다 떠나고 이 마을도 점점 쓸쓸해졌었지. 그런데 대학생들이랑 청년들이 들어와서 벽화도 그리고, 공방도 만들고, 새로운 행사도 열더만. 인생 별 거 있나. 이런 것조차도 우리 동네엔 큰 변화야.”

어르신은 눈가가 촉촉해지면서도, 지역이 바뀌고 있음을 느끼니 자기도 왠지 힘이 난다고 하셨다. 그리고 “누가 할지 고민만 할 게 아니라, 조금씩 직접 도와봐야겠다”며 종종 청소나 행사 준비도 거들겠노라고 하셨다.

어쩌면, 이런 주민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진짜 ‘혁신’을 이루어가는 커다란 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강원도 양양의 경우도 강릉과 속초사이에서 바닷가를 끼고 있는 지자체로 마을단위에 청년들 보다 시니어가 주로 차지하고 있었다. 서피비치가 선두로 서핑인구가 늘어나면서 동네동네 골목마다 청년들이 찾아와 정착했고, 이색적인 자기들만의 색을 가지고 마을 곳곳을 변화시켰다. 지역의 고급인력과 청년들이 유입되면서 지역 마을사람들과 공무원들의 의식도 변화되었고, 이제는 대한민국 아니, 세계속의 서핑과 휴양, 힐링장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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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로컬에서 시작되는 변화는 “보다 깊다, 보다 따뜻하다”

블로그에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마다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역에서 혁신이 시작된다”는 것을 본인들이 몸소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RISE처럼 지역 대학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행정기관이 연계되고, 창업가와 주민이 힘을 합치면, 로컬 창업이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대단한 장소, 똑똑한 사람만 모여야 혁신이 이루어진다는 게 아니라, 지금 내 발이 닿아 있는 곳에서 작은 변화가 축적될 때 그 힘이 엄청난 혁신으로 연결되는 법이다.


“원대한 꿈을 위해 꼭 멀리만 떠나야 하는 건가요?”
이 물음에, 지역 창업인과 청년들은 이미 직접 답을 내고 있다. 로컬에서 찾은 보람과 성장, 그리고 함께 웃고 부딪히며 만들어가는 새로운 기회가 그들이 살아가는 이유이자 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여러분에게도, 여러분이 살아가는 동네에도 분명히 ‘시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길 건너 옆집 주민의 아이디어가, 친구가 낸 사소한 의견이, 혹은 당신이 매일 지나다니는 그 골목이 혁신의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로컬에서 시작되는 혁신, 결코 작지 않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 흐름을 지지하고, 서로 격려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싶다. 이제 함께 RISE의 동력을 받아, 우리 지역과 삶을 조금 더 밝고, 따뜻하게 변화시키러 가자!

(혹시라도 뭔가 질 안 되면, 일단 지역 맛집부터 찾아가서 에너지를 채우자. 혁신에는 배가 든든해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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