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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에서 시작된 혁신: RISE와 창업 이야기⑧

대학과 지역이 함께하는 길에 대하여

by 조광근

최근 들어 지방 소도시를 거닐다 보면,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전에 없던 변화의 기운이 느껴진다. 번듯한 대기업이나 큰 시설이 들어선 것은 아니지만, 골목 여기저기서 새롭게 문을 연 공방, 창업 카페, 문화 프로그램 등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 작은 움직임들이 점차 모여 ‘지역 혁신’이라는 큰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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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흐름 한가운데는 대학지역의 유기적인 협력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지원하는 체계가 바로

RISE(지역혁신중심대학 지원체계)이다. 오늘은, 지역과 대학이 함께 만들어가는 길이 어떻게 혁신과 창업에 불을 지피는지, 그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보려 한다.


1. 지역과 대학, “서로 몰랐던 길”을 찾기 시작하다

한동안 지역과 대학은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울타리 안에 갇혀버리기 쉬웠다.

지역은 “대학은 이론만 가르치고, 일자리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인식,

대학은 “지역은 교육적·연구적 지원을 기대하기만 하고, 정작 참여는 적다”는 답답함을 느껴왔다.


하지만 RISE가 도입되면서, 지역과 대학이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대학의 연구 역량을 지역 산업에 접목하거나, 대학생들이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지역 문제를 직접 해결해보는 실험들이 확대되고 있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그 위에서 대화를 시작하니 전혀 몰랐던 기회들이 보이더라고요.”
– 어느 지역혁신센터 관계자의 말


이 말처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접점을 찾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2. RISE가 보여준 “연결”의 힘


가. 대학을 지역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RISE 사업은 대학이 지역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대학의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지역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중개해주거나, 학생들의 인턴십·프로젝트 활동을 지역 산업과 매칭시켜주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나. 지역을 대학에 ‘연결’하는 계기

한편, 지역 주민이나 창업가들이 대학 캠퍼스를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교육과정을 체험하고, 첨단 장비나 연구 인프라를 활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역은 대학이 가진 풍부한 자원(전문가, 네트워크, 시설 등)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며, 이는 곧 지역창업과 산업 발전에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연결’의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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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역에서의 창업, “함께함”이 더 중요한 이유

어떤 이들은 “창업은 돈만 되면 어디서든 하니까, 꼭 지역이어야 해?”라고 묻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지역 현장에서 만나보면, 로컬 창업만의 특별한 가치와 매력이 분명히 존재한다.


지역 문제 해결을 통한 의미 찾기

지역창업자들은 마을이 안고 있는 숙제(저출산·고령화, 인구 유출, 산업 쇠퇴 등)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 배운 이론을 토대로, 실제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고 테스트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주민, 대학, 지자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창업 문화

수도권에선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개인적 성공을 좇기 쉬운 반면, 지역에서는 비교적 협력적 환경이 조성된다.

동네 청년들, 교수님과 학생들, 그리고 행정기관이 서로 의지하고 협업하는 구조가 훨씬 구축하기 쉬워진다.

결국, 대학과 지역이 서로 마음을 열고 만나는 과정은 창업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발전에 긍정적인 파장을 일으킨다.



4. 교육과 창업, 그리고 지역이 하나로 만나면?

대학교는 전통적으로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고, 기업은 창업과 경제활동, 지자체는 정책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 셋이 만나서 의기투합하면 어떤 그림이 가능할까?


“학습 → 실험 → 현장 적용”

대학에서 배운 이론 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시장 상황에 맞춰 실험적 창업 프로젝트를 펼쳐본다.

그 과정에서 지역 기업 또는 마을 주민들이 피드백과 데이터를 제공한다.

부족한 부분은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보완하고, 연구 역량을 통해 솔루션을 높이게 된다.


자발적·주도적 인재 양성

학생들이 수업 과제를 수행하듯이 창업을 ‘경험’해 보는 것을 넘어, 실제로 한두 걸음씩 비즈니스를 실행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지역기반 프로젝트는 현실에 대한 문제인식과 대처 능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졸업 후에도 그들이 ‘로컬 창업가’로 남거나, 더 큰 무대로 나아가더라도 지역과의 연결고리를 이어가게 된다.


공공의 자원과 제도적 지원

지자체는 예산과 제도, 공간을 제공하고, 대학은 기술, 장비, 멘토를 제공하며, 지역주민과 기업은 현실적인 시장의 테스트베드가 된다. 모두가 이익을 얻는 상생 모델이 자리 잡으면, “아이디어 → 창업 → 성장”의 선순환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된다.



5. 함께 만들어가는 길: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게”

물론, 이 모든 과정이 단번에 완벽하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때론 정책과 현장의 괴리, 재정적 한계, 인력 부족 등의 문제에 부딪히곤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연결’을 꾸준히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대학은 지역 사회와 기업의 소리를 경청하고, 연구·교육 체계를 유연하게 적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역은 대학을 단순히 ‘학문 전문가 모임’이 아닌 ‘함께 성장할 파트너’로 바라본다.

정책은 양쪽이 안정적으로 협력하도록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행정 절차와 예산을 과감히 투자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러한 노력이 쌓이면, 대학과 지역이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현장이 증명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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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에필로그: 지역과 대학이 함께 그리는 미래

지역의 한 카페에서 대학생들과 창업가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광경을 종종 보았다. 그 풍경이 말해주듯, 대학과 지역의 연결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연결의 씨앗이 싹트는 곳에는 언제나 RISE 같은 지원체계의 역할이 숨어있다.


앞으로도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한 발씩 전진하는 걸음을 포기하지 않는 한, 로컬에서 출발한 혁신은 더욱 크게 번져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우리가 발견하게 될 가장 큰 선물은, 대학과 지역,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이어지면서 만들어내는 풍성함일 것이다.


함께 걷는 길이 험난하더라도, 그 끝에서는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로컬의 잠재력, 대학의 역량, 창업이라는 도전 정신이 만나 일으킬 큰 파도를, 우리 모두 응원하며 지켜보자.

“대학과 지역이 함께 걸어가는 길, 그 발자취가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고 다채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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