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서 먼저 오던 봄

감성멘토의 생각한 대로,있는 그대로

by 감성멘토






겨울이 길었던 해일수록 봄은 늘 땅속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쑥은 이미 깊이 뿌리를 내리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릴 적 나는 쑥과 냉이를 캐는 일이 그렇게 좋았다.
작은 손으로 흙을 헤집고 향을 먼저 맡아보며
“이건 쑥이다”, “이건 냉이다”
혼자 중얼거리던 시간들.

쑥은 손에 닿는 순간부터 향이 났고, 냉이는 뽑아 올릴 때마다
땅속의 봄을 함께 끌어올리는 느낌이 들었다.
겨울을 견뎌낸 식물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생명력이
그때는 왠지 고맙게 느껴졌다.

시골에서 도시로 이사하던 날, 제일 아까웠던 건
봄마다 캐서 말려두었던 쑥과 공기놀이 하겠다고
하나하나 고르던 예쁜 돌들이었다.
짐으로는 담을 수 없던 것들, 그래서 마음에만 남겨두고 와야 했던 것들.

지금도 이른 봄,
쑥을 캐고 냉이를 캐면 마치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것도 얻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받은 느낌.

봄은 그렇게 눈으로 오지 않고 손끝으로 먼저 왔다.


“쑥과 냉이는
봄이 아직 멀다고 느껴질 때도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그 향을 아직도 기억하는 걸 보면, 내 안의 봄은
여전히 그때 그 자리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 다시 기다려지는 봄, 설레이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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