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잎 우산과 아카시아 파마

감성멘토의 생각한대로, 있는 그대로

by 감성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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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시골에서 토란은 유난히 튼튼했다.
줄기를 길게 뻗고, 그 끝에 잎을 풍성하게 달았다.
그 커다란 잎은 어린 나에게 꼭 우산 같았다.
비가 오지 않아도,
괜히 그 아래에 서 있으면
어디까지라도 나를 지켜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없는 감성이지만,
그때의 나는 진지했다.
토란잎 하나면 세상이 든든해지는 아이였다.

또 하나 잊히지 않는 기억은 아카시아 파마다.
엄마의 머리카락처럼 뽀글뽀글한 파마가
왜 그렇게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 시절엔 미용실도 흔치 않았고,
부모님은 파마약이 몸에 좋지 않다며
좀처럼 허락해주지 않으셨다.

그래서 아이들은 방법을 찾아냈다.
아카시아 잎사귀를 하나하나 떼어내고
줄기를 파마롤처럼 돌돌 말아
머리카락에 감았다.
그리고는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자, 이제 다 됐어요.”
혼자 속으로 그렇게 말하며 풀어보면
정말로 꼬불꼬불한 파마가 되어 있었다.
그 순간의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물론 현실은 늘 짧았다.
머리를 감고 나면
그 파마는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래도 괜찮았다.
잠시였지만,
그 시간만큼은 충분히 예뻤고
충분히 행복했으니까.

토란잎 우산도, 아카시아 파마도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지만
그때의 나는
자연 하나로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상상 하나로도 하루를 완성하던 아이였다.

그래서 문득 그 시절이 그립다.
지켜주지 않아도 든든했고,
사라질 걸 알면서도 기뻤던
그 순한 마음이.



"어린 날의 상상은 사라져도,

그 마음은 평생을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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