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멘토의 생각한대로, 있는 그대로
내가 다니던 산골짝 시골 학교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또 다른 마을 건너편에 있었다.
요즘처럼 버스도 없던 시절,
아이들은 마을을 가로질러 산길을 타고 학교를 오갔다.
작은 발로 걷기에는 꽤 먼 길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그저 하루의 일부였고, 그렇게 또 하루가 흘렀다.
그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눈 앞에 둥그렇게 솟아 있는 묘지가 있었다.
어른들의 눈에는 ‘무덤’이었을 그곳이
아이들 눈에는 그저 동그란 언덕, 동그란 무대였다.
우리는 그 위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고,
서로를 향해 박수를 쳐주고,
겨울이면 소복히 쌓인 눈을 미끄럼틀 삼아
깔깔거리며 내려오곤 했다.
그곳이 누구의 자리인지, 어떤 사연을 품은 곳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저 신나게 뛰어놀았다.
생각해보면 참 순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만 바라보던 시절이라
무서운 것도, 슬픈 것도
알아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던 때였다.
아마 두려움이란
무엇인지 ‘알게 되는 순간’에야 비로소 생기는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모르고 보면
묘지도, 어둠도, 산길도
결코 무섭지 않았다.
그저 세상이 온통 나를 위한 놀이터처럼 보이던 때.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기에
가장 자유로웠고,
가장 아름다운 상상 속에서 뛰어다녔다.
돌아보면
그 묘지 위의 무대놀이는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첫 번째 진실이었다.
“모를 때는 두렵지 않고,
두려움을 아는 순간 비로소 어른이 된다.”
지금도 그 산길을 떠올리면
둥근 무덤 위에서 노래하던
쪼꼬미 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세상이 모두 무대였고,
아무것도 무섭지 않던 시절의 발자국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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